저널리즘 비즈니스

AT&T의 미디어부문 조직 개편과 한국의 통신사

콘텐츠 시장 노리는 SKT와 LGU+의 다음 행보 추측해보기

이성규 2019년 03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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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양해를 구하자면, 통신사의 행보에 대해선 깊은 지식이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추정이고 저만의 분석일 뿐입니다. 수준이 낮더라도 이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왜 중요한가 : 통신/케이블 기업의 미래 방향을 짐작해볼 수 있어서입니다. 심지어 이들과 콘테츠 기업의 결합 모델이 어떤 목적과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대략적으로나마 짐작해볼 수 있어서입니다.

우선 AT&T의 콘텐츠 비즈니스는 3개의 서비스 축으로 운영이 된다고 합니다.

  • 엔트리 티어 – 영화
  • 프리미엄 티어 – 영화와 오리지널 TV 프로그램
  • 파이널 프로덕트 티어 – 고전 영화, 코미디, 어린이 콘텐츠

위 층계가 가격 정책의 층계가 될지 아니면 스트리밍 서비스의 상품 층계가 될지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제 생각엔 위 구상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구독 비즈니스의 얼개라고 생각되고요. 주커를 중심으로 한 뉴스&스포츠(라이브 스트리밍 포함) 쪽은 광고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 도구로 남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넷플릭스는 전적으로 구독 중심의 모델을 상정하고 콘텐츠 전략을 구사한다면, AT&T는 두 방향 모두 포기하지 않는 형태로 사업을 재구성하겠다는 의지로 읽히기도 합니다.(솔직히 제가 알고 하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image 워너미디어 센터 - 위키피디아

타임워너 인수와 조직 개편의 연결점은? : Customer Data, 이 하나의 단어만 기억해두셔도 됩니다. AT&T CEO 랜달 스티븐슨(Randall Stephenson)의 2018년 Recode 인터뷰부터 들어볼까요.

“Can you pair a very formidable ad inventory with a very formidable amount of data, information on the customer, viewership data and all other kinds of information, and can you create something unique just from the straight advertising platform and change how you’re monetizing content?“

레코드의 기자 피터 카프카(Peter Kafka)는 도저히 이해를 하기 어렵다는 투로 질문을 여러차례 던집니다. 스티븐슨의 답변은 한결 같습니다. 통신사(인프라 플랫폼)의 새로운 수익모델과 데이터의 관계입니다.

“So, if you can bring 130 million mobile customers where you have a direct billing relationship, day-to-day customer relationship, bandwidth as well as content, media and entertainment content, put all that together, then you have vertically integrated the same way as some of these other guys have. I think it’s ...”

"So think about what’s coming together here. Turner, specifically, start there, has an amazing inventory of advertising that they just kind of sell broadly. It’s not a very targeted kind of advertising approach. AT&T has an amazing amount of data, customer data, for 40 million paid TV subscribers in North and South America, 130 million mobile subscribers, 60 million broadband subscribers. We have really great customer insight on what kind of shows, media, content they’re viewing, where they are, all kinds of information on the consumer."

비즈니스 모델이 향하는 방향은 광고와 구독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의 직접적인 관계 맺기가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타임워너를 인수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AT&T가 보유하고 있는 1억3000만명의 무선 가입자, 기타 유선가입자들이 그 네트워크 안에서 무엇을 구매하고, 무엇을 시청하며, 매일매일 무엇을 하는지, 이 모든 데이터를 통합해서 제어할 수 있다면, 새로운 비즈니스를 영위할 기회가 열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아마 모든 통신사들이 이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장담까지 합니다.

이미 알려져있다시피, 통신사는 죽어가는 사업이었습니다. 오죽하면 덤 파이프라는 말이 나올까요. 덤 파이프가 스마트 파이프(김동희. 2013.9)로 변화하려면, 전방위적인 영역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흡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통신사는 덤 파이프의 계곡을 벗어나기 위해 아등바등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국내만 하더라도 수많은 콘텐츠 사업자와 네이버를 위시한 플랫폼 경쟁자들이 존재했기 때문이죠. 콘텐츠 영역으로 치고들어가기 위한 무수한 노력이 있었지만 통신사는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했죠.

AT&T의 타임워너 인수로 떠올릴 수 있는 경쟁 구도는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각각의 서비스들은 서로 다른 성격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벤 톰슨은 말합니다. 넷플릭스는 애그리게이터 모델이고, 아마존은 고객 획득을 위한 수단적 모델이며, 디즈니는 IP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적 모델이라는 거죠.

이러한 상황에서 AT&T가 목표와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에 놓느냐가 중요해지는데요. 스티븐슨은 광고와 구독 두 방향에서 모두 성과를 내고 싶어했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가건 수렴해야 할 지점은 ‘고객과의 직접 관계 맺기’를 통한 데이터 확보입니다. 작년부터 AT&T 관계자들이 Direct to Customer를 입에 달고 사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그리고 인수된 직후 워너미디어가 Quantitative Analytics를 인수하고 나단 샌더스를 최고데이터과학자라는 자리에 앉힌 배경이기도 할 겁니다.

한 가지 읽어내지 못한 대목이 있다면, 2018년 12월 AT&T의 CDO(Cheif Data Officer)를 역임했던 스티브 스타인(steve stein)을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 부회장에 앉히고, 그 자리에 멕시코 지사장이었던 켈리 킹(Kelly King)을 임명한 배경입니다. 아마도 이 전략과 무관하지 않을 텐데, 정확히 의미를 추출해내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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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타사 출신의 그린블래트일까 : 일단 조직의 수장으로 오른 사람들을 주목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개편된 워너미디어의 엔터테인먼트 부문 수장은 로버트 그린블래트 전 NBC 엔터테인먼트 회장입니다. 뉴스&스포츠 부문 수장은 제프 주커 CNN 헤드, 글로벌 키즈&청소년 부문 수장은 케빈 츠지하라 전 워너브로스 CEO입니다. 워낙 쟁쟁한 분들이라 언급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조직 개편의 가치는 ‘간극 해소’입니다. 쉽게 말해 ‘미래의 변화 – 현재/과거의 변화’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인재를 수장에 배치함으로써, 미래 조직으로 빠르게 나아갈 수 있는 인물을 수장의 위치에 올려놨다는 의미입니다. 그린블래트가 이 작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게 스탠키 대표의 인터뷰였습니다.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3대 수장 가운데 그린블래트만 유일하게 타임워너 출신이 아닙니다. NBC 엔터테인먼트에서 수혈한 인물이죠. 그리고 그에게 ‘Direct to Consumer’, 고객 직접 접점 관리를 맡겼습니다. 당연히 출범할 스트리밍 서비스의 설계는 그의 몫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린블래트는 상업적 직관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시쳇말로 돈 냄새를 맡는 촉이 뛰어나다는 거죠.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비롯해 스트리밍 서비스 총괄을 그에게 맡긴 이유일 겁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콘텐츠의 핵심이 될 HBO에 그의 상업적 본능이 강하게 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의 걸어온 길 때문입니다. 게다가 성과 중심의 관찰자의 눈으로 조직을 빠르게 재편할 수도 있죠. 타임워너맨이 아니었기에 가능하지 않나 싶습니다. 스탠키 워너미디어 대표가 그를 데려온 이유일 겁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조직개편의 핵심 목표는 ‘Direct to Consumer’의 강화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다루기 위해선 ‘Direct to Consumer’라는 목표를 빠르고 강력하게 주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만큼 고객의 수요를 본능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감수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죠. 그런 점에서 그린블래트가 낙점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에겐 어떤 영향이 있을까 :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은 승인 당시부터 플랫폼과 콘텐츠 기업의 수직적 결합이라는 특성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아왔죠. 수많은 해석을 낳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전, 각 부분별 역할을 책임질 수장이 발표된 겁니다. 국내로 비유하자면, SKT/SK브로드밴드와 CJ E&M의 합병에 비유될 만한 사건입니다.

아시다시피 AT&T는 2015년에 위성방송 채널인 DirecTV를 먼저 인수했습니다. 이건 플랫폼과 플랫폼의 결합이었죠(서로 다른 유형의 플랫폼). 유통 채널의 확장이면서 동시에 이후 가입자를 자동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1년 뒤인 2016년엔 거대한 콘텐츠 기업인 타임워너 인수를 발표한 겁니다.

이를 SKT와 LGU+에 대입해볼까요? SKT는 지상파 방송사 온라인 플랫폼인 푹의 지분을 사들였습니다. 콘텐츠 확보를 위해서입니다. 옥수수와 푹을 결합해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눈독을 들였던 CJ헬로비전은 LGU+가 인수했습니다. 플랫폼-플랫폼 결합이었죠. SKT는 수평 확장의 기회를 잃으면서 수직 확장의 길로 나아가고 있고, LGU+는 수평의 확장을 먼저 취한 뒤 이후 수직 확장을 도모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아마 두 회사 모두 더 다양한 층의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콘텐츠의 빈 공간을 채워줄 또다른 콘텐츠 사업자 인수를 물색할 수도 있을 겁니다.(규제 여건은 배제하고) 빈 공간의 고객이 누구고 규모가 얼마인지, 그리고 그들이 선호하는 콘텐츠의 장르와 유형이 무엇인지, 인수 등의 형태로 직접 오리지널 생산에 나설 것인지 등등의 과제가 남아있을 겁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가적인 미디어 시장의 재편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거죠. 만약 넷플릭스 모델(애그리게이터 모델)의 경로를 취하게 된다면, 콘텐츠 사업자를 인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투자/배급(라이언스 관리)의 형태로 진행할 것이고요. AT&T의 경로를 밟게 된다면 또다른 콘텐츠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럴 경우 바로 여러분이 그 대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SKT의 제휴 및 투자 타임라인(update : 2019.3.12)

참고문헌

  • 김동희. (2013.9). 국내 이동통신사의 Smart Pipe 전략. 인터넷&시큐리티 이슈 9월호. 한국인터넷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