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비즈니스

애플뉴스플러스 vs 뉴욕타임스, 생명줄의 외주화

고객 직접 접점 희생하면서 핵심 수익 외부 의존은 미래 수익의 통제권을 상실 초래

이성규 2019년 0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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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요약 : 애플이 애플뉴스를 업데이트하면서 애플 뉴스 플러스라는 상품을 3월26일 내놨습니다. 구독 서비스입니다. 300여 종의 잡지, 그리고 신문들이 포함돼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LA Times와 같은 구독 기반으로 운영되는 쟁쟁한 언론사도 합류했습니다. 단,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계약을 거부했습니다. 구독료는 9.9달러. 이 많은 언론사들을 구독하는데 단 9.9달러밖에 들지 않는다는 건 매력적입니다. 심지어 가족 공유 모델까지 지원합니다.

애플은 구독 수익의 50%를 가져갑니다. 나머지 50%를 언론사들에 배분하는데, 구독자가 자주 보거나 머무른 매체의 시간 총량을 계산해 나눕니다. 나름 합리적이긴 합니다. 애플의 플랫폼 파워라면 빠른 속도로 구독자를 모객해 언론사들의 매출 창출을 도울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왜 중요한가 : 구독이 당분간은 언론사 수익 창구의 미래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흐름이라고 봅니다. 구독 모델이 중요해진 건 여러 요인들이 존재하겠지만 크게는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플랫폼의 광고 시장의 독과점, 다른 하나는 허위정보의 일상화입니다. 전자는 저의 이전 글로 대신하겠습니다.

허위정보의 일상화는, 그것의 경제적 유익과 궤를 같이 합니다. 허위정보 매체들은 광고 수익을 좇습니다. 광고 수익은 유통되는 정보의 진위 여부를 따지지 않습니다. 그저 더 많이 노출되고 시청되는 것만이 가치를 만들 뿐입니다. 허위정보는 이러한 경제적 유익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허위정보를 생산해냅니다.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자극적인 음모론을 뒤섞어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있죠. 수용자들은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허위정보에 매혹되어 끊임없이 시청/소비하고 재유포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큰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구독 모델은 중요한 수익원으로 등장하게 됐다고 봅니다. 애플은 이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애플 뉴스 플러스라는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애플이 움직였으니 다른 플랫폼들도(이미 대부분 내놓긴 했지만) 유사한 상품을 내놓게 될 것입니다. 국내라고 예외는 아닐 듯합니다. 네이버나 카카오도 이 흐름에 어떤 식으로는 발을 걸치고 싶어할 겁니다. 애플 뉴스 플러스는 뉴스 구독의 플랫폼화, 그것의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생명줄의 외주화, 자기통제성(self-control), 고객 직접 접점

언론사는 전략에 주는 함의 : 만약 여러분이 언론사의 대표라면 애플 뉴스 플러스 합류에 동의할 듯한가요? 아닐 듯한가요? 어떤 결정을 내리시겠어요? 일단 저라는 뉴욕타임스의 길을 걸을 겁니다. 생명줄의 외주화, 자기통제성(self-control), 고객 직접 접점(Direct to Customer) 세 가지 개념을 통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생명줄의 외주화를 반대하는 쪽입니다. 여기서 생명줄은 언론사의 핵심 수익모델을 말합니다. 만약 구독이 특정 언론사의 핵심 수익모델이라면, 그리고 전체 수익에서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면 애플 뉴스 플러스 등의 구독 플랫폼에 결합하는 건 우둔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여기에 고객 직접 접점(Direct to Customer) 개념이 개입됩니다.

앞선 제 글(AT&T의 미디어부문 조직 개편과 한국의 통신사 )에서 통신사들은 넷플릭스 등과 경쟁하기 위해 ‘Direct to Customer‘를 강화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들이 자기만의 스트리밍 플랫폼을 개발하는 목적도 Direct to Customer를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고객 직접 접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고객 직접 접점을 중요하기 보는 이유는 고객 데이터 때문입니다.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앞으론 사업의 지속성, 혹은 사업의 확장을 도모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고, 그 콘텐츠가 어떤 상품의 구매를 매개하는지 등은 직접 접점을 확보할 때만 얻을 수 있는 데이터들입니다.

애플 뉴스 플러스는 뉴스와 정보에서도 고객 직접 접점을 확보하기 위해 두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라고 봅니다. 심지어 언론사들에겐 고객 데이터를 제공하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플랫폼에 자사의 모든 뉴스 라이브러리를 제공한다는 건 위험한 발상입니다. 신문의 시대로 비유하자면, 비즈니스의 핵심인 구독자 정보를 전혀 확보하지 못한 채 돈만 받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언론사의 대표라면 이런 결단을 쉽게 감행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잠깐, 뉴욕타임스 대표 톰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볼까요?

“방송국 입장에서, 넷플릭스가 불러온 재앙의 시작은 2007년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이들에게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는 거죠. 지금 애플 뉴스에 들어간다는 의미는 2007년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같은 뻔한 우를 범하게 된다.”

“"넷플릭스가 꽤 많은 돈을 주겠다고 했어도.... 넷플릭스가 실제로 연간 90억 달러를 들여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고, 우리 콘텐츠 라이브러리에 돈을 점점 적게 줄 정도로 거대한 가입자 기반을 구축하도록 돕는 것이 정말 말이 되는 걸까요?"

한국 언론사들은 디지털 광고가 주수익원일 때 네이버에 고객 직접 접점을 고스란히 내바친 적이 있습니다. 그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네이버라는 통로가 아니면 어떤 수익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는 질곡에 빠져버렸죠. 수많은 어뷰징 기사를 양산해낸 건, 네이버라는 접점을 통해서만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기통제성의 상실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깔대기의 하단으로 갈수록 자기통제성이 강화돼야

아래 그림을 통해 세 번째 개념 ‘자기통제성'을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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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깔대기의 하단으로 갈수록 자기통제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을 하는 쪽입니다. 자기통제성은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자사의 수익 통제성을 높이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바로 고객 직접 접점을 직접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죠. 깔대기의 도입부(tof)는 더 많은 고객/수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얼마든지 외부 플랫폼과 협력하고 제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협력은 오로지 자사 핵심 수익을 강화하기 위한 유입 및 확보 전략이어야 합니다.

핵심 수익 모델의 관리를 플랫폼에 내주는 ‘생명줄의 외주화’는 플랫폼의 정책 변화에 취약합니다. 대응하기도 어렵습니다. 심지어 통제할 수 있는 고객의 데이터조차도 확보할 수 없다면, 해야 할 이유를 찾기가 어려워집니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변화에 따라 수익이 출렁이는 사건을 이미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이런 교훈을 애플 뉴스 플러스에 들이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핵심 수익 자산의 자기통제성은 통상 기술 통제성과 맞물려갑니다. 구독 모델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라도 기술 내재화는 거의 필수적입니다. 기술 내재화는 당연히 비용과 투자을 초래합니다. 투자 여력이 부족해 생명줄을 외주화하는 선택이 과연 장기적으로 바람직한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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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어떤 결단을 내릴까 : 당장 네이버가 어떤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애플 뉴스 플러스가 한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겠다고 공표하지도 않았고, 그 대상 시장으로서 검토한 적도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내부자라면 이 흐름을 의미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구독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란 쉽지 않죠. 네이버의 뉴스 행보는 하나하나가 정치적 해석과 연결되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넓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게 우리가 하고 있는 서비스랑 별로 다르지 않네"라고 위안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네이버 입장에서 보면, 구독모델을 수익원으로 삼는 국내 언론사가 거의 없어 초기 서비스에 결합할 대상을 찾기가 어려울 겁니다. 유료 구독 관련 테스트를 해본 경험도 없기에 어떤 콘텐츠에 반응할지 예측조차 하기 쉽지 않습니다. 당분간은 지켜보면서 준비를 해내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쩌면, ‘Subscribe with google’처럼 네이버페이로 구독 결제를 돕는 부가 기능 ‘Subscribe with NaverPay’를 출시하는 방안 정도는 검토가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대신 기존 콘텐츠 제휴 수익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는 딜을 제안하겠죠. 이 기능은 현재의 기자별 구독, 언론사별 구독을 조금만 변형해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이와 연동해서 콘텐츠 수익을 제공하고 있으니 넓은 의미의 구독 지원 기능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이를 전면적인 구독 서비스로 확장하는 건 조심스러울 겁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럴 만한 콘텐츠의 존재를 확인하기 어려워서입니다.

요약하면 : ‘생명줄의 외주화‘는 위험합니다. 고객 직접 접점을 희생하면서까지 핵심 수익을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는 건 미래 수익의 통제권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핵심 수익모델로 다가갈수록 언론사는 ’자기 통제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없는 빚을 내서라도 그렇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 핵심 수익 모델이 구독이 아니라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왜 애플뉴스플러스에 들어갔을까요?

저는 간단하게 봅니다. 수용자만 바라보면 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독 가능한 수용자의 확장을 꾀했기 때문에 입점했다고 생각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요 구독자층은 전세계 기업 등의 고소득 임원급입니다. 혹은 경제정책 의사결정자/연구수행자들일 겁니다.

추측이긴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구독자 성장세가 완만하거나 멈췄을 것입니다. 더 이상 늘어나지 않거나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것이죠. 애플 뉴스 플러스에 입점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애플 뉴스 플러스에 들어간 이유는 구독자층의 확장입니다. ‘기업 의사결정자 시장은 거의 다 확보해 성장세가 더뎌졌으니 이젠 그 아래 시장으로 들어가보자’라고 판단한 결과라고 봅니다. 분명 내부에선 카니발 효과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을 겁니다. 저는 이들 충성 구독자 층이 갑자기 애플 뉴스 플러스로 옮겨갈 것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그에 대한 확신이 월스트리트저널 내부에도 있었을 겁니다.

애플 뉴스 플러스를 통한 구독 수익은 일종의 덤입니다. 회사에서 고위 임원이 되고 싶은 사용자, 그들과 대화할 때 스마트해 보이고 싶은 사용자, 혹은 경제 분야 관심 있는 사용자들을 월스트리트 구독자로 유입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경로입니다. 큰 규모의 카니발 효과 없이 새 구독자를 더 받을 수 있기에 월스트리트저널로서는 밑지는 장사 전략은 아닌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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