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비즈니스

왜 언론사에 프로덕트/서비스 접근이 긴요한가

뉴스 생산-유통-소비 3단계의 과정을 직접 제어하고 개선해야 하는 숙명을 갖춘 산업

이성규 2019년 04월 19일

image 출처 : https://www.journalismfestival.com/photogallery/2019/4/#nanogallery/gallery/2044

국제저널리즘페스티벌은 꽤나 흥미로운 행사입니다. 유럽권 언론사들의 다양한 저널리즘 실험들이 공유되고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여서입니다. 유럽권은 영미권과는 또다른 흐름을 갖고 있습니다. 영미권에선 적용되는 사례들이 유럽권에선 미미한 조류로 그치고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어쩌면 국내 언론 종사자들이 조금더 공감할 수 있는 트렌드가 유럽에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4월7일부터 닷새간 열린 이 행사에서 뉴스 서비스 혹은 프로덕트가 집중적으로 논의된 세션이 있었습니다(물론 저는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둘째날 오후 5시부터였는데요. 연사로 가디언의 안나 제키모브스카가 나섰습니다. 그의 발표 주제는 ‘프로덕트 충분히 설명하기 : 왜 중요하고 어떻게 잘 수행할 것인가’였습니다. 이 자리에는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루시 퀑, 닉 뉴먼이 함께 했고, 야후뉴스의 프로덕트헤드인 리프 오오스터호프도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제기된 인상적인 코멘트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봤을 때 성공적인 미디어 기업은 전사에 걸쳐 자사의 프로덕트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기업이었다”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들은 성공을 위해 기술적 프로덕트에 투자를 해왔다고 합니다.

닉 뉴먼은 이렇게 말합니다. “소비자들의 기대는 그들이 매일 이용하는 훌륭한 프로덕트에 기반한다. 그들의 다수는 현재 그들이 이용하고 있는 미디어의 프로덕트에서 이와 같은 훌륭한 경험을 아직 해보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이죠.

여기서 제가 늘 하던 질문을 또 던져보고자 합니다. 뉴스는 상품인가 서비스인가. 여기서 저는 뉴스를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합니다. 뉴스를 생산하는 조직, 언론사 등등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뉴스를 ‘콘텐츠’에 갇혀 사고합니다. 하지만 뉴스를 생산하는 기업으로서의 언론사는 뉴스를 콘텐츠를 넘어선 무언가로 접근해야 합니다. 저는 이를 News as a Service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편입니다. 뉴스를 생산해서 독자들에게 최종적으로 소비되는 전체 과정을 제어하는 행위자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때문에 뉴스는 서비스와 늘 함께 결합돼 제공돼야 합니다. 신문사는 뉴스 생산와 배달, 독자 피드백이 결합된 서비스 사업자라는 얘기를 하려고 한 겁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제 글 ‘뉴스는 상품인가 서비스인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image 출처 : https://www.journalismfestival.com/photogallery/2019/4/#nanogallery/gallery/2044

다시 국제저널리즘페스티벌 2019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 세션의 참석자들은 ‘고품질 콘텐츠만으로는 저널리즘을 구원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고 합니다. Twipe의 메리 캐서린의 말을 빌리면 “종종 기자들에게 콘텐츠는 그 자체가 상품이겠지만, 독자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콘텐츠를 소비 전반적인 경험이 곧 프로덕트다”라고 말이죠. 제가 뉴스는 상품인가 서비스인가라고 질문을 던진 이유를 조금 이해하시겠죠?

그렇습니다. 뉴스는 콘텐츠 그 자체로 기자들이 사고하는 관성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입니다. 독자를 만나본 적도 이해해본 적도 없기에 그들이 생산하는 뉴스만의 유일한 지적인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독자 입장으로 다가가볼까요? 이렇게 수많은 뉴스의 홍수 속에서 자신에게 전달되는 뉴스는 때론 어마어마하고 때론 거의 없을 때도 있습니다. 막상 뉴스를 소비하고 싶어도 잘 읽히지 않거나 읽는 행위를 방해하는 수많은 요인들과 씨름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매번 해당 사이트를 찾아가거나 검색하는 건 귀찮은 일입니다. 읽어야 할 수많은 다른 소스들이 있고 들어야 할 수많은 다른 콘텐츠가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당장 내일 보고서를 쓰기 위해 씨름해야 하는 급박한 환경에 처해있거나 친구들과 담소를 나눠야 하는 기회들이 겹겹 쌓여있을 때 뉴스 소비는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 고품질 저널리즘의 수행물이라도 독자들이 읽지 않으면 공염불일 수밖에 없습니다. 고품질 저널리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이런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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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미디어 스타트업 제트랜드(Zetland)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이들은 멤버십을 통해 비즈니스를 구축한 촉망받는 덴마크 미디어 스타트업이라고 합니다. 제트랜드의 편집장 리 코스가드는 “마감성은 뉴스 프로덕트의 중요한 측면이다. 이것은 독자들이 돈을 내게 할 가치가 있는 무언가이다”고 합니다. 여기서 마감성(finishability)은 기사 마감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프로덕트의 마감재, 그런 뜻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제트랜드 편집장의 얘기는 이렇습니다. 고품질 콘텐츠에 상당한 투자를 했음에도 유료 멤버는 늘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멤버들은 라이브 저널리즘쇼나 롱폼 기사에 달려있는 오디오 콘텐츠 같은 ‘관련 경험’(related experience)에 더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이럴 때마다 저는 뉴스 사업자는 수용자를 위한 ‘경험 설계자’가 돼야 한다라고요. 국내 언론사들이 가장 취약한 분야가 바로 여기입니다. 기자들은 프로덕트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고, 기타 부서에선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프로덕트 개발을 반본적으로 체계적으로 실행해 본 적이 없고. 그래서 국내에서 수용자 수익 모델이 쉽게 등장하지 않는다고 보는 편입니다.

이제 결론을 지어볼까요? 뉴스 사업은 서비스 사업입니다.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3단계의 과정을 직접 제어하고 개선해야 하는 숙명을 갖춘 산업입니다. 유통과 소비에 대한 이해과 관리를 잃어버린 뉴스 사업자는 콘텐츠 제공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CP적 역할은 소규모 언론사나 1인 미디어에게 적합한 모델입니다. 점차 커져가는 뉴스 사업자가 취해야 할 경로는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뉴스를 사업으로 이해하고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프로덕트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고품질 저널리즘만으로 정말 무너지는 저널리즘을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한국은 이 자체도 긴급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 고품질 저널리즘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 상황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고품질 뉴스 생산자가 지속할 수 있는 구조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어쩌면 독자들은 뉴스 사업자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이 도출될 수 있고, 더 다양한 사업으로 연결되고 확장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뉴스(사업)=서비스, 이 접근법을 내려놓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