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비즈니스

헤럴드 매각으로 본 국내 신문사의 시장 가치

올드 미디어가 500~1000억원에 인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

이성규 2019년 0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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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요약 : 중흥건설이 헤럴드경제를 인수했습니다. 47.78%로 경영권 인수하는 조건이라도 합니다. 홍정욱 대표가 내외경제신문을 ㈜신동방으로부터 지분 50%를 인수한 게 2002년입니다. 17년 만에 헤럴드는 새로운 주주의 품으로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지난 17년 동안 내외경제신문의 브랜드는 헤럴드로 변경됐고, 다양한 자회사를 가진 그룹으로 성장을 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고 구조조정도 진행된 것으로 압니다.

인수 방식과 ㈜헤럴드의 추정 가치 : ㈜헤럴드의 가치는 중흥토건이 2019년 5월22일 공시한 자료를 통해 정확하게 추정해낼 수 있습니다. 중흥토건의 (주)헤럴드 지분 47.78% 인수 가액은 68,430,000,000원입니다. 주당 가치로 환산하면 주당 약 7만1610원이 되는 셈입니다. 여기에 ㈜헤럴드의 총 발행주식수(2,000,149주)를 곱하면 추정 벨류에이션은 1432억3066만원입니다.

저는 47% 지분 인수 가객은 500억원 이하, 기업가치 1000억원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범위를 훌쩍 넘었더군요. 간과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헤럴드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이 포함돼 있는데요, 여기에 여러 자회사가 등재돼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자산이 ㈜올가니카홀딩스였습니다. 연결감사보고서에는 보이지 않던 이 자산이 일반 감사보고서에서는 확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헤럴드 매각의 함의 (1) 인수 주체와 시너지 : 여기서 해외 인수 사례를 여러차례 소개해왔는데요. 영미 쪽은 주로 미디어와 미디어 간의 인수합병 사례가 많은 반면 국내에선 건설사의 인수 흐름이 두드러집니다. 아쉬운 건 신문(경제신문)과 건설사의 미래지향적 상호 시너지가 크지 않음에도 이런 경향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입니다. WP를 인수한 베조스처럼 고객중심주의와 IT 기반 새 수익 모델을 결합시키는 효과도, 쿼츠를 인수한 우자베이스처럼 미국 시장 진출과 커뮤니티 노하우를 접목하는 시도도 찾아보기 어려울 듯하다는 느낌이랄까요.

인수 시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해럴드경제만 보면 영업이익이 최근 3년 동안 감소하는 추세였죠. 그래도 2002년 만성적자이던 내외경제를 흑자로 전환시켰으니 대단한 성과이긴 합니다만 최근 실적이 약간 하향추세인 건 인수자 주도권이 강해질 틈이 보인다는 신호입니다. 결국 건설사의 이해관계와 압력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뉴스가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도 하네요. 어찌됐든 홍정욱 대표는 올가니카에 더 집중하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한 측면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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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매각의 함의 (2) 기업가치와 스타트업 : 앞서 소개했지만, ㈜헤럴드의 시장가치는 대략 1430억원대로 확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올가니카홀딩스의 가치가 포함돼 있습니다. 홍정욱 대표는 올가니카홀딩스의 지분 100%를 되사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현재 이 올가니카홀딩스의 장부가액은 44억 원 정도입니다. 이 자체가 시장가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미 계약과정에서 홍정욱 대표는 되사는 가격을 대략적으로 중흥토건과 합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가격이 얼마냐에 따라 언론사로서 ㈜헤럴드의 순수 가치가 파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가니카의 자산을 제했을 때 ㈜헤럴드의 가치는 1000억 원 내외(저는 1000억 원 이하로 추정합니다만)일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경제지에 교육 자회사를 거느린 수십년 된 신문사의 가치가 1000억 원 내외인 점은 여러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2014년 한국일보가 동화기업에 매각될 때 지분 60%의 인수 가액은 308억 원이었죠. 전체 가치는 대략 500억 원 내외라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굴지의 언론사들을 1000억 원이 되지 않는 금액으로 100% 인수할 수 있는 시점에 왔다는 사실은 여러 모로 복잡한 생각을 남기게 합니다. 약 300~500억 원만 조달할 수 있는 나름 굴지의 중견 언론사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사실 1000억 원 대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국내 스타트업은 의외로 많죠.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만 하더라도 이미 기업가치 2000억 원 대를 돌파한 지 오래입니다. 경제 뉴스를 발행하는 리멤버앱의 개발사 ‘드라마앤컴퍼니’도 한때 1000억원에 가까운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현재 퍼블리의 기업 가치가 대략 100억원 내외(추정)인 점 등을 감안하면, 수 년 안에 중견 언론사와 콘텐츠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비슷해지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헤럴드경제와 한국일보 규모의 올드 미디어가 500~1000억원에 인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 이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주인이 바뀔 수 있는 올드 미디어도 즐비하다는 사실, 이것이 시장에 주는 신호가 뭘까요? 앞으로 경영 상황이 더 열악해지고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올드 미디어가 늘어나게 된다면, 건설사가 아니라 규모를 키운 스타트업이 그들을 인수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해진다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단 그것의 매력의 여전히 유효할 때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