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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잃어버린 10년' 벗어나려면

뉴미디어 뉴스/소셜미디어와 저널리즘 2013/05/22 11:46 몽양부활

이성규 2019년 06월 10일

10년이 사라졌다. 시계추는 멈춰 섰고 시침은 갈 길을 잃어버렸다. 먼지는 수북수북 쌓여가고 있어 다시 작동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고장 난 원인도 알고 결과도 흐릿하게나마 보인다. 하지만 고칠 생각은 않고 옆집 새 시계만 들여다본다. 한국 언론의 풍경을 묘사하자면 딱 이러한 형국이다.

바야흐로 인쇄 미디어의 시대에서 디지털 스트리밍 미디어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신문을 위시한 올드미디어의 수익률은 현저하게 낮아지고 있다. 신문은 버려졌고 PC 웹조차 뉴스 소비와 유통의 중심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 모바일은 뉴스 소비의 핵심 경로로 자리를 꿰찼다. 모바일 뉴스 트래픽이 PC 웹 트래픽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해외 언론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해외 유력 언론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실험에 나선다. 오픈 저널리즘이라는 신조류가 등장했고, 데이터 저널리즘은 각광을 받으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의 미디어 비평가들은 이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미디어의 미래’라는 평가를 내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속도 앞에서 한국 언론의 디지털 전환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무기력하기까지 하다. 뉴스의 미래와는 무관한 기계적 트래픽 경쟁에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다. 표현의 확장 도구로 의미를 부여받은 SNS는 ‘트래픽 펌프‘로만 동원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널리즘은 몇몇 연예 기사 ‘알바’ 고군분투와 인기 검색어 맞춤형 기사를 상징하는 단어로 추락하고 있다. 언론사 고위 임원들은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한국 저널리즘의 슬픈 현실이다.

외삽된 변수로서 네이버 뉴스스탠드는 한국 언론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뉴스 트래픽의 70~80%를 네이버에 의존하며 수익을 영위해왔던 언론사의 종속형 디지털 구조를 깨뜨렸다. 한국 언론사판 ‘유보된 디지털 전환‘의 폐해를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그래도 긍정적인 신호라면 디지털 시대의 생존을 위해 새출발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언론사 내부에서 일깨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욕타임스 snow fall의 교훈

2013년 퓰리처 기획보도 부문상을 수상한 뉴욕타임스 기획보도 ‘snow fall’은 여러모로 한국 언론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 캐스케이드 산맥에서 발생한 눈사태를 보도한 기사 snow fall은 산맥의 구조를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3D 이미지가 제작됐고 당시의 기상도를 역동적인 동영상에 담아 꽉 차는 화면 속에 표현했다. 목격자의 진술을 인터뷰한 음성과 영상이 곳곳에 배치돼있다. 1만7000단어라는 장문의 글임에도 지루하지 않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기사는 살아서 꿈틀 댄다. “독자들은 뉴욕타임스를 읽기 위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시청하기 위해 들어온다”는 질 에이브람슨(Jill Abramson) 뉴욕타임스 편집국장의 평가는 적확하다.

뉴욕타임스의 ‘시청하는 신문‘은 뉴스의 미래를 의미하는 동시에 디지털 저널리즘의 철학을 대변한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의 성과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위해 뉴스룸 내부에 다양한 직군들의 인재를 채용해왔다. 디자인 테크놀로지스트, 인터렉티브 뉴스 개발자, 디지털 플랫폼 에디터 등 한국 뉴스룸엔 생소한 직무와 직종을 지닌 인재가 수시로 보강된다. 기자와 기타 직군 인재들과의 협업 구조가 보편화돼있어 다양한 멀티미디어 실험이 가능하다. Snow Fall은 이러한 혁신적인 뉴스룸 구조의 인프라 위에서 탄생했다.

Snow Fall을 작성한 존 브렌치(John Branch)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번 기사처럼 긴 글(long-form)을 작성하면서 그리고 그 안에 프리젠테이션 요소를 삽입하면서, 독자가 얼마나 이런 기사 형태를 열망해왔는가를 증명해냈다. 우린 늘 독자들을 저평가해온 것 같다”

존 브렌치 기자가 언급한 것처럼 독자는 이미 저 멀리 앞서서 나아가고 있다. 특히 한국의 독자들은 더 빠른 속도로 디지털 세계 속으로 질주하고 있다. 어쩌면 가장 저평가 받고 있는 독자가 바로 한국의 뉴스 독자일 것이다. 수년간 혐오스럽고 불쾌하며 노골적으로 선정적인 광고를 감내하면서까지 언론사 뉴스를 소비하며 그들의 수익을 채워준 이들이 누구던가.

트위터 등 SNS 영향으로 짧은 호흡의 기사만 소비한다는 언론사 내부의 볼멘소리는 이러한 흐름에 눈감은 일부의 감일 뿐이다. 장문의 기사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탄식에 앞서 독자의 변화된 뉴스 소비 양태를 어떻게 이해하고 반영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독자를 선정적인 연예 뉴스나 소비하는 부류 따위로 치부하는 뉴스룸 내부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먼저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 언론의 디지털 전환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Snow Fall’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한국 언론의 잃어버린 10년은 자칫 잃어버린 20년으로 확장될 수 있다. 그 같은 위기의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네이버탓, 독자탓 하며 언론사의 핑계의 명분을 찾는 사이, 더 강력한 뉴스 유통 플랫폼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는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네이버가 뉴스스탠드로 개편한 것은 분명한 기회이다. 그리고 더없는 선물이다. 언론사 스스로의 역량으로 디지털 존재화 할 것이냐 아니면 잊혀질 것이냐 선택만 남았다. 윤전기 시대에 대한 미련은 이제 고이 접어놓을 때이다. 결국 키는 언론사가 쥐고 있다.

  • 이 글은 모 기관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