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비즈니스

언론사 디지털 영상 실험의 한계와 해결 방안

실험이 실험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딛고 있는 플랫폼과 그것을 둘러싼 구조적 조건을 충분히 이해하고, 측정과 학습을 통해 성공을 위한 최적 함수를 가급적 빨리 찾아내야 한다

이성규 2019년 06월 20일

image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보시라’. ‘성공의 과실만 보려고 하지 말고, 성공을 만들어낸 접근법을 배우시라’라고 말이죠. 결국 오늘도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될 듯합니다.

미디어 소비의 결정 구조 : 먼저 아래의 계층 구조를 봤으면 합니다. ‘제가 도식화해본 구조입니다. 시대는 세대를 낳고, 세대는 미디어 플랫폼을 낳고, 미디어 플랫폼은 새로운 포맷을 낳고, 새로운 포맷은 새로운 콘텐츠를 낳는다.’ 이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설계는 어떠한 집단의 문제로부터 시작됩니다. 요즘처럼 미디어 플랫폼이 넘쳐나면 날수록 문제에 기반한 플랫폼의 설계와 기획은 당연한 절차로 자리를 잡습니다. 이를테면, 페이스북의 빈틈을 치고 들어, 차별화된 영상 플랫폼을 만들어내기 위해 10대(Generation Z)를 공략한 스냅챗이 대표적입니다. 아시아 지역에선 틱톡이 될 수 있겠네요.

서로 다른 미디어 플랫폼의 해당 세대 집단의 특성을 반영해 주류로 유통되길 원하는 포맷을 제시합니다. 사용자들이 이를 주도하긴 하지만 초기엔 ‘마중물’ 전략에 따라 미디어 플랫폼 설계자가 이를 관장합니다. 틱톡의 세로형 15초 포맷 음악, 스냅챗의 세로형 10초 엔터 포맷처럼 플랫폼 설계자는 규칙과 통제를 통해 포맷을 사용자에게 제안합니다. 당연히 미디어 설계자가 의도한 포맷에 최적화한 콘텐츠가 제출되면 설계자는 이를 더 많은 이들에게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으로 조작합니다. 이러한 구조 저 아래에 콘텐츠가 존재합니다.

아래 제 도식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뜨는’ ‘성공하는’ 콘텐츠는 당대의 특정 세대의 선호와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설계된 플랫폼에 최적화돼 제작된 내용물입니다. 따라서 성공하는 콘텐트는 철저하게 아래 도식의 구조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image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미디어 플랫폼의 작동 방향입니다. 미디어 플랫폼은 작은 고객 집단의 필요를 만족시킨 이후, 서서히 다른 인근 집단을 흡수하기 위해 확장의 방향을 채택합니다. 20대를 코어 집단으로 상정하고 일정 수준까지 만족시켰다면, 30대, 10대, 40대, 50대로 서서히 방향을 틀어갑니다. 규모를 확보하기 위한 확장 전략인 셈입니다. 대부분 미디어 플랫폼의 성장 경로는 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합니다.

도식으로 본 언론사 영상 실험 문제점 : 최근 신규 론칭한 신문사의 영상물들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이미 성공적으로 안착한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기대만큼의 수용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통상 성공의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영상물들은 비슷한 패턴을 띱니다. ‘미디어 소비 구조의 이해 결여’. 저는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성공적인 콘텐츠가 탄생하려면, 플랫폼에 최적화한 포맷을 맞춰야하고, 그 시대가 주조한 세대의 성향과 선호를 이해해야 합니다. 스스로가 플랫폼으로 성장하지 않는 이상, 특정 플랫폼 중심의 콘텐츠 전략을 짤 때엔 이러한 미디어 소비 구조의 이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 15초짜리 틱톡에 최적화한 영상 콘텐츠를 등록하면 효과는 높아지지 않습니다. 유튜브는 광고조차 붙이기 어려운 그런 류의 콘텐츠를 의미있게 노출하지 않습니다. 각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그들이 유도한 방향으로 콘텐츠가 생산되고 소비되길 독려합니다. 알고리즘은 그런 통제 장치일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사들은 이러한 구조를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충분히 분석하지도 않습니다. 수용자 분석도, 플랫폼 분석도, 포맷 분석도, 시대 분석도 너무나 빨리 해치워버립니다. 정밀하지 않고 면밀하지도 않습니다. 허술한 분석 위에 올려진 콘텐츠로 ‘대박’을 기대하는 건 ‘운’을 따르겠다는 메시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운을 ‘인과의 과학’의 바꾸기 위해서는 분석에 기반한 유효한 학습이 전제돼야만 합니다.

image 이필성 샌드박스 네트워크 대표

수용자 집단의 파편화과 전략 : 도티로 유명한 샌드박스의 이필성 대표는 오늘 C-Rocket 콘퍼런스에서 이런 키워드를 꺼내더군요. ‘세부 관심의 시대’, ‘Under Served’. 두 키워드는 닿아있습니다. 수용자는 세대별로도 분류되지만, 각 세대는 다시 취향별로도 분류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변수로 평면을 그려 미디어를 점을 찍으면, 수많은 신규 미디어의 빈 공간이 보이게 됩니다. 취향과 관심의 수가 커지면 커질수록 요구되는 미디어의 수는 더욱 늘어나게 됩니다. 바로 여기에서 ‘Under Served’ 즉 충분한 콘텐츠를 공급받지 못하는 층이 보이게 된다는 겁니다.

저는 이렇게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여전히 정보나 콘텐츠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정말 그렇습니다. 하지만 현재 언론사가 생산하는 정보나 콘텐츠는 획일적이고 다양하지 않으며 깊이의 차별이 한정적입니다. 취향이 다양해진다는 건 그 취향을 갖춘 수용자들이 요구하는 콘텐츠의 깊이나 수준도 다양해진다는 뜻입니다. 이런 수요들을 MCN 사업자나 미디어 커머스 스타트업들은 사활을 걸고 뛰어들고 있는데, 언론사들은 발견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분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이지 않은 영상물들의 콘텐츠들의 공통된 특성이기도 합니다.

image

One More Thing : C-Rocket 콘퍼런스에 무대에 오른 여러 콘텐츠 사업자들의 발표 내용 가운데 귀를 따갑도록 자극한 또 하나의 키워드가 있었습니다. ‘저비용 고효율 콘텐츠‘(콘텐츠 가성비)입니다.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일수록 더 절박했습니다. 이마트24 소속의 한 연사는 ’지속 생산 가능한 콘텐츠‘라고 표현했고, 쿠캣 대표는 ’저비용 효율적 콘텐츠 제작 시스템‘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제작비를 절감하면서 효율과 퍼포먼스를 높일 수 있는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이들뿐 아니라 언론사에게도 중차대한 과제입니다. 영상 채널을 오래 운영해본 언론사일수록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제법 큰 비용을 들여서 영상 제작에 나섰지만, 반환되는 수익은 크지 않아서 눈치가 보인다고 토로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마냥 비용을 투입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광고 수익이 충분하지도 않고. 결국 비용을 절감하거나 더 많이 외부에 내다팔거나 하지 않으면 실험은 지속가능해지지 않게 됩니다.

언론사들이 제작한 영상물들을 보면, 너무 ‘힘’을 준 나머지 당분간 ROI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이 보입니다. 영상 제작의 목표가 영향력의 확대 또는 신규 독자의 모객 그 자체인 경우라면 모를까, 수익 구조와의 연결을 전제로 한 시도라면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유튜브 등의 채널은 TV와는 다릅니다. 수용자들은 TV 콘텐츠를 대하는 태도로 유튜브에 오지 않습니다. ‘음악캠프’를 시청하기 위해 틱톡에 가지 않습니다. 미디어 플랫폼이 요구하는 최적 콘텐츠 포맷이 서로 다르기에 수용자들도 다른 태도를 갖고 접근합니다. 신문사가 유튜브에 뉴스 영상을 제공하면서 지상파 메인 뉴스급 포맷과 비용(설비, 인력, 장치 포함)으로 제작한다면? 비용 회수는 요원한 문제가 될 겁니다.

실험이 실험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딛고 있는 플랫폼과 그것을 둘러싼 구조적 조건을 충분히 이해하고, 측정과 학습을 통해 성공을 위한 최적 함수를 가급적 빨리 찾아내야 합니다.

영상 콘텐츠 실험을 나선 언론사들 담당자들에게 권해봅니다. 성공한 MCN 사업자나 미디어 커머스 기업과 협업해 보는 기회를 갖거나 혹은 탐방을 가서 그들이 작업하는 프로세스를 배워보면 어떨까 합니다. 그대로 따라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무엇을 보완해야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지 곧바로 파악하게 될 것입니다. 콘텐츠를 무기 삼는 행위자들임에도 언론사와 MCN 사업자의 접근 방식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는 걸 오늘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더 읽어보면 도움이 되는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