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스터디

부산일보 네이버 편집판 전략에 대한 생각과 반론

'따옴표 저널리즘'으로 기존 언론사 구독 그룹의 상위 5위 선택지 들 수 있을까

이성규 2019년 09월 28일

“우리나라는 포털과 모바일을 통한 뉴스 유통 비중이 월등히 높다. 이 같은 뉴스 유통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네이버의 지역 매체 배제는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틀어막고 서울의 여론만 확대재생산하는 결과를 낳는다. 지역 매체에게는 디지털 공론장에서의 도편추방이나 다름없다.”(2019년 3월,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성명서 일부)

1) 부산일보 등 지역신문의 네이버를 통한 전국지화 전략은 적절한가

어느 신문이든, 디지털을 강화하는 목적은 올드 미디어에서 감소하는 수용자를 재확대, 보전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지탱하는데 있다고 봅니다. 부산일보가 네이버에 입점해 수용자를 확대하려는 전략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고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네이버를 통한 전국지화 혹은 종합일간지와의 전면 경쟁 전략이 과연 타당한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수용자를 확장하기 위해서 현재 발 딛고 있는 지역과 인근 지역의 수용자 관통율(penetration rate) 혹은 도달율(reach)를 높이는 방안이 있을 것이고, 아예 동떨어진 지역의 수용자로 곧장 직행해서 확장하는 방안 크게는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겁니다.

현재 부산일보가 네이버 편집판을 통해 구사하는 전략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김지방님은 오히려 후자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1단계로 전자 중심의 전략을 취한 뒤에 2단계로 후자 전략을 검토는 해볼 수 있다고 봅니다. 후자 중심으로 전략을 취할 경우 상당한 리소스가 소요되거나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어뷰징 유혹’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근거는 ‘현재 상태의 역량 기득권’ 때문입니다. 부산일보의 역량 기득권은 부산에 집중돼있습니다. 부산과 관련한 뉴스와 정보를 생산하는데 있어 강력한 기득권을 지닙니다. 하지만 부산 외 보편적 뉴스, 종합일간지의 주요 뉴스 영역과 경쟁하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리소스 결핍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예를 들어, 정당, 청와대, 정부 부처 등 권력 기관 출입에서 서울에 중심을 둔 종합일간지들고 뉴스 경쟁을 전개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웬만큼 규모가 작은 언론사들보다 부산일보의 취재 리소스는 더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커버리지 경쟁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취재 리소스 부족은 곧장 ‘따옴표 저널리즘’으로 직행하는 경로입니다. 이미 쏟아지는 브리핑에 보도자료를 소화하기도 벅찬 터라, 결과적으로 받아쓰기 기사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게 됩니다. 종합일간지와의 경쟁에서 차별적 지점을 확보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지는 구조인 거죠. 다수의 지역언론사들이 자사 지역구 의원, 자사 지역구 관련성이 높은 상임위나 코멘트에 지붕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리소스 결핍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었습니다.

정리하면, 부산일보가 네이버 편집판에서 종합일간지와 정치 뉴스 등을 중심으로 경쟁을 펼친다는 건 '리소스 결핍의 함정'과 마주하겠다는 선언이면서 차별화 전략의 포기를 의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시점에 따라 반짝 트래픽의 결과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굳이 유사한 기사를 생산하는 종합일간지가 있는데 고만고만한 따옴표 저널리즘 기사를 소비하기 위해 부산일보를 구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2) 네이버 구독의 상위 언론 쏠림 현상과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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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편집판의 구독 경향성에 대한 분석도 빠져 있어 보입니다. 부산일보의 현재 전략이라면 언론사 /구독자 양극화 구조에서 하위권에 이름을 보태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9년 8월 발표한 보고서 ‘포털 등의 알고리즘 배열 전환 이후 모바일 뉴스 이용 행태)’를 먼저 읽어봐주시기 바랍니다.

이 결과를 보면, 네이버 이용자의 76.1%는 언론사 편집 채널을 구독한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약 23.9%가 네이버 언론사 편집 채널을 구독 중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들 구독자의 76.4%는 1~5개를 구독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무엇을 말하고 싶냐면, 부산일보가 네이버 편집판에서 구독수를 증대시키려면 (네이버 이용자 약 24%에 해당하는 기존 언론사 구독 그룹들에게 상위 5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존재감을 발휘해야 합니다. 아니면, 구독하지 않는 76%를 부산일보만의 매력으로 구독자로 불러오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5곳 중의 하나로 부산일보가 꼽히기 위해선 종합일간지가 생산하는 뉴스와 유사한 아이템에 스타일, 톤 등 전형성으로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부산일보는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그 76%의 수용자들은 누구냐? 대략적으로만 추정하면 뉴스를 적극으로 소비하는 수용자들이 아닐 겁니다. 그들을 뉴스의 전형성, 공급자 중심의 아젠다로 끌어오는 건 너무나 안이한 전략입니다. 그들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결국 부산일보의 현재 전략은 일정 수준으 구독 천장을 돌파하진 못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3) 지역신문의 수용자 확장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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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편집판에서 종합일간지들이 구사하는 뉴스 배치 전략을 취하면 전국지가 될 것이라는 접근법은 전형적인 공급자적 사고입니다. 조선일보가 소수의 특파원 리소스로 워싱턴의 정치 뉴스를 영어로 생산하면 워싱턴포스트와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아주 단순하고 공급자적 전략입니다. 통상 이런 전략은 타깃 오디언스 분석은 배제한 채, 시장 분석은 가벼이 여긴 채, 상대 강점을 얕잡아볼 때 테이블 위에 올라오게 됩니다.

네이버 언론사 편집판을 구독하는 사용자, 편집판을 구독하지 않는 사용자의 오디언스 분석은 전혀 없이, 전국 뉴스를 다루면 구독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아주 단순한 접근법이 디지털 전략의 의사결정을 좌우한다는 사실은 무척 서글픈 일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부산일보 웹사이트의 직접 방문 비율은 시밀러웹 기준으로 11% 정도 됩니다. 이는 부산지역 유가부수 1등 신문인 조선일보(26%)와 비교할 때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산일보 웹사이트의 검색 의존도는 약 80%인데, 토트넘 맨유, 우주소녀, 유재석 등입니다. 부산 관련 키워드로는 유입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다시 말해 충성 구독층은 적고 트래픽 몰이를 위해 키워드 어뷰징을 즐겨해왔다는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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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민들을 장악했다는 착시에 빠져들게 하는 현상입니다. 맞습니다. 부산일보의 월 방문수는 대략 250만. 부산 인구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고 볼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순방문자수의 지역 특성을 파악해 본다면, 저는 부산 인구의 몇 %를 핵심 독자로 보유하고 있는지 솔직히 의문스럽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부산-울산-경남의 수용자 축을 네이버 등을 통해서 우선 장악하는 것이 현재의 상태를 감안할 때 ROI를 높이는 경로라고 생각합니다. 부산일보가 사정이 아주 넉넉하다면 문제는 다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2018년 회계연도에 400억 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한 시점에서 본다면, 서울 종합일간지와의 동일 출입처, 유사 이슈에 대한 경쟁을 진행한다는 건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부산 지역의 독자들이 생각하는 부산일보의 보도 방식 및 내용, 디지털 유통 방식의 불편함을 먼저 확인하고 이들을 우선적으로 부산일보의 디지털 자산으로 확대하는 것이 비즈니스 측면에서든, 수용자 확대 전략에서도 ROI 높은 전략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더 분석할 거리가 많긴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산일보를 아끼는 독자 중의 한 사람으로, 부산일보와 네이버의 관계는 이후 지역언론들이 네이버와의 관계를 맺는 데 중요한 선례가 된다는 사실을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지역의 목소리를 틀어막고 서울의 여론만 확대재생산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애초의 취지와 명분 그리고 문제로 해결하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자칫 무리수를 두다가 지역언론이 추가로 입점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 더 말하는 건 의미가 없을 듯하여 여기서 맺겠습니다.

부산일보의 강점을 잘 드러낸 사례 : 지역 언론의 노력들1 : 부산일보, ‘강한 기획 보도’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