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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로 바뀐 내 일상 그리고 Cross Screen 전략

뉴미디어 뉴스/뉴미디어와 모바일 2010/04/04 14:23 몽양부활

이성규 2020년 01월 06일

만약 아이패드를 산다면?

제가(@dangun76) 아이패드 32GB 3G(무제한 요금제)+WIFI 탑재 모델을 구매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날짜는 오는 7월 1일입니다.(그때쯤이면 들어오지 않을까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오전 7시 아이폰의 알람 소리를 듣고 기상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폰의 날씨앱을 확인한 뒤 오늘 우산을 들고나갈지 옷은 어떻게 입을지를 결정합니다. 아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30분 정도 아침 운동을 마칩니다. 8시 5분 전, 마을버스를 타기에 앞서 버스앱을 활성화시킵니다. 여느 때처럼 8시에 마을버스가 도착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정류장으로 나갑니다.

노트북 가방엔 아이패드도 함께 챙겨 갑니다. 생각보다 어깨가 무겁지만 이 정도는 견딜 만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마을버스에 오르기 전 편의점에 가서 600원을 내고 신문을 사봤습니다. 3600원씩 4주. 매달 1만4400원을 신문 구매에 썼습니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더이상 신문 구매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편집의 가치'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A신문의 아이패드 앱을 구매했기 때문입니다. 아이패드에서 A신문 앱을 월 1만원에 구매했습니다. 저로선 한 달 4400원을 아낄 수가 있습니다.

매일 사던 신문 더이상 사지 않는다...아이패드앱으로 대체

지하철로 갈아타면서 다시 아이패드를 가방에 넣습니다. 그리고 아이폰을 듭니다. 파랑새로 트위터를 엽니다. 멘션과 DM을 확인하고 타임라인에 올라온 각종 정보와 링크를 주의 깊게 살핍니다. 하지만 걸어다니는 중에 글을 쓰기엔 너무 위험합니다. 일단 보기만 합니다.

다시 지하철에 오릅니다. 잠시 지하철 신문 가판대에 눈이 갔습니다. 타 신문의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구매는 하지 않습니다. 헤드라인을 보고 아이폰의 B신문 앱을 켰습니다. 내용을 무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굳이 돈 내고 아이패드 앱을 사지는 않습니다.

만원 지하철입니다. 저는 일찍 탄 덕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패드를 다시 꺼내 메일을 확인합니다. 키보드독을 연결해 글을 쓰려니 덜컹거립니다. 불편합니다. 자판 하나하나를 눌러 답장을 보내려니 내용이 너무 깁니다. 일단 확인만 하고 RSS 리더앱을 실행시킵니다. 오늘 오전에 나온 블로그 정보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어내려 갑니다. 아이폰은 화면이 너무 작아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았는데 큰 화면으로 보니 여간 편한 게 아닙니다.

어제 읽었던 IBOOKS에서 산 책을 다시 꺼내봅니다. 아이패드의 터치를 이용해 손가락으로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기는데 뭔가 따가운 시선이 느껴집니다.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졸린 눈으로 나의 아이패드를 바라보고 있던 한 중년의 직장인입니다. 신기한 듯 아이패드와 나를 번갈아가며 쳐다봅니다. 고개를 올려보니 그런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닙니다.

그들의 시선에 아랑곳않고 계속 책에 집중합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깊이 터치해 내용을 확인합니다. 저는 Ken Doctor의 'Newsonomics'를 읽고 있습니다. 물론 영문 서적입니다. 한글 책을 보려니 여전히 콘텐츠가 부족합니다. 신간이 등록되길 기다리기가 어려워 필요한 건 그냥 서점에서 종이책을 구매하고 맙니다.

사무실에선 좌 노트북 우 아이패드

왠지 있는 척한다는 눈초리가 부담스러워 다시 A신문을 아이패드에서 펼칩니다. 1면의 주요 헤드라인을 확인하고 뒤로 넘깁니다. 국제면, 사회면을 보고 여론면을 읽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왼쪽엔 노트북을 오른쪽엔 키보드독 위에 아이패드를 올려놓습니다. 좌 노트북, 우 아이패드입니다. 회사 관련 업무는 노트북으로, 트위터와 블로깅, 독서 등 사적인 업무는 아이패드로 처리합니다. 역시 직장 동료들도 신기한 듯 절 쳐다봅니다. 처음엔 몇 명이 모여들어 "이게 뭐냐" "나도 써보자"며 호기심을 나타내더군요.

점심 시간, 밥 먹는 길에 아이패드를 가져나왔습니다. 회사 옆 공원에서 잠시 쉬며 책이라도 읽을 요량이었습니다. 직사광선 하에서는 화면을 볼 수 없기에 그늘진 소나무 아래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등을 기대고 지하철에서 다 못 봤던 'Newsonomics'를 꺼내봤습니다. 예전엔 책 들고 공원 나오기가 뭣했는데 아이패드를 들고 나오니 한결 마음이 편합니다. 틈틈히 읽는 독서량도 늘었습니다. 단지 독서 하다 인터넷 서핑을 넘어가려는 욕심 때문에 집중이 덜 되는 게 걸립니다. 이건 나의 습관의 문제인 듯합니다.

(퇴근길은 주로 술자리라 더 쓸 얘기가 없네요. 오히려 주말편이 낫겠습니다. 그건 다음에)

아이패드는 'Cross-Screen' 전략의 실험태

저는 아이패드를 애플의 'Cross-Screen' 전략의 '실험태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동일한 콘텐츠(그것이 신문이든 게임이든)의 소비를 위해 공간에 따라 디바이스를 바꿔타야 하는 불편한 현실을 보며, 이를 관통할 수 있는 하나의 미디어 디바이스 플랫폼을 떠올렸다고 봅니다.

이동중엔 아이폰을, 직장에선 노트북을, 다시 집에선 TV를 이렇게 Screen을 변경하는 건 콘텐츠 소비자 입장에선 거추장스럽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어지는 콘텐츠 소비의 연속성을 담보해주기에 아이폰은 부분적인 취약점이 존재합니다. 작은 화면 크기 때문입니다. 신문을 보기에도 게임을 즐기기에도(예를 들면 바둑을 두기에도), TV를 보기에도. 즐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한 감흥을 느끼기엔 10~20%가 부족합니다. 이 시장을 겨냥했다고 생각합니다.

공간 공간마다의 주 활용 Screen에 집중하면서 PC와 휴대전화, TV를 경계를 아우르고 관통할 수 있는 새로운 Screen 시장을 넘봤던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Cross Screen이라고 불러봅니다.

콘텐츠는 이미 클로스 플랫폼 시대에 대비하면서 플랫폼과 스크린을 언제든 넘나들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해왔습니다. OS든, 브라우저든, 디바이스든 각각의 플랫폼 환경에 맞게 사용자에게 혁신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수없이 버전을 업그레이드하고 표준에 맞게 잘 매만져왔습니다. IPTV면 IPTV 미들웨어에 맞게, 아이폰이면 아이폰 버전에 맞게, IE면 IE에 맞게, FF면 FF에 맞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해 수많은 땀을 흘려왔습니다.

아이패드는 이 구도를 해체시키고 있습니다. 콘텐츠 사업자가 매일매일 등장하는 수많은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 포맷을 개발하는데 공을 들일 게 아니라, 콘텐츠 그 자체의 제작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집중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데 초점을 맞춘 것 같습니다.

내방 같은 '개인 공간' 노리던 TV와 넷북 업체엔 타격 줄 듯

소비자는 하나의 콘텐츠를 연속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스마트폰, PC, TV로 Screen을 Switch해야 하는데요, 여기에 불편을 느끼는 소비자를 애플은 겨냥했다고 여겨집니다. 거실에선 TV로, 본인 방에선 아이패드로 TV나 영화를 시청하게 될 것입니다. '1가구 다TV 시대'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TV가 대형 모니터(아이패드와 연결되는 잭이 나온다면) 역할로 내 방에선 축소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패드와 TV를 연결시키면 큰 화면에서 Netflix와 Hulu 등으로 미드를 볼 수도 있겠네요.

키보드독을 붙여 이메일과 인터넷 서핑을 즐길 수 있습니다.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쓰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굳이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구비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아이패드는 또하나의 새로운 시장 포지션을 구성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Cross Screen 마켓입니다.

TV와 PC 특히 노트북, 데스크톱은 그 나름의 시장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급격한 변화가 오기보다는 폭발적 수요 확대에 아이패드는 걸림돌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패드는 다른 무엇보다 내 방과 같은 '개인 공간'을 겨냥한 Screen이기 때문입니다. '내방'까지 노리던 TV 생산 업체, 넷북 업체는 아이패드가 시장 지배력을 커지면 커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더 자세한 생각은 다음주로 미루겠습니다. 급하게 만들어야 할 발표자료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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