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사이언스 그룹이 입주한 애틀랜타의 빌딩. (출처 : Google Earth)

메일침프 공동창업자 벤 체스넛(Ben Chestnut)과 댄 커지어스(Dan Kurzius)는 자영업자의 아들이었습니다. 벤의 어머니는 미용실을 댄의 아버지는 빵집을 운영했더랬죠. 어릴 때부터 중소 자영업의 운영 방식을 곁에서 관찰하며 성장했습니다. 이들 두 공동창업자에게 자영업은 주변에 둘러싸인 가로수만큼이나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이들이 왜 중소 자영업 나아가 중소기업을 돕는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들이 2001년에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 로켓 사이언스 그룹의 시작은 웹디자인 에이전시였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는 있습니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프로처럼 보일 수 있도록 세련된 마케팅 수단을 갖도록 돕는 것이 그들의 목표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한때 이메일 소프트웨어는 고가의 솔루션이었습니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종사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무기였죠. 이들은 파격적으로 허들을 낮췄고 이메일 마케팅을 기본 수단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메일 마케팅을 검토할 때 적어도 영미권에선 메일침프를 배제하는 일은 거의 없죠. 그만큼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로켓 사이언스 그룹이 메일침프 등을 위해 외부 펀딩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20년 간 자신들의 창업자금과 이후 영업수익으로 이 정도의 규모를 일궈낸 것이죠. 대단한 사업가임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인튜이트는 왜 메일침프를 인수했을까?

인튜이트의 회계 솔루션 퀵북스.

인튜이트의 메일침프 매입가가 얼마인지 아시나요? 120억 달러입니다.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14조원입니다. 유료 사용자 80만 명에 일반 사용자 1300만 명을 보유한 메일침프가 무려 14조원의 가치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전 악셀 슈프링어에 인수된 폴리티코의 10배 가치입니다. 이미 시장에서 약 70~110억 달러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를 받고 있었는데요. 이를 뛰어넘었습니다.

이메일 마케팅 툴이 14조원? 국내로 따지면 토스의 기업가치 8조원을 훌쩍 넘어선 평가액입니다. 만약 한국의 메일침프라 할 수 있는 스티비가 10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어떤 생각일 들까요?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튜이트는 퀵북스(Quickbooks)라는 회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이 80%(온라인 포함)가 넘을 정도로 중소기업들 사이에선 거의 독점적인 회계 관리툴입니다. 한국에선 더존, 이카운트ERP 등과 비교할 만합니다. 퀵북스의 온라인 유료 고객은 2019년 기준 약 450만 곳. 하지만 코로나19로 중소 자영업자들의 타격을 받으면서 약간 주춤했던 모양입니다. 올해부터 다시 회복세를 걷고 있지만, 고객들의 근간이 흔들리면서 사업적 타격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닐 수도 있습니다. ) 다만 인튜이트는 중소 규모 기업들의 회복세가 완연해지면서 퀵북스의 시장을 훨씬 더 확대하려는 전략을 꾀하고 있었던 듯합니다.

퀵북스의 미국 시장 점유율

메일침프는 좋은 대안이었습니다. 이미 두 기업은 협업을 통해서 퀵북과 메일침프의 고객 데이터를 연동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적이 있었죠. 이를 통해서 퀵북의 사용자들은 그들의 고객들에게 세그먼트별로 자동 이메일을 발송할 수 있게 됐죠. 중소 기업들이 더 편리하게 이메일 마케팅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메일침프를 달리보게 됐을 겁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서도 확인하 수 있는 이번 인수의 핵심 사항은 “데이터 권력에 있었다”라고 했습니다. 퀵북을 사용하는 중소기업의 고객 데이터를 메일침프와 연결시켜서 고객에 대한 한결 더 고도화한 서비스와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인수의 결정적 계기가 이런 협업이었다는 것이 조금씩 보도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메일침프가 인수로 기대하는 것들

메일침프의 공동 창업자들

사실 우리는 메일침프를 이메일 마케팅 도구로만 알고 있죠. 하지만 공동 창업자의 꿈은 더 멀리 나아가 있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메일침프의 미래 모습은 이랬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소셜에 게시되는 디지털 광고, 마케팅 CRM, 쇼핑 가능한 랜딩 페이지, 포스트카드, 웹사이트, 스마트 콘텐츠 도구, 고도화 한 자동화 등 다양하고 새로운 채널과 기능을 출시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메일 마케팅 도구가 아닙니다. 우리는 올인원 마케팅 플랫폼입니다. 우리 제품과 팀이 계속 성장함에 따라 한 가지는 변함이 없습니다. 바로 약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Ben과 Dan의 사명입니다.

그렇습니다. 올인원 마케팅 플랫폼이 되려고 했던 거죠. 그 이해가 인튜이트와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퀵북과 메일침프의 협업 사례에서 확인됐고, 나아가 두 소프트웨어의 시너지가 훨씬더 방대하다는 판단을 했기에 최종적으로 인튜이트에 매각을 결정한 것입니다. 그들의 꿈, 올일원 마케팅 플랫폼을 이뤄내기 위해서도 인튜이트는 좋은 파트너였을 겁니다. 이미 호흡도 맞춰본 상태였고요.

비유하자면 스티비가 올인원마케팅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 더존에게 자산을 매각한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국내 뉴스레터 운영 언론사에 주는 함의

아무래도 CRM을 거론해야 할 듯합니다.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언론사들은 이메일 구독자와 본사 로그인 사용자/유료 구독자를 통합해서 관리하는 것이 비즈니스에 유리합니다. 자사 유료 구독자를 세그먼트별로 나누어서 개별적인 이메일 캠페인을 진행하려면 결국 독자 데이터가 연결돼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신문 구독자에게 더 낮은 가격의 디지털 유료상품을 제안하기 위해 이메일을 보내려고 한다면, 통합된 CRM 안에서 세그먼트를 나눌 수 있어야 하죠.

메일침프는 올인원 마케팅 플랫폼을 지양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돌파구를 꾸준히 마련해 왔습니다. 세일즈포스와의 협업도 퀵북스와의 관계도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현재 국내 언론사들은 스티비를 통해서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하지만 해당 언론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되지 않으면서, 이메일 구독자 따로 본지 구독자나 충성 사용자 따로 관리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스티비 입장에서 고객 데이터 통합 요구가 강하지 않은 언론사를 위해 더 많은 리소스를 투여할 동기가 없는 셈입니다.

오히려 이메일을 통해 상품 구매 전환을 목표로 삼는 일반 중소/대기업이 그들에겐 훨씬 더 매력적일 겁니다.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회계 시스템과 데이터 연동을 시도해 볼 여지도 더 높고요. 이 경우 스티비도 더 좋은 투자나 인수 제안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메일은 마케팅 도구입니다. Paid Newsletter 모델이 있긴 하지만 보편적이지 않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유료 구독자와 무료 구독자를 위한 뉴스레터를 구분하고, 유료 구독자에게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뉴스레터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무료 뉴스레터는 유료 구독자를 만들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 자체로 돈을 버는 모델이 아니라 유료 구독자들에게 제공하는 부가혜택을 설정하고 있는 것이죠. 서브스택도 최근 들어 Paid Newsletter인지 Paywall Website인지 경계가 모호해져가고 있죠.

메일침프나 서브스택이나 랜딩 페이지 구축 지원을 확대하고, 웹으로 확장하려는 이면을 들여다보면 조금더 명확하게 읽힙니다. 결국 뉴스레터 뒤에 더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어야 뉴스레터는 더 빛이 나게 됩니다. 뉴스레터는 더 좋은 비즈니스를 위한 전환의 도구이지 그 자체로 대단한 수익을 벌어내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구독자 정보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지 않은 이상 광고 수익(단가)도 꾸준한 성장을 만들어가는 데 한계를 노정하게 될 것입니다.

2005년 구축이 완료된 조선일보의 CRM 시스템 흐름도.(출처 : Zdnet)

결국 스티비도 그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언론사 고객들이 더 상세한 독자DB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만 할 것입니다. 해당 고객 언론사의 독자DB와 연결할 수 있는 고리도 만들어줘야 할 것이고요. 이미 스티비는 카페24를 시작으로 식스샵에 이르기까지 커머스 분야와의 데이터 연동을 꾸준하게 시도해 왔습니다. 노하우를 갖고 있는 셈이죠. 이를 언론사 영역까지 확장할 수만 있다면 언론사 고객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언론사가 먼저 자사 비즈니스 모델을 광고 중심에서 구독이나 커머스 중심으로 재편해야만 합니다. 뉴스레터를 위해서 언론사가 핵심 비즈니스를 변경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긴 합니다.

언론사의 뉴스레터가 사업적 가치를 높이고 스티비와의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메일침프가 그랬던 것처럼, DB 연결을 위한 작은 시도들부터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언론사가 자사 독자DB를 상세하고 온전하게 확보해야 하는 선결과제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그 중심에 CRM이 있다는 걸 잊으면 안되고요. 이런 파트너십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언론사는 스티브의 매력적인 파트너나 고객이 되지는 못할 듯합니다. 스티비는 기업 고객으로 더 집중하는 것이 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