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로 본 언론사의 미래 전략, 두 번째 중앙일보 편입니다. 앞의 조선일보 편은 도움이 됐나 모르겠습니다. 사실 신년사로 해당 언론사의 모든 전략을 추정해 낼 수는 없긴 합니다. 그저 예상하고 예측하는데 의미를 둘 뿐이죠.

조선일보에 이어 중앙일보를 선택한 배경에는 첫번째 글에서도 밝혔다시피 다수의 국내 언론사 종사자들이 '중앙일보의 디지털 전략'을 부러워하거나 동경하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그런 말씀을 덜할지는 모르겠지만, 사적인 자리에선 '중앙일보가 어떻게 할 거래?' '중앙 정도만 성공하지 않을까' 이런 말씀들을 종종 꺼내 놓습니다. 저도 수차례 들었던 경험이고요.

신년사를 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중앙일보가 얼마나 디지털을 강조하는지 말이죠. 막상 읽고나서 분석해 놓고 나니, 디지털 외에 무엇이 강조됐나 잘 기억에 안 남을 정도입니다. 그 정도로 디지털은 최근 4년 간 빠지지 않는 키워드였습니다.

최근 4년치 신년사로 추정한 조선일보의 미래 전략
언론사에 종사하고 계시는 기자들이나 경영진을 만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디지털 전략에 대해 평가나 전망해 달라는 요청받습니다. 두 신문사가 국내 언론산업에서 지닌 위상이나 상징성 때문일 겁니다. 특히 중앙일보는 수년째 여러 조사를 통해 디지털 부문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조선일보는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 다소간 뒤처진 듯한 인상을 주긴 했지만

디지털 디지털 디지털

아래 그래프부터 볼까요?

신년사를 쓴 홍정도 부회장은 2019년 이후 단 한번도 디지털이라는 키워드의 사용 빈도를 줄이지 않았습니다. 7회(2019), 11회(2020), 13회(2021), 13회(2022)입니다. 디지털에 대한 일관한 입장과 태도를 견지하면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을 '당부'합니다.(참고로 당부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합니다.)

4년 전체로 보면 44회나 됩니다. 단일한 중앙그룹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우리'라는 지시대명사는 무려 58회나 사용했습니다. 중앙일보, JTBC, 메가박스, 휘닉스 등 중앙그룹 내 소속 계열회사 모두를 향한 메시지이기에 일체감을 드러내는 '우리'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그 우리를 위협하는 키워드가 4년 동안 디지털이었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고 봅니다.

디지털은 그 독립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콘텐트', '스토리텔링'과도 자주 붙어 다녔습니다. 중앙일보에 특별히 주문하는 방식으로도 디지털 콘텐트와 스토리텔링은 적잖이 발견이 됩니다. 디지털 혁신의 중심에 콘텐츠와 스토리텔링 기법이 있다는 걸 자각해왔다는 신호일 겁니다.

이제 아래 표를 보면서, 디지털에 대한 '진심의 강도'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아래는 제가 각 연도별 신년사에서 눈에 띄는 '단어 뭉치'를 자의적으로 뽑아낸 것들입니다. 주로 목표와 관련된 문장이나 복합명사들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눈에 띄는 때로 정리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할 겁니다.  

연도 플랫폼/비즈니스 부문 콘텐츠 부문 그룹 목표
2022 디지털 콘텐트 유료화의 원년 오피니언 강조, 이용자 참여형 커뮤니티로, 심층 취재 성장하는 시장의 마켓 리더
2021 구독 모델 플랫폼의 완성 디지털 스토리텔링 강화, 기술 기반의 저널리즘 고객 모으기, 세계 언론의 디지털 개혁 선도
2020 신문 제작과 디지털의 분리 디지털 스토리텔링 개발, 합리적 균형잡힌 시각 전면적인 변화와 혁신, 다시 시작하는 중앙
2019 디지털 공간에서 더 많은 구독자 모으기 스토리텔링 기반의 새로운 시도로 차별화 아시아 최고의 영향력과 차별화한 콘텐츠, 2021년 2조 매출/ 2000억 영역이익

보시다시피 중앙일보는 '디지털 전환'을 단계적이면서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콘텐츠 부문'만 보면, 2019년 스토리텔링 기반의 새로운 시도를 강조한 뒤에 개발(2020) -> 강화(2021), 새로운 장르 제안(2022)으로 이어집니다. '단계적'이 지닌 장점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방향이 안정성을 지니고 예측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시류에 따라서 들쑥날쑥 한 일부 언론사와는 질적인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혁신을 일관되게 강조하는 이면으로 일부 디지털 콘텐츠의 '트래픽 몰이' 또한 포기하지 않고 있죠. EYE24팀의 활동이 대표적입니다. 중앙일보 방문자수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저널리즘의 품질에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위험 보도를 적잖이 일삼기도 했었죠.

‘커뮤니티 받아쓰기’ 언론, 이대로 괜찮은가
“‘월 30만원 생활비로 아내가 차려준 밥상입니다’”“이재용 부회장 딸이 ’브이로그‘에 입고 나온 옷 가격”“‘친정 간 사이에 남편이 여직원들과 홈파티를 했습니다’”“’세차하며 샤워까지 하는 손님이 CCTV에 찍혔습니다’”“서초에서 잠실로... 업무시간에 화장실 쓰러 집 가는 직원”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이 아닌 포털 네이버의 언론사 페이지다. 10월 28일 인터넷 언론 데일리안의 랭킹 뉴스 기사 제목이다. 첫 번째 기사는 댓글이 4700여개에 달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 기사 5건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인터넷 커뮤니

어찌됐든 이러한 부작용을 감안하면서까지 중앙일보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혁신에 꾸준한 투자를 해왔습니다. 몇몇 디지털 스토리텔링 프로젝트가 흔적을 감추기도 했지만 새로운 시도들을 만들어내면서 흐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중앙일보는 콘텐츠 측면에서 '오피니언'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감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일보를 '디지털 이용자 참여형 커뮤니티'로 진화하기 위한 차원입니다.

이 키워드의 목표는 간명합니다. '유료 전환', '영향력'과 '갈등 해소'입니다. '나는 저격한다'는 시즌1은 그냥 나온 발상은 아닌 듯 보입니다. 이미 시즌2를 예고한 바와 같이 중앙일보는 '나는 저격한다' 시리즈와 같은 '오피니언'을 디지털 유료화 원년 목표와 묶어서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피니언이 유료 전환에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 영향력을 증대하는데 훌륭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판단, 갈등 해소라는 저널리즘의 사회적 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사명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강화된 디지털 스토리텔링, 고품질의 오피니언 시리즈 물을 통해서 '마켓 리더'로서의 입지와 유료화 성공을 일궈내겠다는 의지를 그간의 신년사를 통해서 유추해 볼 수 있었습니다.

2025년 60주년과 디지털 유료 구독 20만(?!)

2022년 중앙일보의 목표는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의 원년'입니다. 이 선언은 2025년을 향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창간 60주년을 맞는 2025년에 대내외에 공표할 수 있는 유료화의 성공 사례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4년치 신년사를 통해서 읽어낼 수 있습니다. 유료 구독자수 어느 정도를 상정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중앙일보가 2019년부터 외쳐온 '아시아 최고의 영향력과 차별화한 콘텐츠' 더나아가 '세계 언론의 디지털 개혁 주도' 등을 감안하면 글로벌 수준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숫자를 만들고 싶어할 것입니다.

아래는 현재 해외 언론사들의 유료 구독자수입니다.

출처 : 100k Club: Top English-language news publishers reach 28m paying online readers 

글로벌 수준에서 유료 구독자 10만 클럽에만 들어가도 제법 가시성 있는 주목을 받게 됩니다. 우리가 이름을 들어도 알 만한 영미 언론사들도 100만 명 넘기기에도 벅차하죠. 뉴욕타임스의 목표 1000만 명은 꿈의 숫자입니다.

글로벌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외쳐왔던 중앙일보로서는 적어도 2025년을 기점으로 10만 클럽 그 이상에 위치하길 바랄 겁니다. 사실 20만 명만 넘어서도 25위권 안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중앙일보는 2025년 최소 20만 명 이상의 유료 구독자수를 목표로 잡아야 글로벌 수준에서 이름값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정도 부회장의 아시아, 글로벌 키워드를 부끄럽지 않게 하려면 이 수준에는 미쳐야 한다는 거죠.

이 과정에서 중앙일보가 일부 유료 구독 버티컬 언론사를 인수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뉴욕타임스가 와이어커터, 디애슬래틱의 덕을 보며 1000만 명 유료 구독자에 가까이 간 것처럼 말이죠. 이 옵션을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보고 있고요. 무엇보다 다양한 버티컬 미디어 / 프로덕트 개발에 더 투자해서 번들링 상품을 구성하는 시도도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전략을 모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전략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만 명 유료 구독자는 결코 만만한 숫자는 아닙니다. 정말 노력해서 로그인 독자의 10%를 유료 구독자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200만 명의 로그인 독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중앙일보는 2021년 말까지 약 32만 명의 로그인 독자를 확보한 상태죠. 아직 7배는 더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빈다.

만약 이탈자 관리까지 감안할 경우 20만 명은 도전적인 목표치임은 분명합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의 유료 구독자수 감소 사례가 보여주듯, 감소 없이 구독을 성장시킨다는 게 간단한 노력만으로 달성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탓입니다.  자력으로 2025년까지 이 지점에 오르지 못한다고 예상될 경우 인수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저는 보는 편입니다.  

중앙일보가 서비스 중인 주요 버티컬 콘텐츠들.

중앙일보의 미래 전략 요약

짧게 요약하자면 2개 정도가 아닐까 싶고요.

1) 디지털 스토리텔링 강화를 넘어 유료 기여 콘텐츠 장르/미디어의 개발과 확장

2) 2025년 유료 구독자수 글로벌 상위권 안착을 위한 관련 콘텐츠 투자와 기업 인수

대략 저는 이런 걸 떠올렸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유료 구독자라면 댓글로 생각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