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팟캐스트 유료 구독 서비스가 론칭했죠.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국내 크리에이터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있을 듯해서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애플 유료 구독 팟캐스트의 특징들

애플의 유료 구독 팟캐스트는 간단합니다. 먼저 잠재 구독자의 위치에서 한번 볼까요? 애플 팟캐스트 앱에서 '구독자'라고 표시된 유료 팟캐스트를 애플 아이디로 결제만 하면 됩니다. 가격은 0.49달러부터 시작된다고 하니 큰 부담없이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간간히 의무적으로 들어야 했던 스폰서 광고에서도 자유로워집니다.

크리에이터 입장으로 볼까요? 크리에이터는 애플 팟캐스트 커넥트에 들어가 채널 개설을 신청하면 됩니다. 수익은 크리에이터 70%, 애플 30%입니다. 단 세금을 제한 금액에서 70%입니다. 1년 동안 꾸준히 운영하면 배분받는 수익은 85%로 늘어납니다. 분명 매력적이죠. 워낙 결제 방식이 간편해 결제 마찰이 거의 없다고 해도 될 것입니다. 내부 스폰서 광고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면, 그 수익은 애플이 가져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팟캐스트만으로 지속가능한 수익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된 셈입니다.

이미 스포티파이에 선수를 빼앗긴 터라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표한 일정보다 다소 늦게 출시된 탓에 여러 비판들이 나오고 있지만, 오디오 분야에 공들여온 애플의 과거를 기반으로 판단컨대, 상당히 적극적으로 시장을 주도하려 들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로 인해 유료 팟캐스트 시장이 광고 기반과 유료 구독 기반으로 분화돼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도 점쳐 볼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애플 팟캐스트의 매력은 애널리틱스가 아닐까 합니다. 사용자 데이터를 넘겨주지 않지만, 콘텐츠를 개선하고 개발할 수 있는 데이터들은 충분히 확인할 수가 있죠. 애플의 노하우가 듬뿍 담긴 애널리틱스는 강점 중 하나일 수밖에 없기에 크리에이터들의 환심을 살 수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팟캐스트 채널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형 언론사들이라면 수익 창구 다각화 차원에서 애플의 플랫폼은 분명 검토할 만한 대상이 될 것입니다.

국내 팟캐스트 플랫폼의 흐름

사실 국내 팟캐스트 플랫폼들도 유료 구독을 이미 준비를 해오고 있습니다. 팟빵은 매거진이라는 탭을 통해서 월간 김어준(월 9900원)과 조용한 생활(월 7900원)을 론칭했죠. 아직 성과가 알려지진 않았지만, 서서히 유료 팟캐스트 구독에 대한 경험치가 쌓여갈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의 오디오클립도 유료 구독을 선언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물이 등장하지는 않은 상태죠. 하지만 올해 중에는 어떤 식으로든 출시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을 해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주목해야 할 기술로서 스포티파이의 OAP

스포티파이는 지난 4월27일 유료 구독 팟캐스트 프로그램에 대한 출시를 알리는 글에서 오픈 액세스 플랫폼(Open Access Platform)이라는 기술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적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건 기존 유료 구독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방식입니다. 스포티파이의 설명을 잠시 들어볼까요?

"다른 곳에 구독자가있는 크리에이터 또는 게시자입니까? 우리는 청취자가 기존 로그인 시스템을 사용하여 Spotify에서 콘텐츠를 들을 수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는 Spotify를 사용하여 기존 유료 시청자에게 유료 콘텐츠를 제공하고 관계를 직접 제어할 수 있습니다."

약간 이해가 되시나요? 오픈ID와 같은 방식으로 서로 연동하는 기술입니다. 유료 구독 플랫폼의 아이디와 스포티파이 아이디를 매칭해서, 유료 구독중인 크리에이터의 스포티파이 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아래 그림을 보면 조금더 이해가 쉬울 겁니다.

독자 데이터를 자신의 웹사이트 등에서 관리해야 하는 크리에이터 입장에선 무척이나 편리할 옵션입니다. 텍스테에서 팟캐스트로 구독 범위를 확장하고자 하는 크리에이터라면 더욱 유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곧 출시될 국내 팟캐스트 유료 구독 서비스들이 이러한 방식을 채택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국내 크리에이터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스포티파이로부터 시작된 팟캐스트 유료 구독 전쟁은 애플을 발화점으로 국내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팟캐스트를 꾸준하게 운영해온 크리에이터들에겐 자생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이전보다 훨씬 넓어진 셈입니다. 텍스트로 오디오로 유료 구독 모델을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팟캐스트만으로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하려는 그룹과 다른 유형의 유료 구독 콘텐츠에 팟캐스트를 추가하려는 그룹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겁니다. 팟캐스트만으로 유료 구독 모델을 운영하려는 크리에이터도 이미 팟캐스트를 운영 중인 분들과 처음으로 도전해 보려고 하는 분들 두 그룹으로 또 분류할 수 있을 테고요. 각각에 따라 취해야 할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 팟캐스트 비운영 - 유료 구독 팟캐스트 도전 : 이 그룹은 레거시가 없는 유형입니다. 말그대로 처음으로 유료 구독에 도전하는 그룹입니다. 애플이든, 스포티파이든, 팟빵이든 일단 시도 자체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환을 시킬 대상이 존재하지 않기에 초기 유료 구독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확률은 높습니다. 본인의 소셜미디어 채널을 유입채널로 충분히 활용하면서, 전환의 포인트를 발견하는데 집중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어느 플랫폼을 선택하든, 전략적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가급적 데이터 분석이 더 쉽고 다양한 플랫폼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 팟캐스트 운영 - 유료 구독 팟캐스트 도전 : 이미 여러 채널에서 (무료)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으면서 이번에 새롭게 유료 구독에 도전하려는 그룹에 해당합니다. 이미 어느 정도의 구독자 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중 일부를 전환시키는 전략을 취하게 될 것입니다. 일단 다수는 팟캐스트 콘텐츠 자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광고를 걷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NPR의 핵심 팟캐스트들이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만약 기존에 광고 기반으로 운영이 돼 왔다면 그걸 변경하는 조건으로 비 유료 구독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구독자만을 위한 특별하고 유니크한 콘텐츠를 추가로 제작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고요. 이럴 경우 적잖은 제작 비용이 추가된다는 점도 고려해야만 할 것입니다.

  • 텍스트 유료 구독 운영 - 유료 구독 팟캐스트 도전 : 이 유형이 가장 어렵습니다. 기존 공간에서 유료 구독을 운영하고 있기에 독자 관리 측면에서 선택지가 좁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현재 유료 구독자에게 팟캐스트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가정을 해죠. 자체 플랫폼을 고수하고 있는 애플 유료 구독 팟캐스트에선 이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가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기존 유료 구독자에겐 추가 비용을 요구하게 됩니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선 난감하죠. 기존 유료 구독자 전용 팟캐스트를 제공하려면, 현재 공간과 유료 구독자 DB가 연동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만 합니다.
    벤 톰슨의 Stratechery가 좋은 교훈점이 될 것 같습니다. 그는 최근 Passport라는 일종의 여권 개념을 활용해서 기존 유료 사이트와 스포티파이의 유료 구독 팟캐스트를 통합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Stratechery 유료 구독자는 스포티파이에서 유료 팟캐스트를 무료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 O'Auth 기반의 인증 체계를 활용해서 두 계정을 연결시켜주는 방식입니다. 이 가운데서 프로토콜을 조정하는 역할을 Passport가 담당을 하게 됩니다. 현재 국내 팟캐스트 중에 이를 지원하는 경우는 아직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