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0일, 키스톤PE라는 사모펀드(Private Equity)가 아시아경제의 최대주주에 사실상 올랐다는 소식을 들으셨을 겁니다. 사모펀드, 요즘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인상을 갖게 되죠. 해고의 칼날을 휘두르고 연필 한자루 사는 것까지 결재를 요구하는 악독하고 실체없는 ‘전주’로 그려지곤 합니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다반사였고요. 특히 언론의 소유권 노리는 사모펀드에 대해선 기자 사회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키스톤PE가 아시아경제의 지분뿐 아니라 신주인수권부사채도 인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대부분 그런 상상을 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알고있어야 할 맥락이 존재합니다. 오늘 그 맥락을 제가 설명해드리고, 해외 사모펀드의 지역 언론 인수와 다른 점을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아시아경제 모회사 최상주 회장의 비밀 폭로 보도

뜬금없지만, 키스톤PE와 아시아경제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9년 5월28일 시사기획창의 보도 ‘아시아경제 최상주의 비밀’을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당시 시청하신 분들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KBS탐사보도팀이 무려 4개월 동안 추적한 결과를 1시간 분량의 영상으로 내놓았었죠. 최상주 회장의 사생활부터 인텍디지털의 지분 매각과정에서의 의혹들까지 소유주의 비리 의혹을 낱낱이 파헤쳤었습니다. 이 보도물이 방영되기 직전 최상주 회장은 아시아경제 회장직을 사임하는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굳이 이 보도를 다시 끄집어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겁니다. 최상주 회장은 아시아경제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KMH라는 기업의 창업자이자 대주주입니다. KMH는 케이블 송출 대행업체로 2000년 출범했습니다. 그 뒤로 여러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워왔죠. 아시아경제와의 인연은 2013년 KMH의 몸집 부풀리기 과정에서 맺어졌습니다.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시아경제의 약력을 조금 설명드리는 것이 좋겠네요. 제일경제라는 제호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으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시아경제의 모태입니다. 1988년 언론설립 자유화가 개시되면서 탄생한 5개 경제일간지 중 하나였습니다. 1995년 1월 부도 사태를 거치며 부침을 거듭하다가 2006월 6월 합병과 동시에 아시아경제 제호를 바꾸게 되죠. 그러고 보니 벌써 15년도 더 된 일이네요.

아시아경제로 전환한 뒤에도 평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임영욱 회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2012년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죠. 유진테이터, 텐아시아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영난이 심화한 탓입니다. 출범 6년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후 내부 직원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법정관리를 졸업한 아시아경제의 지분 42%를 KMH가 16억원에 사들입니다. 당시 아시아경제의 기업가치가 40억원 내외에 불과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헐값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방송 송출 대행을 넘어 미디어그룹으로 성장하고 싶었던 KMH는 아시아경제를 사들인 뒤 SK플래닛의 자회사였던 팍스넷도 2013년에 인수합니다. 경제 정보 중심의 중소규모 미디어들을 수집하면서 거대한 미디어그룹의 퍼즐을 완성해 간 것입니다.

브레이크 걸린 최상주 전 회장의 팽창 전략

KMH의 주가 추이. 시사기획창이 방영된 5월28일 이후 하락세를 타다 2020년 8월31일 키스톤PE의 블록딜 성사 이후 상승세를 타는 흐름을 볼 수가 있습니다. 

다시 아시아경제의 모회사 KMH로 돌아가겠습니다. 2019년 5월28일 시사기획창의 보도 이후 KMH의 주가는 꾸준히 하락합니다. 5월24일 3610원에서 2019년 12월27일에는 2670원까지 내려가게 됩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아시아경제의 주가도 내려가긴 마찬가지였죠(5월24일 2410원, 12월27일 1940원). 수많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빠르게 키워온 KMH의 미래가 불투명해보였기 때문일 겁니다.  최상주 회장이 회장직에서 사임했다지만 그의 지분 자체엔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그의 지배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평가한 시장참여자는 거의 없었을 겁니다. 이 기회를 키스톤PE가 엿보고 들어온 것입니다.

최상주의 KMH와 키스톤PE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건 이듬해(2020년) 9월입니다. KMH의 2대 주주였던 KB자산운용 지분 21%를 블록딜로 키스톤PE가 인수하게 되죠. 이때부터 KMH와 키스톤PE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이 됩니다.

키스톤PE는 우리은행 전직 임원들이 주축돼 설립된 전형적인 사모펀드입니다.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인수 기업의 가치를 올리고 이후에 되파는 방식으로 엑시트를 합니다. 동부건설과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대표적인 과거 포트폴리오이자 경력입니다. 현재까지 제가 찾아본 바로는 대규모 해고 등의 방식보다는 부실 자산 및 계열사 매각,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서 잠재가치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개해온 것 같더군요.

아시아경제 모회사인 KMH의 종속회사 현황표(출처 : 전자공시 'KMH')

키스톤PE에게 KMH는 전형적인 문어발식 확장으로 지배구조가 난삽해지고, 기업의 본질과 무관한 계열사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꽤나 매력적인 ‘먹잇감’이었던 듯합니다. 이런 이유로 KMH는 주가가 잠재가치만큼 올라오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약점들만 잘 정리하면 얼마든지 가치를 끌어올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당시 소액주주와의 미팅 내역을 보면 키스톤PE의 문제인식과 대안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KMH는 성장에 따른 본질적인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키스톤의 추진 방안 3가지
1) 계열회사 내 분산 소유되고 있는 전국 3개 골프장 사업법인을 포함하여 부동산 사업법인을 합병하거나 분할하여 통합하고 중장기적으로 이에 대한 기업공개를 수행함
2) 사업목적과 실체가 불분명한 비상장 계열회사들을 통합하고 정리함
3) KMH의 사업부문을 분할하고 존속법인을 순수 지주회사화 함으로써 지배구조를 투명화, 단순화함.

키스톤의 KB자산운용지분 인수에 KMH, 특히 최상주 전 회장이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소 무리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시도하는 경영권 분쟁을 이어갔습니다.

요약하자면, 최상주 전 회장의 사업본질과 다소 거리가 있는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 시사보도창으로 공론화한 그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영 방식, 덤으로 사생활의 문제 등이 겹치면서 사모펀드에 빈틈을 주게 된 것이죠. 특히 키스톤PE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아시아경제 지면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닮은 꼴로서 '임영욱'과 '최상주'

아시아경제의 최근 주가 흐름. 

이젠 아시아경제 기자와 직원들의 입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러한 경영권 분쟁을 가장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주체는 아시아경제의 기자들과 직원들일 겁니다. 제일경제시절부터 몸담아온 직원이나 기자가 있다면 더없이 허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시아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었던 임영욱 전 회장이나 기대를 가득 품고 새로이 맞은 최상주 전 회장이나 사업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무리한 확장으로 직원들을 고통으로 빠트린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KBS ‘시사기획창’ 보도에 최상주 전 회장이 취한 태도와 이에 대한 직원들의 입장을 보면, 직원들의 복잡한 심경을 조금이나마 읽어낼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직원들은 “아시아경제는 그 누구의 것이 아닌 모든 구성원의 것”이라며 회사에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언론노조 아시아경제지부와 공정보도위원회, 사내 여기자 모임 등은 29일 공동성명에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며 “회사는 같은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과 청사진을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수준으로 구성원들에게 제시할 의무가 있다”고 요구했다.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미국 사모펀드의 신문그룹 인수와 다소 다른 점들

끝으로 신문시장으로 뛰어드는 미국과 한국의 사모펀드의 차이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미국 신문산업에서 사모펀드의 역할을 분석하는 건 훨씬 더 정밀한 자료들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낮은 단계의 수준에서만 비교를 해볼까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언론산업을 집어삼키는 미국의 사모펀드와 한국의 건설기업을 비교하는 게 훨씬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긴 합니다.

먼저 간단한 현황부터 보시죠. 미국의 대표적인 신문 그룹들은 이미 상당수가 사모펀드에 넘어갔습니다. 포트리스(Fortrees), 채텀(Chatham), 알덴(Alden) 등이 핵심 플레이어입니다. 물론 이들도 조금씩 성격이 다릅니다. 이 가운데 가장 악독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알덴 글로벌 캐피털만 떼어내서 보도록 하죠.

알덴 캐피털은 우리가 상정하는 전형적인 사모펀드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든 전략의 중심에는 비용 절감만 존재합니다. 대규모 해고나 명예퇴직을 단행하고, 모든 사무관리 및 운용 비용을 거의 0수준으로 낮췄습니다. 그들에게 팬데믹은 호재였죠. 왜냐면 사무실을 팔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물리적 사무실을 폐쇄하거나 매각해서 흑자상태로 만들어놓습니다. 이미 알덴이 인수한 신문사들 중 일부는 흑자로 전환되기까지 했습니다. 당연히 우리로 따지면 노조격인 뉴스길드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사례이긴 하나 키스톤PE도 재무구조를 건강하게 만들어서 '멋지게' 엑시트(Exit)하려는 욕망은 다르지 않을 겁니다. 다만 취하는 접근 방식이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죠. 키스톤PE은 ‘오너 리스크’(Owner Risk)를 고리로 비핵심 자산을 통합/매각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재구성하려고 합니다. 사실 키스톤PE는 아시아경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그 모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가치 제고에 더 관심이 있을 뿐이죠.

키스톤PE의 입장문 중 일부. 출처 : https://m.blog.naver.com/myzizel/222100554962

아시아경제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건,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을 일부 확보해(워낙 모회사의 반발이 심하다 보니) 원래의 구상대로 계열사 재편을 실행하기 위한 절차로 보입니다. 핵심은 KMH의 가치를 높여 더 비싼값에 엑시트를 하기 위한 것이지, 언론을 장악하려는 의도로는 현재까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아시아경제의 기업가치가 매출대비 낮게 형성돼 있다고 판단했을 수는 있습니다. 현재 아시아경제의 PSR(매출대비 기업가치) 1.6배 정도로 보이거든요. 통상 경제신문의 경우 향후 성장 잠재가치 등을 고려하면 PSR이 2배는 넘을 수 있다고 저는 보고 있어서, 이런 부분도 고려한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이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키스톤PE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조금더 두고볼 필요는 있을 듯합니다.

무엇보다 키스톤PE는 한국 언론사가 자주 노출하고 있는 ‘오너 리스크’를 제거함으로써 가치를 제고하려한다면, 미국의 사모펀드들은 신문광고 침체 등 구조적 위기 상태에 놓인 100~200년 전통의 지역신문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해서 가치를 높이려는데 목적이 있어 보입니다. 따라서 두 사례가 아직은 비교 대상에 놓일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위기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쓸 수 있는 칼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Index of US Mainstream Media Ownership
Our goal is to provide radical transparency and a better grasp of the U.S. Mainstream Media by listing publishers (owners, majority voting shareholders, and donors of titles) considered major US daily news sources. We have time-stamped this index – May 11, 2021. To give the index structure, we have…

교훈 : 한국 언론사의 취약한 경영 리더십이라는 빈틈

Pixabay로부터 입수된 Gerd Altmann님의 이미지 입니다.

키스톤PE은 사모펀드가 언론사의 지분을 인수하려 한 국내 첫사례로 기록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언론산업을 구조조정해서 되팔려는 알덴과 같은 사모펀드와는 아직은 비교대상이 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될 점이 있습니다. 한국 언론사의 ‘리더십 리스크’입니다.

사실 한국 언론사의 오너 및 리더십 리스크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국내 언론기업들도 적지는 않지만, 대부분 경영 전략의 부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이해 결여 등으로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곤 합니다. 저널리스트 출신만이 언론사 경영자가 될 수 있다는 고착된 조직문화가 성장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죠.

사모펀드든 건설기업이든 이리한 빈틈을 노리는 경우는 늘어날 듯합니다. 비상장 회사라고 예외가 되지는 않을 수도 있고요. 이 건 이후에 더 자세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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