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셀 슈프링어의 지배구조

독일의 대표적인 미디어그룹 악셀 슈프링어가 Axios 인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5월 말부터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두 언론사는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저 루머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흘러나오는 소식들을 보면 일단 테이블에 마주 앉은 적이 있긴 한 듯 보입니다.

Axios는 미국 내 미디어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언론사 중 한 곳입니다. 2020년 매출액이 6000만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했고, 최근 잇단 인수전에 참여해 스케일업에도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경영적 어려움 속에서도 기자나 직원을 해고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했죠. 그만큼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국내 언론사들도 미국 정치 분야 보도를 할 때 Axios를 인용하는 경우가 빈번할 정도로 평판도 높아졌습니다.

Axios는 최근 부쩍 인수합병 논의로 자주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악셀 슈프링어 인수 논의 직전까지는 스포츠 전문 미디어 스타트업인 디애슬래틱과 합병 논의로 화제를 모았죠.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면서 디애슬래틱은 뉴욕타임스와 Axios는 악셀 슈프링어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어찌됐든 미국 내 미디어 스타트업들의 매각/합병 논의는 당분간 시들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악셀 슈프링어가 Axios 인수를 통해 노리는 것

악셀 스프링어의 미디어 부분 자산들

현재 쏟아져 나오는 보도들 대부분은 악셀 슈프링어의 입장에서 유익을 분석한 글들입니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악셀 슈프링어의 지배구조가 2019년 이후 큰 변동을 겪으면서 미국 시장 확장을 위한 행보가 상당히 빨라지고 있죠.

혹 못 들어보신 분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악셀 슈프링어는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운영하는 인사이더를 인수한 데 이어 뉴스레터로 일약 성공 반열에 오른 모닝블루(Morning Brew)도 삼켰습니다. 미디어라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시장 분석 업체 eMarketer도 악셀 슈프링어의 소유(2016년 인수)입니다. 이미 독일 미디어 그룹이라고 말하기엔 글로벌 영향력이 상당한 수준에까지 오른 미디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글로벌 확장의 기조가 활기를 띠게 된 것은 지배구조의 영향과 관련이 깊습니다. 최근 KKR이라는 사모펀드가 악셀 슈프링어의 다수 지분(43.54%)을 인수한 적이 있습니다. 2019년의 일이죠. 그리고 2020년 악셀 슈프링어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스프링어 가문이 CEO인 마티아스 되프너에게 지분도 양도(15%)했습니다. 현재는 슈프링어 가문과 되프너, KKR이 사실상 공동 경영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죠. 지분구조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악셀 슈프링어는 파이낸셜타임스의 인수가 무산된 이후 대체재로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넘겨받으며 영어권 진출을 본격화했습니다. 현재도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구독 기반의 수익성을 건강하게 이어가고 있죠. 현재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월 순방문자수는 1억14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모닝블루도 이러한 차원에서 매입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더해 Axios까지 인수하게 된다면, 미국 내 수용자 저변, 도달 범위를 확대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Axios는 샬럿 아젠다를 인수하면서 미국 내 지역 뉴스 시장 침투를 본격화했죠. 악셀 슈프링어 입장에선 미국 정치권에 미치는 Axios의 영향력과 빠른 의사 결정으로 지역 확장을 꾀하고 있는 Axios가 탐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악셀 슈프링어의 주된 수익원이 '분류 광고'라는 측면에서 기술적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Axios의 지역 확장을 지원하면서 광고 시장의 협업을 도모하게 된다면 악셀 슈프링어 차원에선 미국 시장 확대를 비교적 빠르게 달성해낼 수 있을 겁니다. 유럽 미디어 그룹을 넘어 머독과 같은 글로벌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교두보가 될 수도 있고요.

되프너는 페이스북, 구글 등 플랫폼 기업에 유연하면서도 강골차게 대응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적절히 활용하고 적절히 공격하는 양면 전략을 교묘하게 구사합니다. 최근 페이스북과의 파트너십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플랫폼에 대한 높은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미디어 시장 진출은 필요한 측면도 있고요.

현재 Axios가 제시한 매각가는 대략 4억 달러입니다. 우리돈으로 약 4500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입니다. 서울신문의 기재부 지분 30.4%가 270억원 정도의 가치를 평가받아 전체 지분 가치가 900~10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고작 3~4년차에 불과한 Axios의 몸값이 얼마나 빠르게 커져갔는지를 쉽게 짐작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Axios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Axios의 입장에서도 이 협상의 의미와 가치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Axios가 디애슬래틱과 합병 협상을 진행할 때 두 미디어는 기업 대상의 고급 구독 상품을 개발하는 것으로 논의의 접점을 형성했습니다. 구독 기반으로 커온 디애슬래틱은 이러한 비전을 공유하며 합병을 이야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Axios는 광고 기반으로 매출을 확장해왔죠. 여전히 고가 구독 상품에 대한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정도나 의지가 강력한지는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

Axios는 그들의 미션 문서에 이렇게 써두고 있습니다.

"We believe high-quality journalism should not be an exclusive privilege. We will provide free access to the majority of our content."(우리는 고품질 저널리즘이 배타적 특권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콘텐츠의 다수를 무료로 접근할 수 있도록 제공할 것입니다.)"

Axios는 구독은 고가 상품으로 B2B 모델로, 그리고 대부분의 뉴스나 스토리들은 광고 기반의 무료로 제공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광고나 협찬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기에 Axios HQ 같은 소프트웨어 상품을 내놓기도 한 것이죠. 디애슬래틱과의 협상이 결렬된 이유가 있다면 이 부분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고품질 저널리즘 또한 구독으로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디애슬래틱의 경영진과 그 반대의 입장을 고수해온 Axios 경영진 간에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디애슬래틱이 협상 대상을 뉴욕타임스로 돌려세운 이유도 이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됩니다.

반면 악셀 슈프링어는 다소 유연한 입장입니다. 전체 비즈니스의 대부분은 광고이지만,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구독으로 유지하고, 모닝블루와 같은 뉴스레터 기반 비즈니스의 성장을 돕고 있기에 나쁘지 않은 협상 파트너라고 본 것 같습니다. Axios를 인수한 뒤에도 이러한 철학을 존중해준다면 Axios 측으로서는 이들에게 넘기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는 있을 겁니다.

무산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악셀 슈프링어가 Axios와 저널리즘 철학을 공유할 만큼 신뢰를 쌓아온 미디어인가에 대해선 분명 의구심을 가질 겁니다. Axios가 유지해 온 광고 상품의 운영 원칙도 지켜줄 것이냐가 관건으로 남을 것이고요. 다들 주목은 안하시겠지만, Axios는 아무 광고나 노출하지 않습니다. Axios의 광고 정책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Axios는 다음과 같은 광고를 포함하여 특정 유형의 광고를 집행하지 않습니다 : "뉴스 속보"와 같은 문구로 수용자가 그것이 저널리즘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 문장을 포함하는 경우 ; 담배, 총기, 다이어트 약 또는 암호 화폐의 상업적 홍보 ;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캐리커처; 경쟁사 비난; 국가 상징 또는 깃발의 무례한 사용; 그리고 캠페인 배후의 자금 지원 기관을 정확하게 나타내지 않는 스폰서 이름."
Axios는 재량에 따라 Axios가 부적절하거나, 불공평하거나, 공격적이거나, 차별적이거나, 취향이 나쁘거나, 비방하거나, 기타 불쾌하다고 간주하는 콘텐츠 또는 주제를 포함하는 경우 거부할 권리를 보유합니다. 또한 Axios는 브랜드 게시물에서 이루어진 사실적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때때로 소스 자료를 요청할 권리를 보유합니다."

그들이 광고 공간에서조차 신뢰 관리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앞으로 둘의 협상은 어떻게 진행될까

Axios는 플랫폼과의 협상력을 높여 광고 수익을 배가하고, 높은 신뢰 수준을 유지하며 더 큰 미디어로 성장하기 위해 인수/합병 논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겁니다. 좋은 파트너를 만날 수만 있다면 인수든 합병이든 진행한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들의 최근 행보가 이를 대변합니다. 악셀 슈프링어는 미국 시장에서의 입장을 확장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KKR의 지원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만약 Axios와의 협상이 무산되더라도 그들의 광고 수익을 확장하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미국 미디어를 인수하기 위해 끊임없이 인수를 저울질 할 겁니다.

둘의 협상은 되프너와 반더하이의 저널리즘 철학, 미디어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얼마나 일치하는가에 의해 판가름날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그것의 미래 비즈니스의 기반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둘의 살아온 궤적을 보면 합의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되프너의 협상력과 유연성이 빛을 발한다면 결과를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국내 대형 언론사들도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을까

약간은 기계적으로 이 항목을 작성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데이터] 국내 신문사별 매출/순익 추이
2020년 결산 자료를 모두 반영했습니다. 모두 8개의 신문/통신사 매출을 개별/연결재무제표 구분해서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 국내 언론사의 미국 시장 확장 가능성 : 일단 규모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악셀 슈프링어의 상장 철회 직전인 2019년 회계년도의 매출액은 31억 유로입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4조2000억원입니다. 국내 언론사그룹 가운데 가장 매출액이 높은 곳이 매일경제미디어그룹인데요.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4638억 수준입니다. 다음으로 중앙미디어홀딩스가 4577억원. 악셀 스프링어의 1/10에 불과합니다. 해외 미디어의 인수를 통한 영어권 시장 진출을 도모하려면 자신의 매출규모에 맞먹는 현금성 자산이나 조달 여력이 있어야 하는데요. 현재로선 상상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국내 언론사의 글로벌화가 왜 어려운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 디지털 수익의 비중 : 2019년 회계 기준 악셀 스프링어의 디지털 매출 비중은 73.3%입니다. 2018년 대비 약 3%가 증가했습니다. 이미 악셀 스프링어는 종이신문이나 오프라인 기업이 아닙니다. 디지털 매출 성장을 위한 과감한 투자는 악셀 스프링어엔 선택이 아닌 것이죠. 반면 국내 언론사의 디지털 매출 비중은 여전히 높지 않습니다. 경영진 내부에선 아직도 그것의 성과와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때문에 디지털 네이티브 미디어를 높은 가격에 인수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 인수 뒤 조직 문화적 결합 : 국내 신문 및 방송사의 문화와 스타트업의 문화는 결합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인수 뒤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한다 하더라도 인수한 기업과 인수된 기업 간의 합병 시너지를 위한 협업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이질적인 조직 문화를 지닌 집단을 인수하거나 운영해본 경험이 없는 국내 언론사 경영진이 이러한 과감을 선택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국내 미디어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은 충분히 성장한 스타트업 간의 인수합병이 조금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제 생각엔 합병 뒤 1000억원 대 매출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델이라면 시장에 주는 임팩트는 상당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혹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ediagotosa@mediasphere.kr로 언제든 이메일을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