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피드의 2008년 투자자 피칭 자료 중 일부. 출처 : https://www.scribd.com/fullscreen/135575039?access_key=key-4ru5a8bm288jkt2bd33&

2008년. 버즈피드가 론칭한 지 약 2년이 지났을 무렵, 버즈피드의 월 순방문자수는 이미 70만명을 훌쩍 넘고 있었습니다. 허핑턴포스트의 공동창업자로서 여전히 허핑턴포스트에 적을 남겨두고 있었던 때였죠(조나 페레티가 허핑턴포스트에서 완전히 퇴사한 건 2011년입니다). 당시 버즈피드는 5명의 직원과 자문단을 포함해 채 10명도 되지 않던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버즈피드는 새로운 종류의 미디어/광고 기업으로, 우리가 발행하는 모든 것들은 트렌드 중심적이며 네트워크 인지적(잘 인지된 기업)이다'라고 소개를 하면서 말이죠. 창업자인 조나 페레티가 버즈피드는 테크놀로지 기업이라고 표방한 것도 트렌드 중심성을 도출하기 위한 모든 과정이 데이터와 기술에 기반해서입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버즈피드는 광고 비즈니스에서 전혀 다른 접근법을 취하는 '소셜 바이럴 미디어'로 인식이 됐습니다. 핵심 수익원으로서 광고를 비중있게 다뤘고, 광고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자체 광고 기술과 플랫폼 최적화 기술을 갖추는 등 광고 미디어로서의 면모를 키워왔습니다.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버즈피드는 '버징'을 중심에 둔 미디어였죠. 리스트클이라는 포맷을 개발하고 발전시킨 것도, 퀴즈를 또다른 콘텐츠 상품으로 등장시켜 수익을 거둔 것도 그들의 핵심 비즈니스를 광고에 뒀기 때문입니다. 2008년 버즈피드의 투자자 대상 발표 자료를 보면, 미디어 분야 경쟁사로 레딧과 디그를 설정하고 광고 분야 경쟁사로는 바이럴 에이전시, 페이스북의 비콘, 버즈메트릭스를 올려두었던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조나 페레티의 자신감 넘치는 이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보면, 'What's Buzzing on the web?'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며 버즈피드가 디지털 광고 분야에서 최고의 미디어가 되겠다는 꿈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한때 버즈피드의 소셜랭크 알고리즘 R=bz가 국내에서도 유행처럼 바이럴 됐던 적이 있었는데요. 버즈피드가 소셜 확산을 통한 광고 수익 창출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스캇 램 버즈피드 부사장이 2015년 한국 SDF에 참석해 소셜랭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출처 : https://www.venturesquare.net/586319
[사진] 스캇 램 버즈피드 부사장의 발표자료
저널리즘, 미디어 기술&비즈니스를 분석하는 미디어

그리고 13년이 지난 2021년 6월. 버즈피드는 전과는 다른 미래를 구상하는 미디어로 탈바꿈하고 있었습니다.  핵심 수익원으로서 광고를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커머스를 전체 수익의 30%까지 설정하는 과감한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이미 공개된 버즈피드의 SPAC을 통한 상장 전략 문서를 보면, 2019년 11%였던 커머스 매출이 2024년이 되면 31%로 약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대목을 볼 수가 있는데요. 그만큼 커머스를 핵심 수익으로 상정할 것임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13년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버즈피드는 커머스를 미래의 미디어 모습으로 간주하게 됐던 걸까요? '분산 미디어' 전략으로 전세계 미디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던 버즈피드는 왜 커머스를 추가하는 전략적 선택을 내리게 될 것일까요?

시계를 약 2년 전인 2019년 1월로 돌려보겠습니다. 당시 조나 페레티는 직원의 15%를 해고하는 구조조정안을 이메일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알리던 때입니다. 전해 목표 매출을 달성했지만 기대한 만큼의 순익이 발생하지는 않았죠. 수익성이 기대이하였던 것입니다. 구조조정과 더불어 과감한 조직개편까지 단행하게 되는데요. 이때 조나 페레티는 버즈피드의 방향 전환을 알리는 중요한 선언을 하게 됩니다. 당시 제가 썼고 인용했던 글의 일부를 가져와 보겠습니다.

  • Facebook과 YouTube를 기반으로 수익성 있는 미디어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고품질일 때, 대중 기반(massive scale)이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제작비를 가지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
  • BuzzFeed 웹사이트는 훌륭한 비즈니스이지만, 네이티브한 콘텐츠, 프로그래머틱, 커머스의 수익이 결합된 양질의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만들 때만 가능하다.
  • 제작비가 더 많이 드는 롱폼 비디오는 훌륭한 비즈니스일 수 있지만 플랫폼 및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맺을 때만 가능하다.
  • 소비자가 사랑하는 강력한 브랜드는 라이센스, 커머스, 프로덕트 및 롱폼 형태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해주지만, 오디언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집중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버즈피드 BM은 실패했는가’에 대한 조나 페레티의 답변
버즈피드 조나 페레티에게 무작정 메일을 보냈습니다.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최근 일련의 감원 사태가 애초 구상했던 버즈피드 수익모델의 실패로 봐야하는가를 물었습니다. 회복이 어렵다는 단정적 견해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질문했습니다. 아마 불편했을 겁니다. 그에게 돌아온 답장은 딱 한 줄이었습니다. > “We are making the changes we need to succeed for the long term!”(“장기적 성공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가 롱텀(long ter…

그렇습니다. 분산 미디어 전략을 통해 광고 수익 중심의 빠른 성장세를 이뤄냈지만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생산 원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입니다. 특히 분산 미디어 전략으로 돈을 벌 수는 있지만, 그것은 아주 고품질이거나 저비용일 때 가능하다는 걸 인정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이미 영상 스튜디오 등을 구축하면서 상당한 비용이 지출됐고, 그것이 기대만큼의 수익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던 겁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커머스를 핵심 수익원으로 상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버즈피드를 훌륭한 비즈니스 키워내기 위해서는 프로그래머틱뿐 아니라 커머스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때부터 커머스는 버즈피드 안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게 됩니다. 쿼키의 창업자 출신인 벤 카우프만을 마케팅 총괄에 앉힌 뒤 스토어 자회사인 CAMP의 대표로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시계를 조금더 뒤로 돌려볼까요? 버즈피드가 벤 카우프만이 창업했던 쿼키를 인수한 건 2016년입니다. 그리고 조나 페레티는 그에게 프로덕트 랩을 맡기고 최고커머스책임자라는 직책도 줍니다. 버즈피드가 커머스 분야를 본격적으로 시도한 게 대략 이때쯤부터입니다.

버즈피드 프로덕트랩에서 제작한 Homesick이라는 양초. 출처 : https://fortune.com/2016/11/21/buzzfeed-commerce-ben-kaufman/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초기엔 소비자 지향 제품을 실험적으로 만들고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이듬해엔 Tasty의 레시피대로 요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마트 원톱을 출시했습니다. 그러다 2018년 커머스 총괄이었던 벤 카우프만은 Tasty의 주방용품을 월마트와 공동으로 내놓게 됩니다. 당시 국내독자들도 '버즈피드가 주방용품도 파느냐'라는 의문과 감탄을 내뱉기도 했더랬죠. 버즈피드의 막강한 디지털 콘텐츠 생산능력과 확산력을 커머스로 확장하는 과감한 도전에 나서게 된 것이 이때입니다.

아마 조나 페레티는 커머스의 수익성에 놀라움을 경험했을지도 모릅니다. 버즈피드 뉴스의 고품질 저널리즘 정책을 유지하려면 다른 부문에서 충분히 수익을 올려줘야 하는데, 그 영역 중 하나가 커머스가 아니었다 생각이됩니다. 조나 페레티는 2017년 공개한 9가지 비즈니스모델 박스를 통해 커머스로의 혁명적인 전환을 시도하게 되죠. 거의 모든 버즈피드의 버티멀 미디어들은 커머스와 연계된 상품을 개발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문제는 스케일! 스케일! 스케일!

버즈피드의 가장 큰 강점을 분산 미디어 전략을 통해 배워왔던 '콘텐츠-타깃 오디언스'의 매칭 능력이었습니다. 뭔가를 구매할 수 있는 타깃 오다언스 층이 있다면 그들에게 최적화한 콘텐츠를 얼마든지 생산해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예전까지는 이를 광고 수익 극대화에 쏟아부었다면, 앞으로는 커머스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커머스 제품을 구매할 의사와 여력이 높은 오디언스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제 생각엔 버즈피드가 이 부분에 약했던 듯합니다. 어마어마한 '사용자 도달' 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커머스를 작동시킬 더 많은 오디언스가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허핑턴포스트에 이어 Complex 인수를 검토하게 된 것도 이때문일 겁니다.

수용자층이 겹치지 않는 수준에서, 새로운 수용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 네트워크를 통해서 물건을 파는 것은 자신이 있다는 것이죠. 이를 통해 커머스 사업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광고 수익 측면에서 봤을 때도 웬만큼의 스케일이 확보되지 않으면 버즈피드의 프로그래머틱 광고의 수익성은 높아지기 어려운 구조였을 겁니다. 끊임없이 미디어 스타트업끼리의 인수합병을 외쳤던 것도 스케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이었습니다.

지난주 공개된 투자자 프리젠테이션 파일에도 '스케일' 여러차례 반복됩니다. 미디어도 충분히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방편이었겠지만, 더 거대한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조나 페레티의 열망이 투영된 결과일 겁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원가 절감'(COGS)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제시된 한장의 장표였습니다. COGS가 2019년 52%였다면 2024년에는 47%까지 낮아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커머스 수익이 커지더라도 생산 원가 비중이 높아지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자신감이 반영된 자료인 겁니다. 그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했던 수익성 개선 방안에 어느 정도 확신이 생겼다는 것이겠죠. 플랫폼과의 광고 경쟁으로 수익성이 낮아진 걸 복원하기 위해 커머스를 선택했고 그러면서도 원가 상승이 크지 않은 모델을 그는 만들어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수익모델의 다각화는 거스를 수 없는 미디어의 숙명

버즈피드의 투자자 발표자료는 콘텐츠 기반 미디어가 수익원을 다각화하지 않으면 장기 성장하기 어렵다는 걸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로운 DNA를 지닌 '광고 기업'으로 미래를 가꿔보고자 했고, 이를 위해 자체 광고 플랫폼까지 만들었지만, 수익성은 매번 발목을 잡혔습니다. 아끼던 직원들을 내보내야 했던 상처도 경험해야 했죠.

버즈피드는 그들의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다각화를 선택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커머스입니다. 콘텐츠 기반 미디어도 커머스 기업으로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조나 페레티는 증명하고 싶어 합니다. 수익 다각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고품질 저널리즘으로 승부를 거는 버즈피드뉴스 같은 부분은 오래 생존하기조차 어려워집니다.

이제 투자자들의 선택이 남았습니다. 그가 그린 그림, 과감한 전환을 꾀하려 했던 그의 비전을 투자자들이 수용할 것이냐만 남았습니다. 사활을 걸고 SPAC을 통한 상장을 준비해왔던 버즈피드가 기대한 만큼의 투자가치를 인정받고(사실 약간 밸류를 낮춰잡은 것 같기도 합니다만) 성공적으로 나스닥 시장에 안착하게 될 것인지, 이제 얼마남지 않은 시간 안에 판가름이 나지 않을까 합니다.

조나 페레티가 실험실처럼 버즈피드를 시작한 지 벌써 15년이 지났네요. 한때 국내에서도 버즈피드 따라배우기 열풍이 일었던 적도 있었죠. 국내 콘퍼런스에 참석해 그들의 노하우를 멋드러지게 발표했던 때도 엊그제 같습니다. 잠시 주춤하면서 기억에서 잊혀지는 듯했던 버즈피드가 다시금 미디어 비즈니스의 새로운 상징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조금더 지켜보면 어떨까 합니다.


📮 참고로 버즈피드의 2021년 투자자용 발표자료는 미디어고토사 도서관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유료 구독자에게만 접근이 허락되고 있는 점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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