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5일. 뉴욕타임스 스포츠담당 기자 Karren Crouse의 기사 '마이클 펠프스는 올림픽에 가지 않지만, 그의 흔적은'이 발행됐습니다. 은퇴 이후 수영 종목 후배들의 멘토로 활약하며 미국 수영팀의 부활을 돕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올림픽 수영 영웅' 펠프스의 미담을 소재로 한 감동적인 스토리의 하나였던 것이죠.

하지만 7월13일, 이 기사의 상단에 짧은 '에디터 노트'가 게재됩니다. 전체를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이 기사가 발행된 이후 에디터들은 해당 기자가 마이클 펠프스와 공동 집필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에디터들이 이해충돌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해당 기자에게 그 기사 작성을 맡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Michael Phelps Is Not Going to the Olympics, but His Wake Is
At the U.S. swimming trials, Phelps’s influence abounds in athletes he has mentored and counseled as the sport grapples with his retirement from the Games.

이 노트가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을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통해 잠깐 따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7월9일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터는 펠프스의 활동을 다른 기사를 보도하면서 짤막한 한 문장을 덧붙입니다. "펠프스는 뉴욕타임스의 카렌 크라우즈와 함께 수영장 밖에서의 그의 고군분투 상황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는 책을 쓰고 있다"

이를 기점으로  Karren Crouse가 펠프스와 공동 집필하는 책의 존재가 확인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워싱턴포스트는 취재를 시작하게 되죠. SI의 보도 나흘 뒤 해당 기사의 상단에 에디터 노트가 올라오게 된 것입니다.

뉴욕타임스의 준칙 및 윤리강령 'Protecting the Paper’s Neutrality'는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제공, 편집, 패키징 또는 감독하는 보도에서 중요하게 다루거나(figure) 그렇게 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을 위해 유령 저자나 공동 저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서는 아니된다.(Staff members may not serve as ghost writers or co-authors for individuals who figure or are likely to figure in coverage they provide, edit, package or supervise.)

Karren Crouse가 펠프스와 공동 집필 작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면, 그 자체로는 흠잡을 데 없는 기사가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 자신이 올림픽 취재단에 포함돼 있는 시점에, 펠프스와의 공동 집필 사실이 드러나면서 기사 작성의 저의를 의심케하는 '사건'으로 비화되게 된 것이죠. '중립성' 원칙을 저버리고 취재원에 경도된 기사를 쓴 꼴이 됐다는 의미입니다. 기사의 신뢰 나아가 뉴욕타임스라는 브랜드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위험한 행위로 돌변한 것입니다.

또한 취재원과의 관계 관리 규칙에도 위반될 소지가 있습니다. 준칙 및 윤리강령은 "특히 출입처를 할당받은 직원들은 취재원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사실이든 드러난 것이든 편애로 인해 침식될 수 있다는 점에 예민해야 한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펠프스와의 오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Karen Crouse 기자가 더욱 유념했어야 할 대목 중 하나인 셈입니다.

Opinion | New York Times publishes another disclosure about a reporter’s book conflict
Sports writer Karen Crouse’s favorable piece about Michael Phelps wouldn’t have been assigned if editors had known about her conflict of interest.

이러한 준칙과 윤리 원칙을 근거로 워싱턴포스트는 따져묻습니다. SI에 관련 사실이 알려진 지 나흘이 지나도록 조치를 왜 취하지 않았느냐는 것입니다. 명백한 이해충돌의 사례에 해당함에도 뒤늦게 대처한 것에 대한 일갈인 것입니다.

어찌됐든 뉴욕타임스는 이런 이해충돌의 사례를 이렇게 처리했습니다.

  1. 이 기사가 왜 내부 윤리강령 위반인가에 대한 짧은 설명을 담은 에디터 노트의 명시
  2. 댓글 업데이트 중단
  3. Karen Crouse의 정직 및 올림픽 취재팀 직무 배제
  4. 윤리강령과 저널리즘 진실성 에디터 역할 확장

신뢰 갉아먹은 베테랑 스포츠 기자의 이해충돌 보도

일단 뉴욕타임스처럼 '신뢰'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는 언론사에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은 분명 위험한 신호입니다. 2005년부터 16년 간 뉴욕타임스에 근무한 베테랑 기자가, 공동 집필 사실을 책임 에디터에게 보고하지 않고 작성했다는 사실은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또다른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뉴욕타임스 기자들의 모습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사건'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Karen Crouse Named International Sports Correspondent | The New York Times Company

무엇보다 그녀는 스포츠 기자로서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는 찬사를 받을 만큼 다양한 수상 경력도 자랑합니다. 특히 AP스포츠 에디터 콘테스트 2015 '출입처 보도' 부문 톱10에 선정될 만큼 여성 스포츠 기자로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도쿄 올림픽을 불과 한달 여 앞두고 '보도 준칙과 윤리'를 위반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저질렀으니 뉴욕타임스로서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가 배울 점 : 준칙 및 윤리강령 위반 기사의 처리 방식

어찌됐든 우리는 이 사례를 통해서도 배울 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동일한 이해충돌 사례가 국내 언론사의 편집국에서 발생했다면 해당 기사에 어떤 조치가 취해졌을까요?

아마 우리가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기사 삭제'일 것입니다. 그리고 별도의 사과 보도를 내고 마무리를 짓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윤리강령 위반 사례의 대처 방식입니다. 하지만 삭제는 디지털 저널리즘에서 가장 극단적인 조치 중의 하나로 가장 마지막 수단으로 검토돼야 할 대응 조치입니다.

일반적인 저널리즘 준칙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기사의 삭제는 사실상 검토의 대상에서 배제합니다. 저널리즘 윤리 원칙들은 "진실을 보도해야 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며, 투명해야 하고, 공동체에 반응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기사의 삭제 또한 이러한 원칙 하에서 검토되고 판단돼야 합니다. 다시 말해, 오류나 문제가 있는 기사들도 위의 저널리즘 윤리 원칙이 지켜지는 방향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죠.

Pixabay로부터 입수된 Memed_Nurrohmad님의 이미지 입니다.

이럴 때 핵심은 삭제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오류가 존재하는 기사나 시간이 흘러 누군가의 피해를 동반하게 되는 기사라 할지라도 수정과 업데이트와 같은 대안적 수단을 우선 고려해야 하지 삭제를 우선 검토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합니다. 온라인 뉴스협회(ONA)는 이 경우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확고한 기본 정책은 디지털 아카이브에 남아있는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고 뉴스 아카이브가 정확하고 완전하며 최신 상태가 되도록 유지하기 위해 헤드라인을 포함, 아카이브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거나 수정하는 것이다"

뉴스 아카이브가 진실의 공간으로 남아있고, 피해를 최소하면서, 최신의 상태로 유지되기 위해 기사를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수정하고 업데이트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오류의 범위가 방대하고 피해의 규모가 상당한 경우 삭제를 검토할 수 있는데 그때조차도 다음과 같이 대응할 것을 제안합니다.

"원래 보도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 선호되는 방법은 수정하고 그 오류를 기록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정된 ​​기사가 여전히 이름이 적시된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극단적인 경우에는 기사를 삭제하거나 이름을 제거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기사를 완전히 삭제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더라도 해당 URL에 해당 스토리가 삭제된 이유를 설명하는 메시지를 게시해야 한다."

이렇듯 미국 언론 사회는 디지털 영역에서 기사 삭제 행위를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코멘트까지도 삭제의 원칙을 제시할 정도입니다. 이를 윤리강령의 세부지침에 포함시켜 엄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온라인 기사 삭제는 저널리즘 위해 택해야 할 최후의 선택지

다시 뉴욕타임스의 사례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뉴욕타임스도 여전히 해당 기사를 삭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에디터의 노트도 제목 바로 아래,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 올려두고 있습니다. 통상적인 정정/수정 문구들은 기사 하단에 붙게 마련인데 이러한 경우엔 기사 상단에 배치해서 독자들이 본문을 읽기 전부터 인지하도록 하고 있죠. 앞에서 언급한 여러 삭제 원칙들이 적용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내부 논의가 마무리된 상황은 아니기에 이를 뉴욕타임스의 최종 조치로 판단하기엔 이릅니다. 다만, 취재한 기사가 내부 보도 준칙 및 윤리를 위반됐다는 판정을 받았을 때, 디지털 아카이브에서 삭제부터 시작하는 우리의 경우와는 대조적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위반 사실을 해당 기사 영역 안에 명시함으로써, 위반 사실을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알리고 널리 고지하는 방식에 서서히 익숙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 진실의 보존을 위한 '투명성의 윤리'에도 적합한 접근법입니다.  

기술이 저널리즘 투명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저널리즘은 원론적으로는 진실을 좇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과정은 지난하고 복잡한 성격을 갖는다. 디지털 시대로옮겨오면서 여기에 기술적 복잡성이 더해졌다. 진실을 왜곡하기는 쉬워졌고 복원하고 탐지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의 조력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다시 강조하자면 저널리즘은 진실을 드러내려는 일련의 과정이다. 많은 저널리즘 윤리는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복잡다단의 절차를 요구해왔다.이를테면 익명 취재원을 최소화한다거나 취재 과정의 객관적 접근 방법을 기사 안에 명시하는 방식이다. 생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