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이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 CNN+ 론칭을 위해 45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한다고 발표한 지 약 한 달 여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채용 공고가 정식으로 올라왔죠. 한 번에 450명을 채용하는 이례적인 규모에 압도된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국내 언론계에선 최근 들어 좀체 보기 힘든, 대단위 채용 규모이기 때문입니다. CNN 역사 전체를 통틀어도 이 정도의 채용규모는 전례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450명이라는 대규모 채용이 콘텐트 사업 분야에서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한국의 CNN’을 표방하고 있는 곳과 비교하면서 한국에선 왜 이러한 채용 흐름이 나타나지 않는가를 추정해보려고 합니다. 또한 가능성이 있다면 무엇이 뒷받침돼야 하는가도 함께 파악해보려고 합니다.

CNN+, 어떤 인재를 채용하나

CNN+의 채용 공고문

먼저 CNN+가 어떤 전략 하에서 도출된 프로덕트인지부터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CNN+는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그것도 뉴스와 뉴스 관련 분야 콘텐츠를 제작하는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죠. 엔터테인먼트 분야 스트리밍 프로덕트들은 넷플릭스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쟁구도도 첨예해지고 있죠. 하지만 뉴스 분야에선 약간 더딘 흐름이었습니다. 실제로 그것이 비즈니스적으로 작동 가능한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8년 폭스 뉴스가 ‘폭스 네이션‘(Fox Nation)이라는 구독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범시키면서 경쟁 구도가 본격화하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에는 NBCU가 NBC News NOW를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했고요. 현재 NBC News NOW도 향후 수 개월 간 200명 이상의 신규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NBC News Seeks to Hire 200 Employees as Part of Streaming Expansion
NBCU News Group said it plans to hire 200 people over the next few months as it adds several new hours of live, original programming for NBC News Now, its over-the-top streaming service. The majori…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아닌 뉴스 분야라는 것입니다. ’뉴스와 그 관련 콘텐츠도 구독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기에 이러한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CNN+도 그런 프로덕트 중 하나입니다. 미국 내에서 ‘코드 커팅‘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고, 모바일이라는 대세에, 구독이라는 큰 흐름을 접목시켜야 할 필요가 대두된 것이죠. 모회사의 모회사인 AT&T가 D2C(Direct To Consumer) 원칙을 천명한 것도 CNN+의 출범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어찌됐든 케이블에서 떠나는 시청자를 다시 잡되, 그 데이터를 온전하게 CNN이 가질 수 있는 형태의 디지털 프로덕트 구상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감이 CNN+를 탄생시킨 배경이 아닐까 합니다. 당연히 디지털 프로덕트를 담당할 인력 수요가 전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450명의 신규 채용 인원 가운데 200명은 기자, 250명은 디지털 프로덕트 담당자들입니다. 잠시 코멘트를 살펴볼까요?

MacCallum added, “We are looking for talented product, technology, data and design employees to join from a number of different locations. Not all of the roles are based in one city. Some of them also have the opportunity to be fully remote.”

보시다시피, CNN+를 결합할 새로운 인재들의 다수는 프로덕트 담당, 테크놀로지, 데이터 담당, 디자인 담당 등으로 구성이 됩니다. 이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디지털 프로덕트 관련 인재들의 다수 채용이 불가피한 상황에 당면했다는 신호라고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채용 관점에서 본 CNN+의 의미

애틀랜타에 위치한 CNN 센터. 출처 : Google earth

‘디지털 전환‘은 늘 새로운 능력을 지닌 인재의 결합을 필요로 합니다. 기존 프로덕트, CNN으로 따지면 케이블 관련 프로덕트에 능숙한 인재들의 기여도가 낮을 수밖에 없죠. 그들을 이 분야로 전환시키는 게 실은 효율이 높지 않습니다. 그들의 DNA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건 적잖은 비용과 시간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하루가 다른 경쟁 상황에서 그들을 새 부문으로 이전시키는 건 조직 입장에선 현명한 판단은 아닙니다. 기존 조직의 갈등 구조를 그대로 전이시킬 위험도 상존합니다. 결국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죠.

CNN+도 그 길을 선택한 듯합니다. 일단 CNN 본사가 있는 애틀랜타를 벗어납니다. 뉴욕이 핵심 공간이 됩니다. 맥캘럼의 코멘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원격 근무자 수도 늘립니다. 레거시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조직에 새로운 인재들을 수혈받기 위한 포용적, 유연한 인재 채용 방식을 적용한 것입니다. 디지털 부문에 적합한 인재들을 모시기 위해서는 그들이 모여있는 곳, 모여 있지 않다면 그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 조건을 만들어줘야 하는 거죠.

애틀랜타 지역신문은 서운한 느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CNN의 향후 비즈니스의 핵심축으로 자리잡을지도 모르는 사업 부문이 애틀랜타 밖으로 넘어가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죠. CNN 입장에서도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겁니다. 만약 CNN+가 뉴욕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면서 전체 CNN 자산의 핵심으로 자리잡게 된다면 ‘테드 터너 시대’의 완전한 종언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겁니다.

어찌됐든 CNN, 특히 올해말 물러나게 될 제프 저커는 CNN+에 많은 걸 배팅했습니다. 그 배팅은 450명이라는 대규모의 디지털 부문 신규 채용으로 발현된 것입니다. 디지털 전환, 나아가 D2C 구독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CNN의 미래라는 전망이 이와 같은 대규모 채용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CNN 표방한 방송사들의 채용 현황

한국의 CNN을 표방한 케이블 방송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주로 보도전문 채널이 그 대상이죠. 대표적으로는 YTN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다른 곳은 제외하고 YTN의 사례만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특별한 의도는 없습니다.

YTN의 디지털 부문은 YTN 플러스에 집중돼 있습니다. 2003년 디지털YTN이라는 이름으로 네이버와 공동으로 설립했지만 지금은 지분의 절대다수인 81%가 YTN 소유입니다.  YTN 플러스는 YTN의 자산의 디지털 에이전시 역할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아직은 소수에 그치고 있죠. YTN 자산의 디지털 상품을 대행 운영하고 YTN 사이언스를 비롯한 내부 채널의 디지털 유통을 담당합니다. 핵심 소셜미디어 채널을 위한 콘텐츠 가공 및 유통도 주된 업무 중 하나입니다. 신문사 조직 구조로 따지면 일종의 닷컴 자회사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YTN 플러스의 매출액은 2020년 기준 약 106억원입니다. 전체 YTN 수익의 1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올 상반기 수익은 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0억원 늘어났습니다.

YTN 채용공고 사이트 캡처

올해 YTN이 공개한 채용 정보 14건 가운데 YTN 플러스 채용은 5건. 스타팀 경력기자, 디지털광고팀 광고영업 담당, 미디어전략팀 데이터 분석 담당, 부분별 신입/경력 공채, 데이터/웹디자이너 모집 등입니다. 이 가운데 5월26일부터 진행된 신입/경력 공채가 가장 큰 규모의 채용 공고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터 분석, 디지털광고 영업, 신입 에디터, 모션그래픽 디자이너 4개 분야 신입/경력자를 모집했더랬죠.

YTN은 YTN 플러스의 채용에 비중을 두는 분위기를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올해 공고된 YTN 플러스의 다수가 디지털 콘텐츠와 관련된 인력들로 채워졌기 때문입니다. 데이터와 모션그래픽 등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담당할 인력 충원이 많았습니다. 다만 프로덕트 매니저와 같은 새로운 제품 개발과 관련된 인력 채용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신규 프로덕트의 개발보다는 와이퍼, YTN돌았저 같은 플랫폼 최적 콘텐츠 개발에 조금더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CNN+는 이 프로덕트 안에 커뮤니티 기능을 넣을 것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앵커와의 대담과 토론이 가능하도록 말이죠. 디지털 프로덕트를 통한 새로운 경험 제공을 기술적으로 풀어내겠다는 의도입니다. 콘텐츠뿐 아니라 그것이 선사하는 새로운 경험 설계가 CNN+ 안에 녹아들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외부 플랫폼에 대한 의존 없이 독자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그 자체로 프로덕트의 완성도가 높아야 합니다. 당연히 엔지니어와 프로덕트 매니저, 디자인 인재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죠. 그 분야 채용도 반드시 필요하고요. 디지털로 제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경험을 상상할 때 더 다양한 인재와 채용규모의 확대가 뒤따르게 된다는 걸 확인시켜 줍니다.

CNN+ vs YTN+(플러스)

지금부터는 저의 아주 주관적 인상비평을 늘어놓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의 출발점은 ‘왜 CNN+ 같은 디지털 분야 대규모 인력채용을 한국에선 찾아보기 어려울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간간히 보이는 디지털 뉴스 분야 인력채용도 자체 오리지널 프로그램과 프로덕트 개발보다는 기존 레거시 콘텐츠의 재가공을 담당하는 인력 채용에 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였습니다. 신규 채용되는 이들은 조직 안에서 주류적 위상을 갖기보다는 여전히 레거시의 보조 인력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시장 환경의 차이 : 이는 두 시장이 당면하고 있는 시장 상황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YTN의 전통적 수익 모델인 광고협찬 그리고 부동산 임대수익은 큰 변동 없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방송 시장의 플레이어 증가로 광고 수익이 불안정한 국면에 처해있다고 하지만 수익 상의 변동폭은 크지 않습니다. 레거시 부분의 탄탄한 기반이 버텨주는 한 디지털 부문의 과감한 투자는 기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2020년 사업보고서에 아래와 같은 문구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언론과 방송의 제작방식이 바뀌고 미디어 소비 행태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N스크린 시대에 변화하는 디지털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와이티엔플러스를 통해 모바일용 뉴스 콘텐츠 강화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의례적인 수준의 계획 공시가 아닐까 합니다. “매체력을 확장하면서 매출도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 진출 사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그림이 올해 제시된 적은 없었습니다. 곧 사장 자리에 오를 우장균 총괄상무의 비전에도 “디지털 광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정도만 언급될 뿐입니다. “현재 광고 매출이 66%인데, 전체 매출에서 광고 매출을 50%대로 낮추겠다. 디지털 시대니 OTT 부문 매출을 늘려야 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후보는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습니다. YTN이 당면한 절박한 문제가 디지털 쪽보다는 다른 데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입니다.

주주 구성 : 완전한 민영 구조인 CNN과 공기업이 주된 주주인 YTN은 소유 구조 측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때문에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방향에서도 다른 접근법을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YTN이 상장된 미디어 기업(소액주주 지분율은 17%)임에도 공기업으로 구성된 주요 주주들의 의사결정이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미디어 사업이 주업이 아닌 대주주들은 이사회를 통해서 피드백을 전달하게 될 텐데요. YTN의 디지털 전략에 어떤 기여를 조언과 제안을 던지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시장의 급격한 변동으로 YTN이 경영위험에 처하지 않는 이상, 디지털 부문의 인력 채용에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내부 갈등을 해소하는 조직 내 문제 해결이 우선되는 시점이기도 하고요. 미국 유선방송 시장과는 다른 특성의 국내 시장 여건도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를 후순위로 미루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당분간 국내에서 ‘한국의 CNN’을 표방한 방송사들이 CNN+나 NBC News NOW와 같은 디지털 프로덕트에 수백명을 채용하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YTN의 경우 '숙원'과도 같은 2000억원 대 매출 달성을 위해서는 디지털 프로덕트 강화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 정도는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