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문을 닫기로 결정했습니다. 퀴비의 종료가 서비스 개시 7개월 만의 일이었는데요. 이와 비교될 만큼 빠른 의사결정이었습니다. CNN+의 론칭을 준비하기 위해 들인 시간과 공에 비하면 다소 성급하다는 판단이 들 정도입니다.

CNN+의 종료 결정은 미디어 산업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뉴스 기반의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CNN+의 종료 사례를 분석 중인 국내 방송사들이 뉴스로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축하는 건 애초부터 상상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일단 저의 결론은 성급하다는 것입니다.

CNN+의 종료는 뉴스 유료 구독의 실패는 아니다

CNN+의 종료는 디스커버리와 워너미디어 간의 합병이라는 맥락 하에서 접근해야 할 겁니다. CNN+ 콘텐츠 부실이나 성과  부족이 부른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죠. CNN 경영진과 신규 워너 브로스 디스커버리 경영진의 인식 차이가 여기서 비롯됐습니다. 여기에 제프 저커 회장의 사임이 겹치면서 사실상 CNN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죠. 이 와중에 내려진 경영상의 전략적 결정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CNN의 모회사를 합병한 디스커버리는 AT&T로부터 워너미디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빚을 진 상태입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무려 550억 달러(약 60조원)에 이르는 금액이라고 합니다. 상환 압박도 있고요. CNN+의 애초 계획은 향후 4년 간 약 10억 달러(1.2조원)을 투자한다는 것이었는데요. 한푼이 아쉬운 신규 임원진 입장에선 당장 그들의 눈에 성과가 불확실한 CNN+에 이 정도 자금을 대기는 부담스러웠던 거죠.

게다가 합병 기업의 실질적 권력자인 자슬라브가 틈새 버티컬 스트리밍 서비스의 유료 구독 성공을 상당히 낮게 봤습니다. 합병 전부터 내심 CNN+의 론칭을 막고 싶어했었죠. 하지만 이전 워너미디어 경영진이 합병 완료 전에 밀어붙였고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긴 신규 경영진이 약간의 부실한 근거를 들어 폐쇄를 결정한 것입니다.

정리하면 CNN의 모회사 워너미디어를 집어삼킨 디스커버리 최고의사결정자들이 합병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고, HBO Max에 힘을 싣기 위해 서비스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슬라브의 틈새 스트리밍 구독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강한 확신까지 더해진 것이고요. 이로 인해 CNN+는 원래의 구상과 계획, 그림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문을 닫게 된 것입니다. '뉴스 기반의 유료 스트리밍 방송은 안된다'는 걸 실험해 보지도 못한 채 끝이 난 것입니다.

첫 달 15만 유료구독자 확보의 의미

CNN+ 론칭 첫 달 15만 명(월 5.99달러)의 유료 구독자를 이끌어냈습니다. 올해 유료 구독자 목표치는 200만 명이었습니다. 그리고 3~4년 뒤 1000만 명을 넘기는 것입니다. 이 숫자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그들의 목표치에 미달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야심찬 플랜, 과감한 마케팅을 고려할 때 1달 만에 모은 이 숫자는 그리 크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월 15만 명 구독자수 증가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적절한 비교 사례가 될 수 없을 듯합니다만, 뉴욕타임스의 분기당 증가량이 가장 많았던 때가 2020년 3분기인데요. 당시 분기당 유료 구독자 증가량이 49만3000명입니다. 월로 나누면 16만 명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기억하시다시피 2020년 11월3일은 미국 대선이었습니다. 2020년 3분기는 대선 '범프'가 있었기에 분기당 49만 명 증가가 가능했습니다. 특별한 시기였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CNN+는 이미 영상 분야 구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있는 시점에 월 15만 명이라는 숫자를 기록한 것입니다. 할인 프로모션 등을 통한 다양한 마케팅 방식이 동원됐기에 가능한 숫자였을 겁니다. 만약 이러한 기조가 한 분기 정도 이어졌다면 분기당 40~50만 명 구독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연말까지 200만 명 구독자를 달성하지 못했을 순 있지만 과연 이 숫자가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현재 뉴스 분야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2018년 론칭한 Fox Nation을 꼽을 수 있습니다. '보수파르 위한 넷플릭스'를 표방한 Fox Nation은 만족스런 수치를 기록하지 못한 탓인지 한번도 숫자를 공개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약 4년째 뉴스를 넘어선 확장 전략을 구사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물론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뉴스 스트리밍 실패라 단정은 어렵다

이 글로 말하려는 건 CNN+의 성공이나 실패가 아닙니다. 방송과 OTT에 대한 지식이 짧은 제가 감히 평가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유료 뉴스 스트리밍 플랫폼은 결코 작동하지 않아!'의 근거로 CNN+ 사례가 동원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은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들 내부 목표치에 미달한 것은 사실일 수 있으나, 이로 인해 뉴스는 스트리밍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단정을 내리기엔 섣부르다는 것이죠. CNN+가 문을 닫은 건 HBO Max로 모든 콘텐츠를 통합하기 위한 신규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으로 인한 것입니다. 그 안에 버티컬 스트리밍 플랫폼은 성공할 수 없다라는 강한 인식이 투영이 돼 있었고요.

워너브로스디스커버리 경영진의 평가대로 뉴스는 올인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장르 중 하나로 편입될 때 수익의 기대 효과가 높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뉴스를 독립 스트리밍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 또한 미래지향적인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다소 시간이 걸릴 수는 있겠지만 말이죠. 아직은 어느 것 하나 증명된 적은 없기에 '뉴스는 안된다'는 식의 결론은 뒤로 미뤄놔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현재까지의 성과를 종합하면 뉴스와 다큐멘터리로 수익성 높은 독립 스트리밍 플랫폼을 구축하는 건 위험한 전략일 수는 있습니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할 수도 있고요. 텍스트 뉴스 중심의 뉴욕타임스와는 사례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도전은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인 기대일 수도 있습니다.

전 CNN 앵커였던 캐럴 코스텔로의 NPR 인터뷰를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COSTELLO: No. I just think it came down to Discovery. They didn't want to gamble on something that would take a long minute to work. And they didn't think there were enough people willing to pay - what? - six bucks for a video news 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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