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표적인 진보 일간지죠. 가디언이 '디지털 우선 전략'을 지난 16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오픈 저널리즘을 전략의 핵심에 두기로 했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말 USA TODAY가 신문 기업에서 멀티미디어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한 이래 가장 파격적인 행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디언 뉴스&미디어의 Rusbridger 편집장과 모기업인 가디언 미디어 그룹의 CEO인 Andrew Miller는 미디어 소비 양태의 거침없는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의 아웃라인을 전 직원들에게 알렸습니다. 이 구상에 대한 Rusbridger 편집장의 얘기를 먼저 인용해보겠습니다.

"가디언 뉴스&미디어는 신문 너머로 나아갈 것입니다. 집중하고, 공을 들이고 투자하는 대상을 디지털로 전환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신문은 디지털 미래를 향한 여정을 떠나는 중입니다. 그것은 인쇄가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더 많은 관심과 상상력, 리소스를 디지털 미래가 지향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에 더 집중한다는 의미입니다. 가디언은 꾸준하게 디지털 혁신으로 주도해왔고 현재 매년 40%대의 성장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이고 우리가 오픈 저널리즘(또다른 웹과 협업적이며 링크로 연결되고 네트워크로 묶이는 콘텐트)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지속적인 개척자가 될 것입니다. 또한 월요일에서부터 금요일까지 발행되는 신문도 변화하는 독자들이나 광고주들의 패턴에 따라 패턴의 변화를 꾀할 것입니다. 우리 독자의 절반은 우리 신문을 저녁에 읽습니다. 그러면서도 속보는 우리 웹사이트나 모바일에서 읽고 있죠. nrs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문 부문에서 독자수가 늘어는 유일한 영국 신문이라는데 고무돼있습니다. 이런 성과로 인해 올해 브리티쉬 언론상 올해의 언론에 이름을 올렸죠. 디지털 우선 조직으로 변모함으로써, 우리는 모든 신문이 결과적으로 밟게 될 것이라고 믿는 그 발자국을 우리가 먼저 자연스럽게 내딛게 될 것입니다."

Miller도 거듭니다.

"가장 주된 전환점은 인쇄 기반의 조직 구조에서 철학적으로나 실행측면에서 디지털 우선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신문 부문 구독부수와 광고 수익의 하락은 독자들과 광고주들이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디지털 플랫폼을 끌어앉게되면서 이젠 더이상 되돌릴 수 없는 트렌드가 됐습니다. 우리는 디지털 우선 조직으로 나아가고 있고, 그 과정의 시발점에 서 있습니다. 우리 저널리즘의 퀄리티, 우리의 장기 전망, 가디언 미디어 그룹의 자산들, 우리만의 특별한 소유 구조, 디지털 미디어와 환상적인 시민들에 대한 진취적인 접근은 곧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디언은 왜 디지털 우선 전략 발표했나

이번 전략적 구상이 나오게 된 배경은 이렇습니다. 우선 미디어 섹터 전반에 불어닥치고 있는 크나큰 변화. 즉 디지털 오디언스의 급속한 성장과 구독부수와 신문 광고 수익의 감소에 응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죠.

아직도 신문은 가디언에 있어 중요하다고 털어놓습니다. 특히 가디언 미디어의 전반적인 수익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죠. 그럼에도 신문 중심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이날의 미래 구상을 낳게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디언의 미래 전략을 두 가지 목표를 드러낸 것이라고 밝힙니다. 디지털 부분의 더 성장시키고 가디언의 장기적인,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이 정도가 대략의 발표 내용입니다. 이날 발표된 미래 전략 구상 발표문의 한구절 한구절에는 전세계 뉴스 미디어 산업이 안고 있는 수많은 고민들이 응축돼 녹아들어있습니다. 신문의 위기, 저널리즘의 위기,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에 따른 대응 방안, 장기지속적인 수익 구조를 디지털 중심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이르기까지 새겨들어봐야 할 대목들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전략을 발표한 시점에 주목해야 하고 싶습니다. 앞서서도 언급했듯, 여전히 가디언 뉴스&미디어에서 신문 및 인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프레스가젯의 보도를 보면 정확한 수치까지 알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가디언 뉴스&미디어의 주 수익원은 신문입니다. 전체 매출 2억2100만 파운드 가운데 디지털 부문의 기여 정도는 최대 4000만 파운드에 불과합니다. 대다수의 수익이 신문과 인쇄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죠.

디지털 부문 비중 전체의 20%에 불과한데...

그럼에도 가디언은 기존 수익 부문에 집착하지 않고, 디지털 부문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발표문을 내놓았습니다. 투자 및 자원의 우선 순위를 신문, 인쇄에서 디지털 부문에 두겠다는 것이죠. 이는 언론 경영자 입장에선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장의 대세를 인정하는 것과 리소스 배분의 우선 순위를 과감하게 전환시키는 결정 사이엔 큰 공백이 있기 마련입니다.

국내 언론사 경영자들이 여전히 가디언과 같은 혁신적 전환에 머뭇거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불확실한 디지털 부문 수익 모델,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디지털 우선 전략을 천명하지 못합니다. 신문이나 방송 등 올드 플랫폼에 여전히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당장 다수의 수익이 바로 올드 플랫폼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가디언도 신문을 포기하겠다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Miller는 신문 수익을 더욱 끌어올리겠다고 언급합니다. 신문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를 걸겠다고 했습니다. 직접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상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추정하기로는 크로스플랫폼의 장점을 충분히 살린 뒤 신문에 대한 혜택을 높여감으로써 직접적인 구독 수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지 않을까 싶네요.

또 한가지 주목해 볼 만한 언급은 오픈 저널리즘입니다. 이는 곧 온라인 무료화 정책을 버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프레스가젯은 "신문에서 뉴스를 줄이는 대신 분석을 늘리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탭니다. 직접적인 연관성을 추론해내긴 어렵지만, 프레스가젯의 해석대로라면, 향후 신문 자체의 콘텐츠 전략이 변화할 것으로도 예상되네요.

다시 말해, 독자의 절반이 저녁에 가디언 신문을 읽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속보는 주로 인터넷과 모바일로 접하고 있다는 통계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신문과 디지털의 역할 분리를 과감하게 단행하겠다는 것이겠지요. 신문을 뉴스를 유통시키는 One of Them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고, 크로스플랫폼의 관점에서 접근하려한다는 의미일 테고요.

신문은 뉴스량을 줄이는 대신 분석 기사를 늘림으로써 저녁에 읽는 독자들이 구뉴스에 노출되는 경우를 줄이도록 하되, 디지털 부문이 속보와 새 뉴스를 담당하는 전략. 어쩌면 당연히 그래야만 할 것 같은데 그러지 못했던 행태. 그것에서 확실히 벗어나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디지털도 다시 웹과 모바일의 접근이 다를 것이고, 모바일도 스마트폰과 태블릿 에디션이 다른 전략적 접근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추후 가디언의 여러 발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Data Open, Data Journalism 부분에서 전세계 언론 가운데 최고의 역량을 갖춘 가디언의 행보가 유난히 돋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