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은 뉴욕타임스와 함께 수용자 수익모델의 초기 성공 사례로 거론이 되고 있죠. 뉴욕타임스가 페이월을 쌓아올려 정보 접근권의 제한을 두는 모델에 집중한 반면, 가디언은 모든 독자들은 훌륭한 저널리즘에 차별없이 접근할 자격이 있다며 페이월을 쌓지 않았습니다. 대신 일종의 기부 모델을 중심축에 놓게 됩니다. 이를 가디언은 독자 펀딩 모델(Reader Funding Model)이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독자 펀딩 모델은 말 그대로 독자가 가디언의 가치에 동의를 표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기부/기여하는 모델입니다. 기부(donation)과 무엇이 다를까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위 표에서도 보실 수 있다시피, 가디언은 donation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contribute라는 단어로 행위의 가치를 설명합니다. 가디언에 1달러든 100달러든, 그 금액을 내는 행위는 물질적 증여나 기증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맥락으로 보입니다. 저널리즘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 그리고 역사적으로 그 생태계와 시민들을 위해 가디언이 기여해온 바에 대해 '돈'이라는 것으로 지지하고 동참한다는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제가 과거에 썼던 글부터 먼저 확인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가디언의 수용자 수익 모델은 그냥 흘겨보는 수준보다는 사실 꽤나 복잡합니다. 독자 펀딩 모델만으로 운영되는 것도 아닙니다. 일종의 페이월이라 할 수 있는 구독 모델도 동시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찬조/후견(patronage)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스폰서'라는 단어만으로 구분하기엔 더 복잡하고 정밀한 구분법이 가디언 수익모델에 녹아 있다는 의미입니다. 먼저 제가 그린 아래 다이어그램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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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Contribute)

가디언은 독자들의 펀딩 모두를 기부(contribution)라는 표현으로 대신합니다. 구독마저도 넓게는 기부라고 간주하더군요. 예를 들어 가디언은 지난 4월 29일 정기 월 '기부자'가 82만1000명이라고 발표를 했는데요. 이 인원을 집계하면서 가디언 프리미엄, 가디언 퍼즐앱 등 유료 앱의 구독자도 기부자 숫자에 포함된다고 강조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서 기부를 구독과는 분리된 유형으로 정리를 하고자 합니다. "가디언의 가치에 동의해 정기/비정기적으로 독자들이 비용을 가디언에 지불하는 행위 및 수익". 대략 이렇게 정의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렇게 하면 가디언의 다른 구독 상품과는 구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가디언은 독자들의 기부를 독려하고 증대시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것은 기부를 유도하는 문구의 변화/변주를 보시면 쉽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먼저 아래는 기부를 유도하는 공통 문구입니다.

기부를 유도하는 공통 문구

"우리는 다른 접근법을 선택했습니다. 지지해 주시겠습니까? 뉴스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할 때, 가디언의 품질과 팩트체크 뉴스, 그리고 측정된 설명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편집 독립은 필수적입니다. 정직하게 보도된 기사를 우리 모두가 읽을 자격이 있다고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있고,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수백만 달러(your millions)가 있는 곳에 방문했습니다. 당신은 지난 6개월 동안 14개 이상의 기사를 읽으셨습니다. 그러나 이 결정적인 순간에 광고 수익은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그 갭을 메우기 위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모든 기부는 아무리 크든 작든 간에, 위기와 그 이상에 있어서 가치 있는 것입니다. 가디언을 1달러 정도로도 지지해보세요."
"We chose a different approach. Will you support it? With news under threat, just when we need it most, the Guardian’s quality, fact-checked news and measured explanation has never mattered more. Our editorial independence is vital. We believe every one of us deserves to read honest reporting – that’s why we remain with you, open to all. And you’re visiting in your millions. You’ve read more than 14 articles in the last six months. But at this crucial moment, advertising revenue is plummeting. We need you to help fill the gap. Every contribution, however big or small, is valuable – in times of crisis and beyond. Support The Guardian from as little as $1."

흥미로운 점은 가디언은 새로운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기부를 유도하는 문구를 추가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가 발생하면, 그에 걸맞는 가디언의 가치와 역할을 강조한 뒤 기부를 해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독자 펀딩 모델을 담당하는 팀이 꾸준하게 이러한 문구를 기획하고 작성하지 않고서는 이만큼 기민하게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저마다 저널리즘의 목적과 가치에 반응하는 지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의 가디언 스토리를 보면서 '이런 언론사는 무조건 도와줘야 해'라며 기부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고요.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에 관한 가디언의 탐사보도에 반응해서 기부금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두 사건을 조명하기 위한 가디언의 역사적 노력과 공헌을 함께 소개한다면 기부에 참여할 의사는 더 높아질 수 있겠죠. 이러한 문구 하나하나의 조정이 독자 펀딩을 증대시킨다는 가설을 그들은 테스트했고 실제 효과가 있었다는 걸 확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래는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 관련 기사의 하단에 붙은 기부 유도 문구입니다.

기부를 유도하는 개별 문구

전세계가 항거하면서,

…경찰의 폭력과 인종차별에 맞서, 가디언은 진실, 인간성, 정의를 위한 투쟁에 연대합니다.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흑인과 소수민족의 삶을 파괴한 잔혹성에 대해 보도해 왔습니다. 정의는 진실을 밝히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이죠.

경찰 폭력뿐만이 아닙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인종적 불평등은, 감염의 심각성과 인명 손실의 규모에서, 개인과 기업에 치명적인 경제적 결과까지, 소수 공동체를 불균등하게 파괴하기 때문에, 명백하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개방적이고 독립적인 뉴스 조직으로서 우리는 편견, 즉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편견에 대응하고 맞설 수 있습니다. 우리의 독립은 우리가 두려움 없이 권력자에게 도전하고 억압받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저널리즘은 상업적,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고 억만장자 소유주나 주주들의 영향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를 다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당신은 지난 6개월 동안 18개의 기사를 읽으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매일 수백만의 사람들이 좋은 소식을 위해 가디언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사실 확인이 된 정보와 권한과 무결성을 가진 분석에 접근할 자격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는 가디언 리포트를 여러분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무엇을 지불할 수 있는지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우리는 위기 시기와 그 이상의 시기에 우리 각자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도전하고, 단결하고, 변화를 고무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저널리즘을 제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 180개국에서 우리의 작품들을 지지하고 있는 독자들이 없다면 우리의 작품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뉴스 조직은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광고수입이 급감하면서 가디언은 주요 자금원을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는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독자들의 재정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지원을 통해 우리는 독립적이고 개방적이며, 조사, 의견 불일치 및 심문 등 고품질 보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모든 독자들의 기여는 아무리 크든 작든 우리의 미래를 위해 매우 가치가 있습니다. 가디언을 지원하려면 1달러(약 1분)만 내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각각의 독자들은 아래처럼 단건, 월, 연 단위로 가디언에 기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결제 과정도 간편해서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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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Subscribe)

가디언은 구독 상품도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크게는 디지털 구독과 가디언 위클리로 나뉠 수 있죠. 디지털 구독과 관련해서는 3가지 앱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디언 데일리, 가디언 프리미엄, 가디언 퍼즐앱입니다.

가디언 주간지

가디언 위클리는 2018년을 기점으로 신문판에서 잡지판으로 디자인을 변경했습니다. 그 뒤 가디언은 구독 상품 등에 가디언 위클리를 비중 있게 프로모션하고 있습니다. 나름 핵심 상품으로 보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디자인 변경 전까지 전세계 4만2000명이 구독을 하고 있었는데요. 이를 잡지판으로 변경하면서 좀더 힘을 실어주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아래에서도 제시해뒀다시피 6주 구독, 분기 구독, 연 구독으로 나누어 구독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구독과는 별도의 상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소개글 : 가디언 위클리 매거진은 한 주를 구성한 세계 뉴스와 의견, 그리고 롱리드를 총망라한 것입니다. 내부에서는 지난 7일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놀라운 사진과 통찰력 있는 동료들의 작품들로 다시 짜여져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가디언>과 <옵저버>에서 손으로 직접 뽑은 것입니다.

  • 6/6 구독
  • 분기 구독
  • 연 구독

흥미로운 건 가디언 위클리 구독을 하게 되면 가디언 퍼즐도 일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굳이 흥미롭다고 말씀드린 건, 뉴욕타임스처럼 퍼즐 앱이 독자적인 앱 서비스로서 구독을 유치하기도 하지만 다른 상품과의 결합을 통해서 구독을 유도하는 '미끼 상품'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퍼즐 혹은 크로스워드 퍼즐은 '지면 시대' 때부터 인기를 얻어온 엔터테인먼트 상품이었죠. 그것의 가치를 사장시키지 않고 적극적으로 디지털 구독을 유이하는 매개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제공 상품들

  • 모든 발행물이 정가에서 최대 35%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됨
  • Magazine의 디지털 아카이브 액세스
  • 편집자의 주간 전자 메일 뉴스레터
  • 가디언즈 퍼즐

가디언 디지털 구독

가디언의 디지털 구독 상품은 가디언 데일리앱 + 가디언 라이브 앱 + 광고 없는 웹 이렇게 3가지로 구성이 됩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가디언은 현재 3개의 네이티브앱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디언 데일리, 가디언 라이브, 가디언 퍼즐이 그것입니다. 이 가운데 2가지 앱에 대한 접근권의 편의성을 구독을 하게 되면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 가디언 데일리 앱은 무료앱입니다. 가디언 웹사이트와 다르지 않죠. 하지만 비구독자는 끊임없이 "기 구독자인가요?" "구독자가 아직 아닌가요?"라는 메시지에 끊임없이 시달리게 됩니다. 디폴트 상태에서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낮춤으로써 구독을 유인하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을 귀찮게 함으로써 구독으로 전환시키는 UX 기법을 쓰고 있는 셈입니다.

  • The Guardian Daily
  • Premium access to The Guardian Live app
  • Ad-free web

모든 사용자가 가디언의 저널리즘에 접근할 가치가 있다고 표방하면서, 페이월은 쌓아올리지 않지만 페이월에 준하는 '사용자 경험 괴롭힘'을 통해 구독을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아직 이것의 효과에 대해선 이렇다할 연구 결과를 접해보진 못했습니다만, 구독 상품을 기획할 때 자주 활용되는 사례인 것을 보면 아예 없지는 않아 보입니다.

우리가 배울 만한 것

디지털 구독과 후원의 병행 모델의 가능성 : 가디언은 전적으로 독자 펀딩 모델(우리가 말하는 후원)로만 운영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것만으로 줄어드는 광고 수익을 메워낼 수 없다고 판단한 듯 보입니다. 그 중심에 데일리 앱이 있습니다. 2019년 12월께 론칭된 이 앱은 라이브앱이 지닌 속보성의 기능을 보완하고, 쏟아지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개발된 앱입니다. 아래 설명을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The Daily is the new flagship product of our digital subscription bundle and a companion to the Live app, which is geared more towards breaking news. The Daily, in contrast, is more focused, with a finite selection of curated stories for those who sometimes feel overwhelmed by the news. The Daily and Live app complement each other, so subscribers have freedom to choose how they stay informed."

데일리와 라이브 두 개 앱의 관계를 적절하게 설정함으로서 구독 유인의 강도를 높여 놓았습니다. 그럼에도 무료 사용자를 위한 입구를 막지 않았죠. 대신 무료 사용자들에겐 끊임없이 가디언의 저널리즘 가치를 어필하며 기부를 요청합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무료를 볼 때는 기부를, 그렇지 않다면 구독을 독려하며 수용자 수익 모델을 단단하게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두 수익창구는 배치되는 관계가 아니라 병행될 수 있는 관계라는 걸 가디언이 조금씩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언론사들도 수용자 수익 모델을 설계할 때 이러한 관계의 가능성을 면밀히 조사한 뒤 배치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타깃 독자와 경험의 구분 : 가디언의 수용자 수익모델은 명확한 타깃을 설정한 상태에서 설계가 됐습니다. 가디언 위클리는 해외 독자를, 가디언 라이브는 신속한 정보와 속보 확인을 필요로 하는 독자들, 가디언 데일리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의 큐레이팅을 중시하는 독자들, 가디언 라이브의 디스커버는 심층 기사를 필요로 하는 독자들을 타깃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즉, 독자들이 뉴스를 필요로 하는 상황을 구분해서 그에 걸맞는 서비스를 앱 안에서 제공함으로써 전환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일반 독자들에겐 가디언의 저널리즘 가치를 지속적으로 인식시킴으로써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기부에라도 참여해보라"라고 제안합니다. 철저하게 독자 중심으로, 독자의 경험 기반으로 구독과 펀딩 모델을 설계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괜찮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국내에도 이와 유사한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라면 철저하게 독자들의 모티베이션을 조사하고 이를 설계에 반영하고, 적절하게 구분하여 배치함으로써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한 니즈가 있는 독자에게 A라는 뉴스 서비스로 다가가면 % 정도의 구독 전환을 이뤄낼 수 있다'는 등의 가설 기반의 설계 방식을 조금이라도 적용해 본다면, 이를 통해서 끊임없이 개선하고 업데이트한다면 수용자 기반 수익 모델이 국내에서 작동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길었습니다. 갑작스럽게 가디언의 독자 펀딩 및 구독 모델을 분석하려니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했고(그래서 뭔가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혼란스러웠지만, 이 또한 철저하게 시장을 조사한 결과로 보이긴 했습니다. 페이월이 없이도 그리고 페이월과 병행하면서도 독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점, 그것에서 희망을 찾고 국내 독자들의 고충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시도해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듯해서 이렇게 장황하게 적어두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