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미뤄뒀던 숙제를 오늘은 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국내 주요 언론사들의 현금성 자산을 들여다 보려고 합니다. 이미 한차례 집계된 현황을 공유드린 적은 있는데요. 자세히 함의를 끄집어내지는 않았죠. 깊지는 않더라도 현황 분석 정도는 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회계 측면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해당 기업이 3개월 안으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뜻합니다. 말그대로 곧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라는 의미죠. 현재 현금이 많다는 건 투자할 여력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현금을 쓰지 않고 계속 붙잡고 있다는 건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징표로 해석해 볼 수도 있습니다.

국내 대형 언론사들의 현금성 자산은 얼마나 될까

현재 제가 집계한 8개 언론사 중에 가장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곳은 중앙홀딩스입니다. 중앙일보의 지주회사죠. 중앙일보 그룹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2020년 기준으로 571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이 조선일보그룹(359억원), 동아일보그룹(312억원), 한국경제신문그룹(306억원) 순입니다. 편의상 연결재무제표의 대상을 그룹이라고 했습니다.

그룹 기준으로 8개 언론사의 현금성 자산을 모두 합하면 2094억원 정도됩니다.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이해가 잘 안될 텐데요. 네이버의 2020년 현금성 자산 규모가 1조6003억이라는 점을 비교해 보시면 쉽게 짐작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대형 언론사들의 현금을 다 합쳐도 네이버의 1/8 수준이라는 의미입니다.

또다른 비교를 해볼까요? 얼마전에 엑시오스가 제시안 매각가액을 알려드린 적이 있는데요. 그게 4억 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4500억원 정도 되죠. 대형 언론사의 현금을 다 모아도 엑시오스를 인수하기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일보 닛케이가 파이낸셜타임스를 2015년 인수할 때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파이낸셜타임스의 매각가는 8억440만 파운드, 우리돈 약 1조 5000억원이었습니다. 닛케이는 저 어마어마한 금액을 현금으로 지불했습니다. 현금성 자산이 부족했다면 감히 악셀 스프링어를 제치고 파이낸셜타임스를 넘겨받기 어려웠을 겁니다.

한 가지 더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국내 언론사의 기사 하단을 점유하고 있는 데이블이라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관련 기사를 추천하고 광고를 노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데이블이 올초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을 때 기업가치가 1000억원이었습니다. 적어도 대형 언론사 3개사가 현금을 거의 합쳐야만 인수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결과적으로 국내 대형 언론사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국내 언론사의 영세성을 대변하는 지표가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늘어나는 현금성 자산

또 하나 눈여겨 볼 대목이 있습니다. 국내 언론사들의 현금성 자산 규모가 대체로 증가하고 있는 흐름입니다. 줄어든 곳은 한겨레와 연합뉴스 정도에 불과합니다. 연합뉴스는 부채상환도 영향을 미친 것 같더군요. 심지어 개별 신문사들의 현금 자산도 늘어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문사가 어렵다 어렵다 해도 실제로는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죠. 특히 종편을 보유한 미디어그룹들은 매일경제그룹을 제외하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앞서 설명을 드린 적도 있는데요. 그룹 차원이 아닌 개별 신문사의 매출을 최근 5년간 계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와중이었거든요. 그럼에도 현금성 자산이 늘어나는 흥미로운 풍경을 우리는 관찰할 수가 있습니다. 신문사 매출이 하락하고 있지만 흑자를 기록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현금성 자산도 늘어난 것이 아닐까 합니다.(아니라면 꼭 알려주세요. 제가 회계 지식이 깊지 않다 보니)

달리 보면, 규모가 200억~500억원 정도이긴 하지만, 그만큼의 투자 여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았지만, 저금리 상황에서 현금성 자산에 포함되지 않는 장기상품에 투자하기보다 현금을 쥐고 있는 것을 선호하게 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을 수도 있을 겁니다. 당기순익 증가도 영향을 미쳤을 테고요.

[데이터] 국내 언론사, 현금 얼마나 보유하고 있을까
DART에 공개된 감사보고서(연결 포함)를 토대로 최근 2년 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집계한 것입니다.

관건은 현금을 활용한 미래 투자

현재 다수의 해외 유력 언론(신문사)들은 핵심 수익원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도드라진 흐름이 디지털 미디어 스타트업의 인수입니다. 100% 현금 지급 방식이 아닌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는 자사의 현금을 활용합니다. 특히 유망한 스타트업을 인수할 때엔 현금 동원 능력이 무척이나 중요하죠.

야박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개별 언론사들의 현금 여력으로는 국내 미디어 스타트업 한두 곳을 인수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성장가능성에 대한 확신, 인수 뒤 수익 성장 지원에 대한 전략 등이 탄탄하게 서 있지 않는 이상 , 50~100억원 내외 규모로 커가고 있는 미디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건 리스크가 매우 높은 결정일 수밖에 없죠. 디지털 전환 투자에 인색한 국내 신문사들의 상황까지 감안하면 국내에서 레거시와 미디어 스타트업 간의 인수 사례는 당분간 등장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 스타트업 인수가 어렵다면 내부 투자를 통해 디지털 수익원을 확보하는 전략을 전개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광고 경기가 호전된다고 가정하면 당분간 현금 보유량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이 정도의 여력이 있을 때 확실한 디지털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 투자를 과감하게 집행해야 하지 않나 싶더군요. 신문 매출이 하락하는 건 되돌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디지털 수익 창출 전략을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면, 5년 뒤엔 무척 위험해질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종편 보유 언론사들은 그나마 여건이 나은 편일 겁니다. 연합뉴스처럼 연합인포맥스와 연합뉴스TV가 탄탄하게 버텨주는 곳도 사정은 괜찮을 겁니다.

여하튼 현금 여력이 커지는 건 한쪽으로 보면 좋은 신호입니다. 디지털 전환에 투자할 여지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이 돈을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투자하는가가 중요한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국내 언론사들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일본 신문사와 비교해도 영세한 규모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혹 이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질문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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