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세이 뉴턴(Casey Newton)은 더버지(The Verge)에서 잘 나가던 기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The Interface라는 독립적인 카테고리 브랜드를 운영할 정도로 실력파로 인정받았죠. 실리콘 밸리의 플랫폼 기업을 취재하면서 고위 임원들과도 돈독하게 지냈습니다. 단단한 취재역량과 네트워크를 갖춘 명성 높은 기자였죠.

2020년 10월, 돌연 더버지를 그만 둡니다. 아주 뻔한 우리식 표현이긴 하지만, 좋은 직장을 관두고 험지에 자신을 내던진 거죠. 그리고 서브스택에 '플랫포머'(Platformer)라는 본인 브랜드 사이트를 만듭니다. LLC 형태의 법인도 설립했습니다. 일주일에 4번씩 뉴스레터를 주기적으로 발행했죠. 그렇게 1년이 흘렀습니다. 누구보다 만감이 교차했을 한 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가, 플랫포머 1년을 맞아 배운 것들을 정리해서 공유했습니다. 제법 깁니다. 기자 출신이었기에 독립적인 기자로서의 생존이 가능할까에 대한 많은 의문들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답변하고 있습니다. 기자 출신이라면, 특히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펼쳐보이지 못하고 있는 기자들이라면 귀담아 들어볼 대목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더버지 소속 기자 때보다 돈을 더 벌었을까

샐러리리스트에 올라온 몇 년 전 복스 미디어 기자들의 급여 수준

어디까지나 추정입니다. 확실한 건 더 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글래스도어와 샐러리리스트를 보면, 더버지의 초임은 6만 달러 수준입니다. 더버지를 포함한 복스 미디어의 연봉이 생각보단 높지 않습니다. 2020년 기준 약 20년 차인 케세이 뉴튼은 더버지에서 15만 달러 내외의 급여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 돈으로 연봉 1억7000만원 내외일 겁니다. 어디까지나 추정치입니다.

현재 플랫포머의 유료 구독자는 2500명 내외로 추정됩니다. 무료 뉴스레터 구독자 4만9000명의 5% 정도라고 언급한 것에 비춰본 것입니다. 정확한 ARPU(사용자당 월 평균 지불액)를 알 수 없으니 일단 월 10달러 기준으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월 2만5000달러라는 금액이 나옵니다. 아마도 이보단 조금 적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봉으로 따지면 30만 달러 내외죠. 조금 낮게 잡더라도 25만 달러 수준은 될 겁니다. 확실한 건 전보다 더 받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그가 털어놓고 있듯, "회계와 부기를 해야 하며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서류작업이 필요"합니다. 일은 더 많아졌죠. 주간 4건 이상의 콘텐츠를 생산해야 합니다. 더 바빠졌을 겁니다. 늘어난 노동만큼 벌이가 나아졌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어찌됐든 유료 구독자들이 한꺼번에 이탈하지 않는 이상 해고 위험은 없다는 게 그가 밝힌 장점이었습니다.

어떻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을까

케세이 뉴턴은 유료 구독이 '히트 비즈니스'라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해 히트작이 터질 때 유료 구독자가 늘어나는 구조라는 의미죠. 이건 제가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는 "좋은 저널리즘, 특히 위기에 처한 기업의 내부로 독자들을 데려갈 때 성장한다"라고 말합니다. 팀닛 게브루가 구글에서 해고된 배경을 분석한 글, 미디엄의 최근 정책 전환이 저널리스트들에게 왜 재앙이었는지를 다뤘을 때 유료 구독이 성장했다고 했습니다. 모두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취약한 내부 이야기들을 다룬 콘텐츠입니다. 하지만 그외의 콘텐츠가 발행될 땐 "비즈니스가 대체로 정적이었다"라고 말합니다. 조용히 이어지다가 히트작이 나오면 유료 구독자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거죠.

커뮤니티도 한몫 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디스코드라는 커뮤니티 툴에 동료 기자들과 함께 'Sidechannel'이라는 걸 개설해서 운영해 왔습니다. 이 공간에 마크 저커버그를 초대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강력한 커뮤니티가 유료 전환의 동인으로 작동했다고 했습니다. 통상 이를 저는 부가 유익(Value Added Benefit)이라고 부르는데요. 유사한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대화하고 정보와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은 성장과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이를 일찌감치 그는 간파하고 있었던 겁니다. 오죽하면 "디스코드는 저널리스트들이 자신에게 주는 초능력"이라고까지 상찬했을까 싶기도 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트위터가 구독자 성장에 가장 높은 기여를 했다고 합니다. 내놓고 '트위터 아니면 0'라고 할 정도니까요. 미국 내에 트위터의 여전히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코멘트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구독자를 발굴하고 전환시키는 데 있어 트위터만한 소셜미디어 채널은 미국에선 발견하기 어렵다는 얘기기도 합니다. 한국이라면 페이스북이 이 정도의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인터뷰는 유료 구독자 전환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경험담도 남겼습니다.

이탈률은 얼마나 될까

3~4%라고 합니다. 매달 유료 구독자의 3~4%가 구독을 해지한다고 합니다. 업계 평균(6% 내외)을 고려하면 조금 낮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충격은 컸던 모양입니다. 그가 보기에 유료 구독을 해지하는 이유는 독자들의 구독 예산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외에 다른 이유를 솔직하게 꺼내놓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체로 구독을 해지하기 전 잘 읽지 않는 행동을 보인다고 말하네요. 어딜가나 공통적인 패턴입니다. 직장을 옮기면서 해당 직종을 떠나는 독자들도 해지의 사유라고 했습니다.

독립 저널리스트로서 성장하기 위한 기본 조건

그는 대규모 기존 구독자를 지니고 있으면서, 잘 정의된 자기만의 콘텐츠(제품)을 가진 기자들이 할 만한 영역이라고 강조합니다. 자신도 12명의 기자들을 이 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를 써봤지만 좀체 움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주류 언론사를 떠나는 작가들의 첫번째 정점에 이르렀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일단 나올 만한 기자들은 거의 다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짐작이었습니다.

저의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어느 정도 자신의 팬독자들을 보유한 기자들에게 '독립'은 유리합니다. 당장 유료 구독으로 전환시킬 타깃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쌓아올리려면 많은 시간과 공수가 들기 마련입니다. 케이스 뉴튼도 그 점을 지적하려고 했던 듯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더 많은 저널리스트들이 이 길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 언론사에 근무해서인지, 그들의 해고 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내놓고 '너는 쉽게 대체 될 수 있는 기자야 그러니 능력을 증명해봐'라고 겁박하는 상사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해고가 어느 정도 자유로운 미국 기자 사회에서나 가능한 문화일 텐데요. 그런 말을 듣고도 독립적인 삶을 선택하지 못하는 현실이 서글펐던 모양입니다. 역으로 독립 기자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자군들도 조직 안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평가받은 이들로 제한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능력이 있어야 나와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메시지겠죠.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역량만 있다면 "독립적인 삶의 경제 조건은 경이적일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의외로 수많은 거래/제안 등을 만날 수 있고, 그 속에서 더 많은 수익을 발생시킬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많은 광고 제안을 거절한 듯했습니다. "전 매주 제안을 받았음에도 광고를 게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할 걸로 봐서 말이죠.

케세이 뉴턴 사례에서 국내 기자들이 참고할 점들

제가 보기엔 아래 3가지가 핵심입니다.

  1. 조직과 맞지 않다면 일단 전문성을 키우는데 집중하라
  2. 전문성을 무기로 독자 팬들을 모집하고 조직하라
  3. 해당 독자 팬들이 열광할 수 있는 하나의 콘텐츠 무기를 단련하라

각각을 따로 설명드리지 않아도 될 겁니다. 기자의 가장 큰 자산은 전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성은 강력한 취재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도와주죠. 나아가 그 분야에 관심이 높은 열정적인 팬들을 데려올 수 있는 끄는힘을 제공해줍니다. 다만 그것을 독립적인 비즈니스로 실현시킬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를 도와줄 수 있는 플랫폼들은 계속 늘어날 겁니다. 훨씬 쉬워진다는 의미입니다.

여전히 전문성 구축을 망설이는 기자들이 많습니다. 잦은 혹은 정기적인 부서 이동으로 인해 전문성을 키울 시간이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어느 출입처로 가든 자신만의 영역을 먼저 붙잡지 않으면, '조직 타이틀 없는 나', '명패 없는 나'의 모습은 초라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조직에 가장 충성스러운 기자로 살아가야만 합니다.

케세이 뉴턴은 더버지를 떠났음에도 취재 네트워크는 끊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가 지닌 전문성의 힘이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인터뷰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전문성'과 이를 통해 독자들을 흡인할 수 있는 강력한 콘텐츠 제작의 힘을 갖추는 것, 그것이 독립적인 저널리스트로서 지속가능하게 살아갈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 번역문 전문 보기 : 서브스택 1년 동안 배운 것들(미디어고토사 도서관에 등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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