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발간돼 국내에서 소개됐던 뉴욕타임스 혁신 리포트의 팀 소개 페이지. 루이스 스토리의 이름과 이력이 적혀있다. 

루이스 스토리(Louise Story)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국내에 흔하진 않을 겁니다. 2014년 뉴욕타임스 혁신리포트를 읽어본 이들이 많았어도 누가 썼는가를 들여다 본 이도 많지 않을 겁니다. 물론 저라고 그의 이름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다니지 않았답니다.

어찌됐든 그는 2014년 뉴욕타임스 혁신리포트를 작성했던 쟁쟁한 인재 10명 중 1명이었습니다. 그 보고서는 뉴욕타임스를 디지털 유료구독 전세계 1위의 반열에 올려놓은 탄탄한 기초가 되었죠.  뿐만 아니라 전세계 언론인들이 회람하고 벤치마킹한 수많은 혁신 보고서의 교범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뉴욕타임스의 혁신 보고서는 뒤늦은 디지털 전환 전략을 추구하는 언론사들의 첫번째 참고서가 되고 있을 겁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런 보고서를 작성한  공동 저자 중 한 명이 루이스 스토리입니다.

뉴욕타임스에서 타임스 라이브의 총괄 프로듀서 겸 에디터를 마치고 월스트리트로 넘어간 건 2018년의 일입니다. 당시 WSJ의 매트 머레이 편집국장이 상당한 기대감을 내비치며 그의 영입을 직접 직원들에게 소개를 했죠. 그런 기대를 어기지 않고 그는 또 한 번의 굵직한 문서 한 건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생산해 냅니다. '더 콘텐트 리뷰'입니다. 무려 26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검토/제안 문서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내일을 약속해 줄 또 하나의 혁신 리포트로 올초에 보도가 되기도 했었죠.

루이스 스토리 팀이 작성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더 콘텐트 리뷰 보고서의 한 페이지

하지만 지난달 그녀는 입사한 지 3년 만에 월스트리트저널을 떠납니다. 매트 머레이와 신임 발행인인 알마르 라투르 간 권력투쟁의 희생양이 된 것입니다. 지난 7월27일자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그가 공들여 작성한 '더 콘텐트 리뷰'는 실제 뉴스룸에 많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발행인인 알마르 라투르의 그림을 더 잘 녹여넣기 위한 내부 암투의 슬픈 결론이었던 겁니다.

어찌됐든 그녀가 퇴사 한 달여 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Twipe에 짧은 기고글도 남겼습니다. 제목은 '뉴스 산업은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얘기를 이젠 멈춰야 한다'입니다. 대신 'Audience Transformation' 즉 수용자 트렌스포메이션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의 발언과 과거 이력, 그리고 저의 해석을 보태 작은 교훈이라도 건져내 보고자 이글을 써봤습니다


(1) 레거시 운영조직과 분리 작업

루이스 전 CPO는 레거시 제품조직과 디지털 제품조직의 분리부터 실행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디지털 팀이 집중하고자 바를 과거 관습이나 올드 매체적 특성을 걷어내 전환시켜 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 과정에 약간의 투자는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인원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밖에 없어서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조직 분리가 맞다고 역설합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제품팀과 신문/방송 같은 레거시 제품팀이 뉴스룸 안에서 동일한 지휘를 받으며 뒤섞인 채 업무를 진행하게 될 경우 디지털팀은 올드한 제작 문화를 자연스럽게 내재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겁니다.

그의 이런 인사이트는 그냥 나온 것은 아닐 겁니다. 뉴욕타임스에서의 경험 특히 최고 수준 임원(Executive Producer and Editor)급에 올라 라이브 비디오 조직을 이끌면서 확인한 결론이었을 겁니다.  전체적인 그의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 그가 썼던 월스트리트저널의 '더 콘텐트 리뷰'를 들여다 보시요.

좋은 의도, 페이월 모델 조기 도입 및 최근 몇 년간의 진전에도 월스트리트저널은 변화하는 수용자 습관에 적응하기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저널은 여전히 ​​인쇄 지향적입니다. 인쇄가 우리의 미래에 좋은 선택이 아니며 더 이상 수익성이 없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인쇄 중심성 때문에 디지털을 충분히 사고하지 않는 섹션이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뿌리부터 들여다보면서 인쇄 중심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계를 읽어냈기에 이러한 조언을 내놓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볼까요? 국내 언론사들은 현재 2가지 방향으로 조직 개편을 시도하거나 했는데요.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처럼 레거시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 조직 부문을 완전히 떼어내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디지털팀을 기존 레거시팀과 통합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어느 쪽이 보다 '수용자 중심' 문화를 안착시키는데 더 큰 기여를 하고 있는지를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혁신 보고서의 공동 저자이자 WSJ 전직 CPO/CTO의 방향은 중앙일보 사례에 조금더 가까운 듯 보입니다.

(2)성공 지표에 대한 조사 및 재검토 작업

이 작업은 누가 뭐래도 가장 중요한 작업 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루이스의 이야기부터 들어보시죠.

"대부분의 뉴스룸은 수용자 습관을 이해하기 위해 일련의 데이터를 보고 있죠. 그러나 너무 많은 지표가 뉘앙스가 부족하거나 비즈니스 목표를 가리키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참여 시간(engage time)을 보고 있지만 스토리 길이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요? 또, 예를 들어 페이지 조회수를 보고 있지만 해당 페이지 조회수가 누구에게서 오는지, 그리고 그들이 성장세에 있는 수용자인지 여부는 무시하고 있지 않나요?"

사실 국내 언론사 가운데 핵심 지표 설정이나 개발에 리소스를 투입하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죠. 특히 리더급에서 핵심 지표가 지니는 가치와 중요성을 깊게 이해하고 있는 분들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장 단순한 몇 개 지표에 조직을 '올인'시키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는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업계 1위 트래픽'이라는 데 묶여 있기 때문일 겁니다. 회사의 미션을 그렇게 고정돼 있기에 지표의 상상력이 빈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익모델의 다각화에도 실패하고 있어서일 겁니다.

저는 이 작업이 의미가 있으려면 회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히 도출되는 작업부터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최상위 의사결정자의 책임이자 의무이기도 하죠. 루이스와 의견을 달리하지 않지만, 국내 언론사에서 이 조언이 가치를 지니려면,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 후속 작업으로 현재 지표의 재검토, 이종 부서의 통합 회의를 통한 고유한 지표 개발이 이뤄진다면 '수용자 전환' 조직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더 많은 '듣기' 작업

Pixabay로부터 입수된 Gerd Altmann님의 이미지 입니다.

루이스는 뉴스 조직이 원래 잘 듣지 않는 문화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경청의 대상을 바꿔볼 것을 제안합니다.

"전통적인 에디터는 이러한 사람들(기술, 디자인, 프로덕트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술 문화를 일상 업무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듣고, 테스트하고, 학습하는 접근법을 장려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것은 Audience Transformation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리더십 측면에서도 필수적입니다. 과거에 미디어를 지배했던 독재적이고 톱다운 방식에, 펀치리스트 스타일의 리더십에서 벗어나려는 세대 간 변화가 일어날고 있습니다."

결국 이 조언도 리더급을 향해 있습니다. 기술, 디자인, 프로덕트 담당자의 기본 문화는 린 방법론에 기초하죠. 만들고-측정하고-배우는 이 반복되는 순환이 좋은 제품을 만들내는 린 스타일 접근법입니다. 리더들에겐 이게 정말 익숙하지 않을 겁니다. 기자 출신이 린 스타트업을 몸에 익히는 건 '양질 전환'의 체질 혁명을 필요로 하는 작업일 수도 있습니다. 직접 그리하지 못한다면 일단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듣고 흘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배워야 합니다. 디지털 제품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고 만들어져왔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정말 공감하는 조건입니다.

(4) 고상한 체하지 마라

"우리 업계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유틸리티 지향 콘텐츠를 무시합니다. "그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야!"가 그걸 상징하는 공통의 문구일 겁니다. 저를 잘 아시는 분은 제가 장편의 수사적이며 전통적인 위대한 스토리의 가장 큰 지지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또한 수용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 유형을 제공하고 기자로서 다양한 근육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뉴스룸이 Audience Transformation을 거치고 데이터 및 기타 피드백 및 청취 방법을 살펴보다 보면 기본적이고 유용한 정보에 대한 수용자들의 요구가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정말 '옳거니'를 외치고 싶은 마음입니다. 언론사 편집국/보도국에 있는 기자들은 아마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겁니다. 만약 이런 지시를 받게 된다면 '저널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자가 '~해야 하는 이유', '~하는 방법' 따위의 글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회의감'에 사로잡힐 겁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보다 큰 거대담론을 다루고, 역사의 분기점을 상징하는   대형 사건을 밤낮없이 취재하며,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탐사보도에 기자의 생명을 거는 것이 숙명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항상 수용자들의 관심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살아내야만 하는 수용자들은 그들의 일상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 만한 실행적 콘텐츠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루이스의 얘기를 조금더 들어볼까요?

"뉴스 산업은 그 중 너무 많은 것을 기술 기업들에게 양도했습니다. 사람들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제품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까요? 사람들의 백신 예약을 돕기 위해 NYC의 한 개발자가 구축한 웹사이트 Turbovax가 았습니다. 이것은 뉴스 사이트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뉴스 사이트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 외에도 사람들이 백신 예약을 하는데 도움이 줄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통적인 저널리즘은 공동체를 위해 시민들의 건강한 의사결정을 돕는 일련의 행위입니다. 토론을 제공하고 포럼을 구성해서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저널리즘의 역할 모델 중 하나죠.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기사의 형태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죠. 디지털 프로덕트의 형태로 얼마든지 메시지를 전달하고 토론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미 국내 언론사들도 다양한 디지털 프로덕트로 저널리즘의 가치를 전달해온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을 포털 등에 의존하고 있거나 내맡기도 있죠. 내부에서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것들도 외면합니다. 그것의 중요성과 가치에 힘을 실어줄 디지털 리더들이 부재하기 때문일 겁니다.

조금 덧붙이자면

루이스 스토리의 이력을 보시면 알겠지만 그는 뉴욕타임스에서 탐사보도 기자만 거의 10년을 했습니다. 어쩌면 디지털, 제품이라는 단어보다 저널리즘이 더 익숙한 기자였을 겁니다. 하지만 기자 출신으로 세계적 경제언론의 CPO, CTO 자리를 거머쥐었죠. 프로덕트 사고가 이젠 몸에 배어있을 겁니다.

현직에 있는 젊은 기자라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용자 전환', '수용자 중심'을 목표로 삼아, 뉴스와 이를 감싸는 뉴스 프로덕트를 직접 설계하고 개발해가는 역할, 즉 프로덕트 매니저로 성장하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만큼 노력하고 경쟁도 해야 할 것입니다. 루이스 스토리만큼 파격적인 승진 관행이 국내 편집국 안에서 향후 몇 년 간 조성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이직과 전직 코스를 잘 활용한다면 기회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좋은 저널리즘이 좋은 프로덕트와 결합될 때,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몫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저널리즘을 이해하는 프로덕트 매니저를 구하기 어렵다면, 저널리스트가 훌륭한 프로덕트 매니저로 변모하는 것도 하나의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