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습니다. 현장 기자라면 고민이 더 많을 겁니다. 독자들은 이념과 진영으로 양분되어 가고, 진실을 진영에 따라 편가르려는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댓글은 폭력으로 돌변해서 반대 진영 언론사와 기자를 공격하기에 바쁩니다. 이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부 기자들은 답답한 나머지 반대 진영 독자들을 교육하려 들거나 설득하려 애씁니다.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은 시도입니다. 진영 논리에 포획된 기자들도 동일한 행태를 반복합니다. 신뢰는 이 과정에서 무너지게 되고요.

이러한 고민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전세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한국만의 경향이나 현상도 아닙니다. 소셜미디어가 휩쓸고 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여론의 전쟁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 자칫 진영에 물들고, 저널리즘의 원칙까지 내팽개친다면, 저널리스트로서 더이상 이름걸기가 어려워지게 될 것입니다.

UN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담당 차관인 멜리사 플레밍(Melissa Fleming)은 지난해 말 하버드대 강연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해 볼 수 있는 3가지 팁을 공유한 바 있습니다. 그 팁을 저널리즘리소스에서 보도를 했고요. 제가 풀어쓰는 것보다 저널리즘리소스의 콘텐츠를 그대로 번역 소개하는 것이 더 낫겠다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주목을 끄는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Conflicted Middle. 저는 '갈등겪는 중간층'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이미 인지하고 있듯, 양극단에 존재하는 집단은 설득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갈등겪는 중간층은 팩트와 진실에 귀를 기울입니다. 이들을 설득해 내는 것, 그리고 이 집단을 타깃으로 삼는 보도를 중심에 두는 것이 지금과 같은 극단적 이념 양극화의 시대에 필요한 보도 유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들 갈등겪는 중간층은 대부분 다수를 점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도'라는 이름으로 회색지대에 놓고 해석을 게을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들이 더 가까이서 관찰하고 이들의 목소리에 더 마이크를 건냄으로써 갈등 위주 보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첫번째 팁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데이터 뒤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여론조사 데이터, 기타 분석 데이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어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밖으로 들고나와야 한다는 거죠. 수용자들의 '정신적 마비'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조금더 사람들의 목소리에 가까이 갈 필요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이 번역물이 고민하고 계신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뉴스 소비자는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는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안목있는 방식으로 뉴스와 상호작용하는 뉴스 소비자라고 자신을 일관되게 설명

1. 효과적인 대중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데이터가 중요하지만 실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사회심리학은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관심 가지고 돌보고 싶어도, 그리고 당신이 돌보려 노력한다고 해도 인간의 삶을 대표하는 수많은 숫자 앞에만 서게 되면 뭔가를 체감하고 느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한다"라며 “정신적마비(psychic numbing)라 불리는 그런 상태가 발생합니다"고 플레밍은 말합니다.

정신적 마비는 대량학살이나 기후변화의 영향과 같이 집에서 가깝건 멀리있건 위기에 대한 보도에 직면했을 때 뉴스 소비자가 빠져들 수 있는 무관심 상태를 나타냅니다. 최근 한 논문의 저자가 말했듯이 "더 많이 죽을수록 우리는 덜 걱정합니다."

플레밍은 개인의 경험을 기록하는 이야기(데이터 세트의 숫자로만 표시되는 사람들의 현실상의 사례)가 특히 난민 위기나 기후 변화와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를 밀접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수용자들에게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토리텔링과 스토리 수용은 생리적 경험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감정적으로 강렬한 이야기를 듣는 청취자는 감정을 처리하는 뇌 부분의 심장 박동수와 활성도가 높아집니다. 프린스턴 대학의 신경과학자 Uri Hasson과 동료들은 뇌가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습니다. 그들은 MRI 영상을 통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과 그 이야기의 녹음을 듣는 사람들이 유사한 뇌 활동을 보인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2. ‘갈등겪는 중간층’(conflicted middle)를 핵심 수용자로 고려해 보세요

플레밍은 특정 주제와 관련해 설득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공공보건 연구 결과 또는 인도적 위기의 정도에 대한 사실 수용은 주저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는 "갈등겪는 중간층"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할 가치는 있습니다.

만하임 대학의 사회학자인 마크 헬블링(Marc Helbling)과 공동 저자들은 양극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인 ‘모어 인 커먼’(More in Common)의 2017년 보고서에서 ‘갈등 중간자’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최근에 도착한 이민자, 난민 및 기타 이민자에 대한 견해를 묻는 독일 성인 2,002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 조사를 기반으로 했습니다. 연구원들은 더 적은 수의 설문 응답자 샘플로 두 개의 포커스 그룹을 추적했습니다.

그들은 이민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응답자 22%와 강력하게 반대하는 응답자 17%를 아웃라이어(outlier)로 구분했습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갈등의 중간 어딘가에 있었습니다. 일부는 이민을 지지하지만 이민자들이 독일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적응)될 수 있는지를 의심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독일의 난민 수용 수준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이민을 완전히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오늘날 미국의 여론조사는 미국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과거 수십 년보다 덜 동의할 수 있지만, 미국인이 과거보다 더 멀어졌거나 또는 우리가 다른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보다 이념적으로 또는 정서적으로 더 분열되어 있다(말하자면 상대방에 대해 적대감을 나타내는 수준의)라는 것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2021년 3월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 회장 마이클 디목(Michael Dimock)은 이렇게 썼습니다. 이러한 분열은 우리가 공통의 원인이나 집단적 국가 정체성을 위한 발판조차 찾지 못하는, 어떤 단일 축으로 무너져내린 것입니다.”

‘갈등하는 중간자’라는 개념은 모든 주제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항상 강력한 지지자와 강력한 반대자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중간 어딘가에 떨어져 새로운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열려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3. 신뢰할 수 있는 메신저에게 목소리를 줘서 양극화나 오정보의 행상들과 경쟁하세요.

플레밍은 "팬데믹이 닥쳤을 때 우리가 세계적인 공중보건의 위기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위기에도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매우 분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음모론은 소셜미디어에서 신봉자들을 빠르게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사이언스(Science)의 2018년 연구에서는 트위터에 퍼진 126,000개의 루머를 분석한 결과 거짓말이 진실보다 빠르게 퍼진다고 제시한 바 있습니다. 네이처(Nature)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사실과 허구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트위터에서 잘못된 주장을 퍼뜨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플레밍은 기관들이 TikTok, Twitter 및 Facebook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사전 예방적이며 진실을 전파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UN은 소셜미디어 사용자와 인플루언서가 과학적 증거를 기반으로 COVID-19 사실과 독창적인 콘텐츠를 공유하도록 요청함으로써 전 세계 60개 언어로 10억 명에게 도달했다고 주장하는 검증된 캠페인을 통해 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Verified는 2020년 5월에 시작되었습니다. 이 캠페인에는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저명한 글로벌 보이스이자 Dr. Elvis Eze, Imperial College London의 실험의학 교수인 Peter Openshaw, 70,000명 이상의 자원 봉사 소셜 미디어 사용자를 비롯한 신뢰할 수 있는 메신저들의 비디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팔로어들과 함께 백신과 마스크 착용의 효과에 대한 공공보건의 팩트들을 공유합니다.

"우리는 공익을 위한 정보에 대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플레밍은 말합니다. 그리고 "그건 무결성, 과학, 팩트를 구현하고 전 세계의 해당 소스 또는 소스가 되는 정보를 말합니다."


🎙 'Conflicted Middle'을 어떻게 번역해야 자연스러울까요? 커뮤니티에 아이디어나 의견을 남겨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가장 적합한 용어가 확인되면 본문에도 반영하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