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리드문은 될 수 있으면 짧게 쓰라고 교육을 받습니다. 다수의 언론 관련 서적에도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특히 스트레이트 기사의 리드문은 그리해야 한다고 강조됩니다. 역피라미드의 구조 때문이죠. 하지만 기사의 유형과 포맷에 따라 리드문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를 해오고 있습니다. 어떤 정답을 갖기보단 그 형식에 가장 어울리는 매력적인 문장으로 뽑아내도록 훈련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리드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William Zinsser는 'On Writing Well'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모든 기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첫 문장입니다. 독자가 두 번째 문장으로 넘어가도록 유도하지 않으면 당신의 기사는 죽은 것입니다.”

이런 리드문은 제법 흥미로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영어로 리드는 Lead로 표기됩니다. 하지만 이 단어는 금속 '납'과 동일한 스펠링을 갖습니다. Lead(기사의 리드)와 Lead(납)은 영어로는 같은 철자로 표기가 되는 것이죠. 리드와 납을 헷갈릴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영미권에선 이 두 단어가 혼동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많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과거 신문이 인쇄되는 과정에 반드시 포함됐던 납활자 조판 때문입니다. 납 활자 조판을 위해 사용했던 Lead와 기사의 lead가 종사자들을 헷갈리게 하면서 결국 기사의 리드문을 lede로 자주 표기하게 됩니다. 디지털 퍼블리싱이 보편화한 지금 시점엔 더이상 lead를 lede로 표기하진 않죠.

리드문에 대한 역사적 인식도 한번 살펴볼까요? 아래는 포인터연구소에서 작문을 가르치고 있는 로이 피터 클라크가 리드문을 언급한 사료를 정리한 것입니다. 실제로 그의 언급에 따르면 1976년까지 옥스퍼드 사전에는 '리드'라는 단어가 정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1976년 부록에서 처음으로 리드문을 "“A summary or outline of a newspaper story."이라고 기술했다고 합니다.

  • 2017년 John McPhee의 "Draft No. 4" : "리드는 제목과 마찬가지로 스토리를 비추는 손전등이어야 합니다."
  • 2000년 Christopher Scanlan의 "보도 및 작문: 21세기를 위한 기초" : "좋은 리드가 손짓하고 초대합니다."
  • 1977년 Melvin Mencher의 "뉴스 보도 및 작성": "30 또는 35단어 미만으로 리드를 짧게 유지하십시오."
  • 1956년 John Paul Jones의 "현대 기자들의 핸드북": "뉴욕 칼럼니스트는 오늘날의 신문 리드가 납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합니다." (그 말장난에 증거가 있다.)
  • 1949년 Rudolf Flesch의 "가독성 있는 글쓰기의 기술": "이것이 유명한 5W 리드입니다..."
  • 1940년 Helen MacGill Hughes의 "뉴스와 인간의 관심 스토리": (스토리의) 리드가 당신의 뺨을 때렸습니다."
  • 1933년 Robert Garst와 Theodore M. 번스타인(모두 The New York Times의 편집자), "헤드라인과 데드라인": "두 종류의 리드가 있습니다 ..."
  • 1923년 George C. Bastian, "오늘의 뉴스 편집": "뉴스 기사의 서론 내용을 '리드'라고 합니다."
  • 1913년 Willard Bleyer의 "신문 작성 및 편집": "스토리의 시작 또는 '리드'는 가장 큰 기술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1910년대부터 리드문 역할과 가치는 인정을 받아왔고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평가도 받아왔습니다. 그런 만큼 좋은 리드문을 작성하는 훈련이 기자들에겐 필수적으로 부과돼 왔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자리를 잡아온 것도 사실이고요.

이러한 역사적 진화를 이어온 리드문은 현재 5~6가지 유형으로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어떤 기사 유형인가에 따라 좋은 리드문의 특성과 강조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서입니다. NPR의 교육 자료를 통해 유형만 간략히 소개하면,

  1. 스트레이트 리드문
  2. 일화성 리드문
  3. 장면 묘사(setting) 리드문
  4. 1인칭 리드문
  5. 목격 및 관찰형 리드문
  6. 재치형(Zinger) 리드문

기사의 길이와 형식, 유형 등이 변화하면서 가장 적합한 리드문은 계속 실험되고 변모해가고 있습니다.

2022년 퓰리처상 수상작의 리드문의 특징

최근 흥미로운 글 하나를 접했습니다. 또다시 로이 피터 클라크였습니다. 그는 2022년 퓰리처상 수상작들의 리드문을 분석하면서  '짧은 리드문의 시대가 사라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올해 유난스럽게 그런 유형들이 더 많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짧은 리드문이 발견되면 나에게 알려달라'고 호언할 정도일까요.

대표적으로 퓰리처상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공공 서비스 부문 퓰리처상 수상작 워싱턴포스트의 '공격당한 의회' 기사입니다. 2021년 1월26일 발행된 이 기사의 리드문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As President Trump told a sprawling crowd outside the White House that they should never accept defeat, hundreds of his supporters stormed the U.S. Capitol in what amounted to an attempted coup that they hoped would overturn the election he lost. In the chaos, law enforcement officials said, one woman was shot and killed by Capitol Police.
The violent scene — much of it incited by the president’s incendiary language — was like none other in modern American history, bringing to a sudden halt the congressional certification of Joe Biden’s electoral victory.
With poles bearing blue Trump flags, a mob that would eventually grow into the thousands bashed through Capitol doors and windows, forcing their way past police officers unprepared for the onslaught. Lawmakers were evacuated shortly before an armed standoff at the House chamber’s entrance. The woman who was shot was rushed to an ambulance, police said, and later died. Canisters of tear gas were fired across the Rotunda’s white marble floor, and on the steps outside the building, rioters flew Confederate flags.
번역 :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밖에 모여든 수많은 군중들에게 결코 패배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자, 그의 지지자 수백 명이 미 국회의사당을 습격하여 그가 패배한 선거를 뒤집을 수 있기를 바라는 쿠데타를 시도했다. 이 혼란 속에서 한 여성이 국회의사당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사법당국자들이 말했다.
그 폭력적인 장면(대통령의 선동적인 언어로 대부분 촉발됨)은 현대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었고, 조 바이든의 선거 승리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갑작스럽게 중단시켰다.
파란색 트럼프 깃발이 달린 기둥과 함께 결국 수천 명으로 늘어나는 폭도들이 국회의사당 문과 창문을 부수고 맹공격에 대비하지 못한 경찰들을 지나치도록 만들었다. 의원들은 하원 입구에서 무장 대치 직전에서야 대피했다. 총에 맞은 여성은 구급차로 급히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최루탄이 로텐다의 흰색 대리석 바닥을 가로질러 발사되었고, 건물 밖 계단에서는 폭도들이 남부연합기를 휘날렸다.

다른 사례를 볼까요? 이번엔 설명 보도 부문 2022 퓰리처상 수상작입니다. 첫 문단은 이렇게 시작이 됩니다.

To look back in time at the cosmos’s infancy and witness the first stars flicker on, you must first grind a mirror as big as a house. Its surface must be so smooth that, if the mirror were the scale of a continent, it would feature no hill or valley greater than ankle height. Only a mirror so huge and smooth can collect and focus the faint light coming from the farthest galaxies in the sky — light that left its source long ago and therefore shows the galaxies as they appeared in the ancient past, when the universe was young. The very faintest, farthest galaxies we would see still in the process of being born, when mysterious forces conspired in the dark and the first crops of stars started to shine.
우주의 초창기 시간을 돌아보고 첫 번째 별이 깜박이는 것을 목격하려면 먼저 집만큼이나 큰 거울을 갈아야 합니다. 그 표면은 거울이 하나의 대륙 규모라고 가정할 때 발목 높이보다 큰 언덕이나 계곡이 없을 정도로 매끄러워야 합니다. 그렇게 거대하고 매끄러운 거울만이 하늘에서 가장 먼 은하에서 오는 희미한 빛을 모아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이 빛은 오래전에 그 원점을 떠났고 따라서 우주가 젊었을 때 고대 과거에 나타난 은하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여전히 볼 수 있는 가장 희미하고 가장 먼 은하들은 어둠 속에서 신비한 힘이 공모하여 첫 번째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을 때 탄생하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직접 세어 보면 아시겠지만 이 글의 리드에 해당하는 첫 문단은 132단어나 됩니다. 글자수로는 공백 포함 709자. 200자 원고지 3.5매 분량입니다. 리드라고 하기엔 상당히 길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로이 피터 클라크가 분석한 원인은 대략 3가지입니다.

  1. 다수의 수상자는 팀을 꾸려 제작된 장기 특별 프로젝트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2. 탐사보도의 결과를 맨 위에 요약해야 했기 때문에 리드가 더 길어졌습니다.
  3. 서두와 단락이 더 긴 경향이 있는 잡지의 특집 기사가 수상작에 여럿 포함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기에 한두 가지 요인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디지털 우선으로 스토리가 구성되고, 지면의 제약조건이 줄어들면서, 전반적으로 기사의 길이는 길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죠. 롱폼 저널리즘의 유행이나 롱폼 기사의 모바일 내 참여지표의 상승이 이를 방증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이긴 하나, 롱폼 저널리즘이 쇼트폼 기사에 비해 수용자 참여지표가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된 적이 있습니다.

롱폼 저널리즘이 시도될 때 리드 영역에 텍스트가 아닌 영상이나 인터렉티브 요소 등이 배치되는 경우도 빈번해졌습니다. 공들여 제작한 인터렉티브 기사의 다수가 이런 유형들입니다. 온라인 저널리즘 어워드 2021년 우승작을 검토해도 이러한 흐름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리드문의 형식과 길이에 유연성의 여지가 들어선 탓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독자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유도하고 기사에서 떠나지 않도록 붙잡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 문장이나 문단의 길이는 조금씩 부차적인 요소가 되어간다는 걸 의미한다고도 생각합니다. 리드문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지는 것, 그것이 2022년 퓰리처상 수상작들의 리드문에서 읽어낼 수 있는 흐름이 아닌가 합니다. '짧고 간명한 것만이 좋은 리드문이다'라는 우리의 고정된 인식에서 조금은 유연해 질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프로퍼블리카의 2021년 온라인 저널리즘 어워드 우승작(중규모 뉴스룸 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