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료 구독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유료화 모델이 있죠. 계량형 유료장벽이라 일컬어지는 Metered Paywall입니다.

Metered Paywall의 짧은 역사 : 2007년 FT의 도전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가 2007년 월 10건 무료를 기반으로 처음 도입한 페이월 모델입니다. 지금은 대다수의 디지털 유료화를 언급할 때 이 계량형 유료장벽을 먼저 떠올릴 만큼 보편화됐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성공 이면(2007년 TimesSelect 중단 이후)에도 이 모델이 존재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겁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15년을 기점으로 이 모델을 한발 더 진화시키는 도전을 택했지만 그럼에도 디지털 유료화는 거의 계량형 유료장벽을 의미한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일반적인 형태입니다.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Hard Paywall이라 불리는 프리미엄 방식이 다수였습니다. 다수라고 하기엔 이를 적용한 언론사가 그리 많지는 않았었죠.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모델을 1996년 8월부터 지속해왔습니다. 웹사이트를 개설한 뒤 무료로 유지된 기간이 매우 짧은 정도로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월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언론사 중 한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의 페이월 방식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지금은 역동적 페이월 모델이라고 해석되는 Dynamic Paywall 방식을 채택하고 있죠.

Metered Paywall이 주류로 자리잡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드 페이월은 유료와의 일반적 방식이었습니다. 이때문에 디지털 공간에서 뉴스 유료화는 작동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당시 구글의 에릭 슈미트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뉴스 유료화는 대체재들로 인해 작동하기 어렵다고 공언한 IT 전문가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2009년의 에릭 슈미트의 발언을 한번 확인해볼까요?

“in general these models have not worked for general public consumption because there are enough free sources that the marginal value of paying is not justified based on the incremental value of quantity.”

틈새 콘텐츠가 아닌 보편 뉴스 사이트에서 페이월은 작동하기 어렵다는 의미였죠. 월스트리트저널은 틈새 콘텐츠에 해당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의미였죠. 이 당시만 하더라도 파이낸셜타임스의 사례가 있긴 했지만 Metered Paywall 자체가 유력한 페이월 모델로 운위되던 시기는 아니었습니다.

2007년 뉴욕타임스의 TimesSelect의 중단 소식은 이러한 인식을 굳혀줬던 사례입니다. 어쩌면 에릭 슈미트의 확신을 근거해준 사례가  TimesSelect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우리는 뉴욕타임스의 Timeselect를 실패 사례로 인식하고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중단 사례라고 보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디지털 광고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 TimesSelects로 장벽을 쌓아 얻는 수익보다 디지털 광고로 벌어들일 수 있는 규모가 더욱 컸기에 뉴욕타임스는 그 모델을 멈춰 세운 것이죠. 당시 비비안 실러의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But our projections for growth on that paid subscriber base were low, compared to the growth of online advertising,”

TimesSelect는 유료 서비스를 중단할 때까지 22만7000명의 가입자를 모았습니다. 전체 유료 구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디지털 광고의 성장세가 가팔랐고 그 유혹을 거부할 수 없었기에 중단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실패라고 낙인 찍기에는 성과가 결코 적지는 않았죠.

결과적으로 광고 시장을 두드리기 위해 TimesSelect를 중단했지만 뉴욕타임스는 큰 교훈을 얻게 됩니다. 디지털 광고 시장과 유료 구독 시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서 Metered Paywall의 강점을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어 낸 것이죠.

Metered Paywall의 특성 : 유연성이 가져온 광고-구독의 병행

계량형 유료장벽은 유연성이 핵심입니다. 돈을 지불하지 않고서는 더이상 볼 수 없는 ‘미터’의 수를 유연하게 조정함으로써 트래픽을 하락을 일정 수준 방어해 낼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몇 개의 미터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디지털 광고 수익의 차감분이 달라질 수 있어서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Metered Paywall에서 미터, 즉 계량값을 월 5로 할 때와 2로 할 때의 차이를 상상해 보시죠. 편의상 충성 사용자(월 15회 이상 방문)와 일반 사용자(월 1~2회 방문) 두 그룹으로 나눠보겠습니다.  대부분의 뉴스 사이트들은 일반 사용자의 비율이 70% 이상일 겁니다.

  • 계량값 5일 때 : 월 1~2회밖에 방문하지 않는 일반 사용자들은 매월 그 언론사 웹사이트에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결제 요청 페이지를 만날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방문해서 1페이지 이상 보는 경우도 적을 것이고요. 결제 페이지를 만나지 못하니 당연히 유료 구독으로 전환도 하지 않을 겁니다. 대신 이들에게 광고를 노출하면 그래도 광고 수익은 얻을 수가 있죠. 전체 방문자의 70%에 해당하는 사용자들로부터 광고를 벌어들일 수가 있습니다. 반면, 월 15회 방문자인 충성 사용자들은 5개의 기사를 볼 때마다 결제 페이지와 부딪혀야 합니다. 아주 귀찮은 과정이죠. 그래서 결국 유료 구독에 이르게 됩니다. 물론 5개 페이지까지는 광고 수익이 발생하게 됩니다.

  • 계량값 2일 때 : 월 1~2회밖에 방문하지 않는 사용자도 결제 요청 페이지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들은 만나면 다른 사이트로 빠져나가 버리죠. 당연히 광고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자주 결제 요청 페이지를 만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유료로 전환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결국 계량값이 몇이냐에 따라 언론사의 광고 수익과 구독 수익이 일정 수준이 재구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Metered Paywall은 기존의 광고 수익을 크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독 전환을 높게 유도할 수 있는 최적의 계량값을 찾기 위해 애쓸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 A/B 테스트가 많이 활용되는 것입니다.

이 유연성은 결과적으로 광고 수익을 일정 수준 보전하면서도 유료 구독을 증대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지금은 이보다 훨씬 유연성이 높은 ‘역동적 페이월’(Dynamic Paywall), ‘하이브리드형 역동적 페이월’로까지 소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내부의 시행착오와 고민 그리고 기술적 도움으로 가능해진 것입니다.

그래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Pageview : 편차는 컸다

Kim Ho, et al(2020) 재인용.

Metered Paywall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인 유연성이 아무리 장점이라 하더라도 기존의 페이지뷰를 100%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사용자들의 자유로운 활동에 제약을 가할 것이고, 일반 사용자와 충성 사용자의 중간 지대에 속하는 준-충성 사용자들의 이용에도 불편을 주기 때문입니다.

페이지뷰의 감소는 결과적으로 디스플레이 광고 수익의 하락을 초래합니다. 만약 구독 전환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체 매출액이 감소하는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기에 의사결정자들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지점이 페이월 도입을 망설이게 하는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호 등(Kim, H et al, 2020)은 미국 신문사 42곳을 대상으로 페이월이 페이지뷰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이 논문을 보면, 페이월을 도입한 42곳 중 85%인 36곳이 페이지뷰 감소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평균적으로 이들 85%의 언론사들은 30% 정도의 페이지뷰가 낮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페이지뷰 감소 범위가 10%~55%에 이를 만큼 편차가 컸던 모양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어떤 토픽을 더 많이 다루느냐에 따라서 트래픽 감소량이 차별적으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정치, 비즈니스, 스포츠, 사회뉴스 등을 비례적으로 더 많이 보도한 언론사는 트래픽 감소가 크지 않았다고 강조합니다. 반면 기술, 라이프스타일, 엔터테인먼트 등을 비례적으로 더 많이 다룬 언론사는 트래픽 감소가 컸다고 하고요.

사례로 제시된 뉴욕타임스의 페이지뷰 추이를 볼까요? 2011년 metered paywall을 도입한 이후 추세적으로 조금씩 감소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다른 언론사들에 비하면 하락폭이 크지 않게 나타납니다. 그들이 트래픽 감소분을 관리하게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이 논문은 페이월 여부, 가격, 토픽, 언론사 규모 등을 주요 변수로 삼았습니다. 페이지뷰 통계는 알렉사 데이터를 가져왔더군요. 하지만 아쉽게도 페이월 모델의 유형을 유의미한 변수로 상정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Metered paywall이 미치는 영향을 복잡하다고만 언급하는 수준이었습니다.(ibid, p.56) 제 생각엔 다른 언론사들에 비해 뉴욕타임스의 하락폭이 적게 나타난 것은 여러 마케팅과 기술적 노력들이 병행됐기에 가능했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Metered paywall을 고려하는 국내 언론사에 주는 의미들 : 감에서 과학으로의 진입

Metered Paywall은 그 자체로 기술의존적인 모델입니다. 계량값의 조정과 최적화를 통해 트래픽 감소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제어가 필요할 수밖에 없어서입니다. 물론 최근 들어 다양한 소프트웨어 솔루션들이 제안되고 있지만 국내엔 아직 이렇다 할 좋은 툴이 소개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최근 네이버가 계량값 조정이 가능한 구독 상품을 제안한 바는 있지만 말이죠.

지금의 Metered Paywall은 다수가 Dynamic Paywall로 진화하는 중입니다. 독자들의 충성 정도에 따라서 계량값을 자동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즉 구독 전환 확률이 높은 사용자들에겐 최소의 계량값을 적용하고 구독 전환이 낮은 사용자들에겐 적정 계량값을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늘 강조하지만 이러한 장치는 머신러닝에 의해서 구현이 됩니다. 그만큼 기술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입니다.

트래픽도 유지하면서 구독 수익도 올리고 싶은 건 당연한 욕심일 겁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쉽게 충족되기는 어렵습니다.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고, 기술에 대한 관심도 있어야 합니다. 이 복잡한 과정을 서서히 확정해나기 위해서는 A/B 테스트와 같은 사전 예측 및 시뮬레이션도 선행돼야 합니다. 기자들이나 기획자들을 다그친다고 해서 그냥 뽑아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죠.

늘 강조드립니다만, 이러한 지난한 과정을 인내하고 이해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트래픽 빠지는 걸 보면서, 네이버에서 광고를 벌어오는 게 더 쉬울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도중에 포기할 거라면 제 생각엔 조금더 신중하게 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이러한 험난한 과정을 1~2년 정도 감내할 수 있는 리더가 국내 언론사 중에 얼마나 있을지 혹은 많을지 장담하기가 어렵네요.

또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디지털 페이월이 인쇄 신문 구독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Pattabhiramaiah(2019)의 연구를 보면, 뉴욕타임스처럼 인쇄신문과 온라인 에디션의 번들 상품을 구성하게 될 경우 신문 구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의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실제 데이터를 봐도, 뉴욕타임스의 2011~2013년 주중 신문은 유료 구독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일 겁니다.

이처럼 Metered Paywall을 해당 언론사의 비즈니스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따져볼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충분히 준비하면서 테스트도 해보고, 그것이 수익 미칠 영향을 미리 검토하지 않으면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과를 얻어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따라해보면 되는 거 아냐’라고 가볍게 생각하신다면, 낭패를 보실 수도 있습니다.

2021년 신년사를 보니 Metered Paywall 등을 포함한 독자 수익 모델을 검토하는 언론사들이 지난해에 비해 적잖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저마다 서로 다른 모델을 상정하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게 어떤 모델이든 준비가 철저해서 밑지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또한 시작한 뒤에 여러 한계들을 해결해나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 무엇이든 뚝심과 인내가 필요하고 데이터 기반의 분석과 의사결정이 요구되며, 끊임없는 관리와 도전에 맞서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겁을 먹지는 마시되, 시작했다면 과감하고 정교하게 돌진하기길 기대해봅니다.  페이월을 도입하는 순간 감과 직관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으로 진입한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참고 문헌

  • Kim, H., Song, R., & Kim, Y. (2020). Newspapers' Content Policy and the Effect of Paywalls on Pageviews. Journal of Interactive Marketing, 49, 54-69.
  • Pattabhiramaiah, A., Sriram, S., & Manchanda, P. (2019). Paywalls: Monetizing online content. Journal of Marketing, 83(2), 1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