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후기

지난 6월10일 언론노조의 초대로 '언론과 독자의 소통을 위한 미디어 바우처 제도'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를 했답니다. 김승원 의원실, 언론노조, 지역언론학회 공동주최 행사였기에 김승원 의원실 보좌관도 토론자로 참석을 했더군요. 사실 전 미디어 바우처 제도 자체에 대해 지식이 얕은 편입니다. 하지만 그것의 실현 조건, 구체적인 구현 방식 등에 대해서는 짧은 코멘트를 할 수 있겠구나 해서 초대에 응한 것이었죠.

토론회 참석 후 저의 개인적인 평가이자 결론은 '문제와 해결방안의 미스매칭 사례'라는 것입니다. ABC 부수조작으로 인한 정부광고의 배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널리즘 품질 제고를 위한 보조 제도인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고 활용한다는 접근법에 저는 동의를 하기 어려웠습니다. 심지어 이 제도를 통해 여론독과점과 포털 이슈, 뉴스의 신뢰 문제와 가짜뉴스 폐해를 동시에 해소해 보겠다는 과욕이 담겨 있었기에 더욱 실망스러웠습니다.

미디어 바우처 제도의 본질과 가치,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는 저널리즘의 역할 모델과 미디어 바우처의 기여 방식 등은 논외였죠. 아래 제 토론문에서도 썼다시피 언론에 대한 정부의 공적 지원은 저널리즘이 민주주의에 기여한다는 전제가 충족될 때 재원의 주체인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음에도,  김승원 의원실 쪽이 접근하는 이 제도에 대한 철학은 솔직히 많이 빈곤해 보였습니다.

가급적 정책 관련 토론회나 행사엔 발제/토론자로 참여하지 않고, 관련 글도 될 수 있으면 다루지 않기로 오래 전부터 마음을 먹어 왔는데요. (늘 플로어에만 있었죠) 다시금 이 원칙을 확인하게 되네요. 이렇든 저렇든 제겐 유익하고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출처 : 언론노조의 토론회 포스터

미디어바우처 제도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인가

정부 광고는 ‘정부 및 공공 기관의 정책/제도 메시지를 그것이 필요한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적합유효성 혹은 적합효율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미디어 바우처는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 저널리즘이 긴요하다는 전제에서 저널리즘의 품질 향상을 위해 공적 재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제안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미디어에 대한 공적 직접 지원 제도가 거의 없는 미국에서 미디어 바우처를 제안한 스티클러 보고서를 잠시 인용해 보겠습니다.

"이 보고서의 첫 번째 부분에서 우리는 많은 뉴스 매체가 수십 년 동안 탐사 저널리즘을 제작할 수 있게 했던 비즈니스 모델의 점진적인 위축을 강조했습니다. 저널리즘 위기가 민주적 가치와 제도에 점점 더 많은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믿고 또 믿고 있다면 우리는 지금의 이 상태에 맞서야 합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저널리즘을 위한 대안적 자원을 찾아야 합니다."(Stigler Committee on Digital Platforms. 2019, p.180-181)

또한 이 보고서는 미디어 바우처가 언론의 편집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을 수없이 강조합니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미국이라는 저널리즘 환경에서 정부에 의한 공적 지원은 수용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일 겁니다.

둘은 명백하게 다른 목적을 지니고 있고, 다른 효과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연동시킨다는 접근법은 결과적으로 둘의 효과를 애매하게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고품질 탐사 보도 전문 미디어인 뉴스타파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여기에 미디어 바우처를 사용하는 수용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상위 등급에 올라있다고 해봅시다. 뉴스타파의 독자군, 그리고 그 매체의 도달범위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부 정책, 공공 메시지는 정말 많이 있을까요? 반대로 뉴스타파는 정부의 광고를 받아야 할 이유가 존재할까요? 결과적으로 정부는 효율적인 광고 집행을 위해서 추가 예산을 편성함으로써 세금을 더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각 부처의 장관들은 자신들의 정책 메시지가 제대로 홍보되지 않고 있고, 효율도 낮다며 담당 공무원을 채근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결국 세금만 더 들어가게 되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후원 모델의 장점과 한계 그리고 독자수익모델

개인적으로는 미디어 바우처에 후원이라는 표현을 매칭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독자 수익 모델 각각의 정의와 구분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Hansen & Goligoski, 2018).

  • 후원(Contribution / donation) : 가치 교환 중심의 독자 수익 모델
  • 구독 : 유익 교환 중심의 독자 수익 모델
  • 멤버십 : 의사결정 개입 중심의 독자 수익 모델

독자 수익 모델은 광고주가 아닌 독자 기반 수익 모델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품질이 낮은 저널리즘 생산자엔 지불되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익 기반을 광고 기반에서 독자 수익 기반으로 전환시키는 것만으로도 저널리즘 품질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가운데 후원 모델은 그 자체의 가치 중심적 특성으로 인해 정파성을 지닌 언론사가 다소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정파성과 괴리되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후원을 중단하는 경향도 관찰돼 왔습니다. 우리는 뉴스타파와 오마이뉴스에서 그 사례를 목격했습니다.

미디어 바우처 제도는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의 관계를 복원하는 데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기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용자들은 다수가 확증편향의 상태에 존재합니다. 이건 새로운 현상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미디어 바우처가 저널리즘의 품질 향상에 기여하려면 고품질 저널리즘 생산의 모티베이션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저널리즘을 통해 토론과 타협, 관용의 관계를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민주적 의사결정에 건강하게 참여하는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후원은 그것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파성의 강화를 부분적으로 부추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영국의 가디언이 Contribution, Support라는 표현으로 후원 방식을 운영하면서도 별도의 구독 모델을 자체 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할 시간이 있다면 바로 지금입니다. 크든 작든 모든 기여(contribution)는 우리의 저널리즘을 강화하고 우리의 미래를 지켜줄 것입니다. 단 1분 만에 Guardian을 지원(support)하세요. 가능하다면 매월 일정한 금액으로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가디언 웹사이트)

결론적으로 ‘미디어 바우처를 통한 시민의 저널리즘 지원정책’이라는 표현과 용어가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투표권이라는 표현으로 핵심 가치와 목적을 치환하는 접근은 위험해 보입니다. 언론사에 대한 호불호 평가를 위해 세금이라는 공적 재원을 써야 한다는 건 시민들의 입장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정부가 세금을 들여서 언론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명분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널리즘 품질 고양 효과의 강화를 위한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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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법안대로라면 미디어 바우처를 통한 수익 증대 효과가 매출액의 1%를 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1% 내외의 매출 기여도가 작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것이 지속적인 저널리즘 품질 향상의 강한 동력, 동기부여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네이버의 (비유료) 구독자수 늘리기처럼, 마케팅 등을 동원해 바우처 소비를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저널리즘 품질 제고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개연성이 높습니다.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의 관계를 전제로 현재 가장 취약한 저널리즘 영역을 선택해서 독자를 바라보는 수익모델이 왜 저널리즘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입증하는 방향으로 우선 테스트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널리즘 품질 저하는 트래픽(임프레션) 기반의 광고 수익 모델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발생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덕지덕지 붙어 있는 네트워크 광고와 그것을 통한 수익의 창출 구조는 더 많은 트래픽을 양산하기 위한 저품질 기사 양산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과거엔 보도할 가치가 없는 이슈까지도 무한정 생산하면서 트래픽 늘리기에 매몰돼 있습니다.

고품질에 집중해도 생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바우처에 의한 독자 수익 창출 효과가 일정 수준 이상 보장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익에 대한 긴급함이 강한 지역 언론사와 중소 규모 언론사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래픽에 목을 매지 않아도 수익이 만들어질 수 있다’라는 확신을 심어줄 때,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봅니다.

고품질 저널리즘을 보장하는 독자 수익 모델로의 전환을 도와 광고 / 협찬 의존도를 낮춰 수익을 다각화하는 것, 이를 통해 언론이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몫을 다시 고양하는 것이 미디어 바우처의 역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광고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ABC 대안들

미디어 바우처가 저널리즘의 품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조건이 전제된다라고 가정한다면, 정부 광고의 결정에 하나의 ‘가중 변수’로 포함하는 것은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광고주든 합리적인 광고 집행을 이행해온 주체라면 해당 언론사의 평판과 신뢰도는 자신들의 브랜드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중요한 요소로 반영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미디어 바우처에 의한 등급이 정부 광고 집행의 최우선 요소로 반영되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입니다.

이미 광고 효과 측정 모델이 다양하게 시장에 출현한 상태에서, 미디어 바우처만을 변수로 반영하는 건 정부 광고의 집행 목적을 훼손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잖아도 정부 광고의 효율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과도하게 연동하는 건 정부로서도 큰 손실이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참고 문헌

  • Goodspeed, L. Evaluating Seattle’s Democracy Voucher Program.
  • Hansen, E., & Goligoski, E. (2018). Guide to audience revenue and engagement.
  • McChesney, R. W. (2016). Journalism is dead! Long live journalism?: why democratic societies will need to subsidise future news production. Journal of Media Business Studies, 13(3), 128-135.
  • Stigler Committee on Digital Platforms, Final Report, September 2019, available
    at https://research.chicagobooth.edu/stigler/media/news/committee-on-digitalplatforms-final-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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