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이 끝날 무렵인 1969년. 43세의 젊은 CEO 설즈버거(Arthur Ochs Sulzberger)는 뉴욕타임스를 미국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더 큰 성장과 지속적인 확장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더 많은 돈이 필요했고, 더 많은 인재를 채용해야 했기에,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상장은 괜찮은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상장 뒤에도 설즈버거 가문의 소유권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설즈버거 가문은 1896년부터 뉴욕타임스를 소유해 왔습니다. 자칫 상장이 이 전통과 지배권을 무너뜨릴 수도 있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상장 또한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설즈버거는 의결권에 약한 Class A를 상장하고, 가문은 Class B를 보유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1960년대는 미국 신문사들 사이에서 상장의 붐이 일던 시기였습니다. 1963년 다우존스를 시작으로 1964년 타임스 미러, 1967년 개닛, 1969년 뉴욕타임스와 나이트리더 그룹이 모두 상장에 성공했습니다(Meyer, P., & Wearden, S. T. , 1984).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다수의 미국 언론들은 대략 이 시기에 자사 주식의 공개 거래를 성사시켰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 신문의 황금기를 맞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들 신문사들이 상장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력한 관점은 상속세 등을 둘러싼 세금 문제였죠(Meyer, P., & Wearden, S. T. , 1984, p.565). 다들 가족이나 개인이 소유하고 있었기에 다수 지분을 지닌 가문의 어른이 사망하면 상속권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상장을 하게 되면, 가치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지고, 상속의 배분도 비교적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기에 상장을 선호했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성장하는 세계경제와 신문 산업 생태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확장 경쟁도 상장 대열에 합류하게 하는 동력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신문의 상장 사례를 흔하지 않았습니다. 방송이 미디어 산업의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그쪽으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000년대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미디어들이 출현을 했지만 상장으로까지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주로 인터넷 거인들의 상장이 시장을 주도했고, 디지털 뉴스 미디어들은 인수되는 사례만 소개될 뿐이었습니다. AOL에 인수됐던 허핑턴포스트가 그 사례에 해당합니다.

왜 미디어 스타트업들은 상장에 성공하지 못했나

1960년대와 2020년대 신문 혹은 뉴스를 기반에 둔 미디어 사업의 위상은 많이 달랐습니다. 1960년대 당시 신문 기업들은 그야 말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업체였습니다. 지금의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규모와 영향력을 갖고 있었죠. 상장 시 주식을 Class A와 Class B로 차등의결권화 해 발행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신문이 지닌 위상을 잘 드러내줍니다. 하지만 지금의 뉴스 미디어, 디지털 미디어 스타트업들은 그런 정도의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분석가인 릭 에드먼즈는 포인터 기고문에서 "The New York Times, The Washington Post, The Wall Street Journal/Dow Jones와 같은 신문 주식은 모두 상장되면서 2단계 주식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그 당시 신문은 난공불락의 사업처럼 보였고 1차 소유주는 지배력을 유지하고 투자자를 데려올 수 있는 그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당시 신문 사업의 얼마나 호황의 중심에 놓여 있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버즈피드+복스+바이스+리파이너리29+그룹나인미디어 합병한다면?
버즈피드 + 복스 + 바이스 + 리파이너리29 + 그룹나인미디어, 미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미디어 스타트업 5곳이 합병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 논의가 있었다는 뉴스가 뉴욕타임스를 통해 보도가 됐습니다. 뉴스와 콘텐츠 혁신을 주도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온 이들은 최근 10년 간 가장 주목받은 미디어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스티클의 버즈피드, 익스플레인 비디오의 원조인 복스,

기본적으로 상장에 성공하려면 유니콘급의 규모를 지닐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매출 증가세도 가팔라야 합니다. 상장을 통해 자본이 조달되면 더 빨릴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시장에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을 뉴스에 기반한 스타트업이 증명해 내기란 사실 지금도 쉽지 않습니다. 조나 페레티 버즈피드 대표가 뉴스 스타트업들의 합병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웬만한 규모로는 상장에 성공하기 어렵다 보니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것만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이해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탁월한 투자자나 내부 조력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죠. 결국 물거품이 됐고 합병의 대상으로 거론된 미디어 스타트업들은 각자도생하거나 다른 미디어에 인수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Refinery29가 Vice에 인수된 사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버즈피드는 어떻게 상장할 수 있었을까

버즈피드의 상장을 향한 열망은 그 어느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보다 강렬했습니다. 그 자신이 이정표를 반드시 세우고 싶다는 절박한 갈망이 쉽게 읽힐 정도였습니다. 자신이 먼저 사례를 만들지 않는다면 후발 뉴스 스타업들은 엄두도 못 낼 것이라고 웅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를 위해 버즈피드는 다양한 기업들을 인수해왔습니다. 2016년 쿼키의 인수를 시작으로 허핑턴포스트를 비롯해 최근의 콤플렉스 네트워크까지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대상이라면 출혈을 감안하고라도 집어삼켰습니다.

특히 최근 시점으로 오면 올수록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는 e커머스 비즈니스에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하게 됩니다. 광고 모델의 확장만으로는 IPO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조나 페레티가 인식해서였습니다. 콤플렉스 네트워크스의 인수는 바로 e커머스 비즈니스의 확대를 위한 묘책 중 하나였습니다. 콤플렉스 네트워크스에는 대중문화와 스타일(Complex), 음식 엔터테인먼트(First We Feast), 음악(Pigeons & Planes), 운동화 뉴스(Sole Collector), 문화 융합 축제(ComplexCon)까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미디어들이 결합돼 있습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모든 미디어들이 당장 e커머스 비즈니스를 시작해도 낯설지 않은 브랜드들입니다. 이미 콤플렉스 미디어는 콤플렉스 숍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버즈피드의 e커머스 노하우와 결합된다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인수와 커머스로의 비즈니스 모델 확장을 위해 버즈피드의 조나 페레티는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을 겁니다. 수많은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성장성을 증명하려고도 했습니다. 직접 상장이 여의치않자 SPAC을 선택한 것도 IPO를 향한 강한 열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주력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과 규모 확장을 위한 공격적인 인수, SPAC을 통한 우회로의 등장, 끊임없는 회의론과의 쟁투와 설득이 버즈피드를 상장의 반열에 올려놓은 동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상장의 영향과 국내 뉴스 스타트업에 주는 메시지

버즈피드의 상장은 SPAC을 통한 상장을 검토 중인 다른 미국 내 뉴스 기반 스타트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보도가 됐다시피 잠시 주춤했던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의 상장 열풍이 다시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Vice Media, Vox Media는 버즈피드의 성공 사례를 지켜보며 "검토 중이다"라고 답변하고 있습니다. 후발 주자인 Group Nine Media도 분명 희망의 신호를 봤을 겁니다. Bustle Digital Group의 브라이언 골드버그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내년에 IPO를 계획하고 있다. 버즈피드가 공개시장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약간 움츠러 드렸던 상장 열기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는 징표일 겁니다.

이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들이 다시 상장을 추진하게 되면, 이 과정에서 또다른 인수합병 사례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장을 설득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뉴스 스타트업 창업 열기가 다시 뜨끈뜨끈해 질 수도 있을 것이고요.

국내로 눈을 돌려볼까요? 아직 상징을 거론할 만한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인수나 합병의 흐름도 아직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리즈A까지 나아간 사례가 있긴 하지만 상장을 논할 정도의 규모로 커가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과적으로 특정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이 주도적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 확장에 나서지 않는다면 국내 환경에서 뉴스 기반 스타트업이 상장에 이르는 사례는 당분간 보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더 큰 자본이 움직여서 이름있는 뉴스 스타트업 여러 곳을 인수해 간다면 훨씬 빠르게 상황이 전개될 수는 있을 겁니다. 그래도 여전한 숙제는 수익 모델입니다. 광고나 구독만으로는 성장 규모를 상장 수준에는 맞추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확장하기 위한 큰 그림 아래에서 인수합병 전략이 전개될 때 IPO하는 뉴스 스타트업이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점에서 뉴스와는 거리가 있지만 긱블의 커머스(키트 시장 진출과 성과) 확장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상장을 한다고 단기 성과에만 치중할 것이라는 건 완전히 증명된 명제는 아닙니다. 저널리즘을 표방할수록 상장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사례가 보여주듯 전세계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 품질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혁신해 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비교적 예전 논문이긴 하지만 상장한 신문과 비상장 신문 사이의 혁신이나 제품 품질은 큰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이 확증되기도 했습니다. 상징을 한 신문사이건 상장을 하지 않은 신문사건 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죠. 오히려 손쉬운 자금 조달을 통해 규모를 더 빨리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을 상장사는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과 같은 차등의결권 구조가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첫 거래일 버즈피드의 주가는 쭉~ 추락하고 있네요.

‘New 광고 기업’ 표방했던 버즈피드가 ‘미디어커머스 기업’으로 전환하기까지
버즈피드의 투자자 발표자료는 콘텐츠 기반 미디어가 수익원을 다각화하지 않으면 장기 성장하기 어렵다는 걸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 문헌

  • Meyer, P., & Wearden, S. T. (1984). The effects of public ownership on newspaper companies: a preliminary inquiry. Public Opinion Quarterly, 48(3), 564-577.
  • Picard, R. G. (1994). Institutional ownership of publicly traded US newspaper companies. Journal of Media Economics, 7(4), 4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