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구독이 점차 대세가 되어가는 상황입니다. 웬만한 영미권 언론사뿐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들도 유료 구독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틱톡 또한 이 시장 진입을 검토 중이라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왜 콘텐츠에 돈을 낼까? 이 질문에 답하는 건 참 어렵습니다. 콘텐츠가 주는 유익성과 실용적 가치에(저는 실무적/생활 유익이라 부릅니다) 지불의사가 나타나는 건 명백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유료 구독의 동인을 한정하면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저는 심리-감정적 유익도 유료 지불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기도 합니다. 감정 영역이 유료 지불의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미디어 심리학과 유료 지불의사를 연결시켜 분석해 보려고 합니다.

감정과 미디어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바바 시브(Baba Shiv) 교수(마케팅)는 2020년 한 팟캐스트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결정이나 행위의 90~95%는 감정 두뇌 체계에 의해 비의식적으로 끊임없이 형성된다. Something like 90 to 95% of our decisions and behaviors are constantly being shaped non-consciously by the emotional brain system.

아시다시피 마케팅 영역에서 뇌와 소비자 행동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진척이 돼 있습니다. 뇌와 광고 효과의 관계도 연구 대상으로 자주 언급이 되고요. 위 코멘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인간의 의사결정, 특히 구매 의사결정에 감정이 상당 부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나은영 교수가 쓴 '감정과 미디어'라는 책의 일부를 인용하면서 글을 조금더 전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아래 문구부터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페스팅거의 사회 비교 이론은 사람들이 누구나 자신의 능력과 의견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내리고 싶어하는 욕구를 지니고 있고 이 평가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내리려는 경향을 지닌다고 가정한다."(p.156)

사람들의 사회적 비교 심리 경향성을 언급한 대목입니다. 물론 이 말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회정체감 이론에서는 사람들이 자기가 누구인지 정의할 때 자기가 속해 있는 중요한 집단의 정체성에 비추어 정의한다고 가정한다. 이 이론은 이로 인해 자기가 속한 집단이 잘되면 자신의 자존감도 증가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자존감도 감소한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집단 간 관계에서 자기가 속한 집단의 불이익이 명확해지는 상황을 미디어로 접하거나 이러한 불이익의 원인이 상대 집단에 있다고 생각되면 이로 인한 감정 유발은 더욱 격해지게 된다."(162)

이처럼 미디어 소비는 '이성적 사고'에 의해서만 이뤄지지 않습니다. 무엇이 '합리성'인가에 대한 많은 논쟁들이 있지만 그 합리성이 미디어 소비를 좌우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현재의 미디어 소비 현상을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음모론, 이념적 자극성 등으로 점철된 일부 유튜브 채널에 그 많은 수용자들이 돈을 내는 이유를 설명할 수가 있습니다.

'데카르트의 오류'를 썼던 디마지오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뇌의 '사고' 영역과 '감정' 영역 사이의 연결이 손상된 사람들은 대안 선택에 대한 정보를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는 있었지만 선택에 대한 느낌이 부족했기 때문에 최종 결정을 내리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미디어를 통한 긍정 감정 경험과 지불의사

미디어고토사가 제안한 유료구독 지불의사 모델

나은영 교수의 '감정과 미디어'는 미디어 소비를 사회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입니다. 여기엔 지불의사와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관계 짓기는 전적으로 저의 해석임을 알려드립니다.

위 미디어고토사의 유료 지불의사 모델에서 보듯, 일반적으로 수용자들은 자신에게 유익이 되는 긍정적 경험을 하게 될 때 해당 미디어에 호감을 보이고 지원의사를 드러내게 됩니다. 다수의 지불의사는 '긍정적 경험'에 의존적입니다.(물론 부정적 경험도 지불의사로 이어지는 경로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미디어고토사를 통해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정기적으로 얻으면서 사내에서 자신이 돋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면 지불의사를 나타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이 반복적이지 않으면 구독을 철회할 겁니다.

다시 경험을 이성(사고)+감정으로 구분해 보겠습니다. 나은영에 따르면, 과거엔 인지 작용에서 감정적 처리는 부수적인 것으로 다뤄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감정과 인지를 대등한 요소로 바라보고 인지적 처리와 감정적 처리를 통합하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미디어 소비에서 수용자 등의 감정 경험이 차지하는 위상이 이성의 수준과 대등해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우리는 아주 쉽게, 말도 안되는 특정 뉴스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을 보고 '비이성적 소비'라며 폄훼하고 맙니다. 하지만 그렇게 폄훼하기엔 소비의 행태가 너무 달라지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메시지를 소비하고 그것에 후원하고 돈을 지불하려는 집단의 크기가 이렇게 커진 상황에서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충분히 신뢰할 만한 저널리즘 콘텐츠가 제대로 빛을 보지 않아 안타까워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과거 같으면 수용자들이 그것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해서라도 합리화하고 말았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되는 국면까지 와 있습니다.

따라서 수용자들의 미디어 콘텐츠 소비에서 감정적 경험을 외면하고 도외시해서는 지금의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할 수 없다는 걸 먼저 인식해야만 합니다. 지불의사도 이 맥락에서 바라볼 때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저는 나은영 교수가 Smith.(2000)의 모델을 소개한 도표를 기반으로 긍정적 경험과 유료 지불의사가 발생하는 감정 영역을 임의로 연결시켜 보았습니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기에 이론적 엄밀성을 떨어집니다. 보시다시피, 상향 동화 정서와 하향 대조 정서가 형성되는 영역, 특히 긍정의 감정이 형성되는 영역에서 지불의사가 높아집니다. 이를테면, 특정 정보 콘텐츠가 상향 동화 정서에 따라 영감, 낙관, 존경 등을 불러일으킬 때 사람들은 지불의사를 보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유료 구독을 운영할 때 긍정 감정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구독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 등을 지켜주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분노나 공포와 같은 부정적 감정이 적응적 관점에서 유기체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한다면, 긍정적 감정은 개체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능력을 발휘하면서 포용적 마인드로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발산하기 좋은 분위기를 형성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긍정적 감정은 부정적 감정으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으며 건강을 지켜준다.(p.56-57)

많은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 부정적 감정을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경험합니다. 저널리즘의 부정 편향은 그것의 소비만으로도 독자들을 피로에 시달리게 하죠. 저널리즘 회피 경향은 과도한 부정 편향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부정적 감정의 경험이 지불의사를 모두 방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부정적 감정 경험은 오히려 지불의사를 극대화시키기도 합니다. 분노를 자아내는 정보, 죄책감을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후원과 같은 수용자 수익 모델을 작동시키는 동인이 되기도 합니다. 강력한 폭로보도나 일부 음모론 콘텐츠는 슈퍼챗을 불러모으는 강력한 요인들입니다. 이를 통해 위험한 수익모델을 작동시키는 일부 채널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어찌됐든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감정 영역에 해당합니다.

긍정 감정 부정 감정 중립/복합 감정
기쁨, 관심과 흥미, 만족과 행복, 사랑, 감사와 연민 분노, 공포와 불안, 슬픔, 미움과 혐오, 질투, 죄책감, 수치심, 오만, 당혹감 놀람, 경멸

유료 구독과 '데카르트의 오류'

말이 길어졌습니다. 저널리즘 영역과 뇌의 감정 체계는 서로 연결시키기 어렵습니다. 저널리즘은 철저하게 인간의 합리적 사고를 전제로 기능과 역할론을 키워왔습니다. 감정이 끼어들 틈은 크지 않았습니다. 저널리즘과 감정을 둘러싼 연구가 많지 않은 이유일 겁니다. 하지만 미디어 소비에 이성과 합리만이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파블로 보즈코브스키 교수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죠.

수용자들은 예전보다 부족적(tribal) 이고, 표현지향적이며, 감정적이고, 회의적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미국 전역 의 많은 뉴스룸과 강의실에서 그들에 대 한 정식 담론(canonical discourse)에서 가정했던 것보다 더 그런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저널리즘이 수용자들의 이러한 상태를 인정하든 하지 않든, 수용자들은 이미 감정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미디어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구독과 같은 유료 소비 영역에선 수용자들의 심리적 감정 체계를 거부하면서 목표를 성취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데카르트의 '성찰'이 갈수록 구체화하는 뇌과학과 심리학 앞에서 무력해지는 흐름을 목격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아래 논문처럼 말이죠.

The New Science of Customer Emotions
A better way to drive growth and profitability

유료 지불의 작동원리 그리고 그것의 결정에 미치는 동인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미디어 심리학'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글에선 위 분석을 토대로 미디어고토사의 유료 지불의사 콘텐츠 모델을 업데이트해서 제시해 볼 생각입니다. 다음 글을 기다려주세요.

참고문헌

  • Smith, R. H. (2000). Assimilative and contrastive emotional reactions to upward and downward social comparisons. In J. Suls & L. Wheeler (Eds.), Handbook of social comparison: Theory and research (pp. 173–200). Kluwer Academic Publish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