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포털이 2022년의 화두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연합뉴스 지위 강등 사태(12월24일 효력정지)와 카카오의 다음앱 모바일 뉴스서비스 개편 공표는 국내 언론사의 탈포털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습니다. 언론노조 국민일보지부가 탈포털에 대한 대응 전략을 사측에 요구할 만큼 언론사 내 인식의 저변도 넓어졌습니다.

현재 논의되는 탈포털은 '포털이 뉴스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는 전망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2001년 이래 지속돼왔던 포털 플랫폼의 뉴스 프로덕트가 대외적인 요인으로 기존의 꼴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기도 합니다. 이미 카카오는 카카오톡뿐 아니라 다음앱 내 뉴스 서비스를 카카오뷰로 전환한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에 뒤질세라 네이버는 알고리즘 배열기반의 뉴스 서비스 홈을 폐지하며 큰 변화의 서곡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2016년 설치한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의 위상 자체가 흔들리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의 비판과 압력뿐 아니라 12월24일 행정법원의 판결도 이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특히 법원은 연합뉴스 측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적시했습니다.

“제평위가 전현직 언론인, 시민단체 임직원, 변호사 등으로 구성됐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네이버‧카카오의 의뢰로 선임‧구성되고 이들 회사의 비용으로 운영되며 평가위원의 선임 기준‧절차 등에 객관성‧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명문의 규정이나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가처분신청에 대한 판결이긴 하나 양대 포털의 합의로 구성된 제평위의 위상에 치명적인 메시지를 날린 것입니다. 존재 자체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법원이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제평위 구성 및 운영 방식의 큰 개편을 압박했습니다. 서서히 제평위 구조와 거리두기를 해왔던 카카오 입장에선 이번 기회를 명분 삼아 제평위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2022년 카카오뷰로 전면 개편할 경우 제평위에 남아있을 유익도 사라집니다.

남은 건 네이버의 선택인데요. 제평위 구조의 개편을 선택할지 아예 제평위의 입퇴출 구조가 필요 없는 '뉴스 서비스의 폐지'나 '과감한 뉴스 축소'로 결론을 내릴지 지금으로선 어떤 것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네이버의 선택이 무엇이 됐든 포털 중심의 뉴스 공급이나 소비 구조는 2022년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기존의 계약기한이 남아있기에 가시적 조치가 2022년에 이뤄질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2022년에 포털 뉴스 서비스에 큰폭의 변화를 '선언'하는 조치가 포털로부터 제기될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물론 대선 변수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에 강경한 부정적 태도를 보여온 이재명 후보, 다소 자유주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온 윤석열 후보,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느냐에 따라 포털의 결정 범위나 깊이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포털 뉴스 프로덕트 자체에 변화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포털 뉴스 프로덕트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가능성

이렇듯, 포털 뉴스 프로덕트가 향후 1~2년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언론사들이 탈포털을 검토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럽습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없이 비교적 안온/안전하게 디지털로 이행해온 신문/방송사 입장에선 포털 이후의 세상을 그려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전재료나 광고배분을 받는 조건으로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기만 하면 사용자와 만나거나 접면을 구성할 수 있었던 '구체제'는 앞으로 1~2년 안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을 듯 보입니다.

수용자를 획득할 수 있는 세련된 디지털 전략이 후행되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찾아들어오는 수용자가 많지 않은 상황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이들을 다시 자신들의 충성 독자로 만들려면 '디지털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낯선 경험'이 지금 언론사 의사결정권자 앞으로 다가가는 중입니다. 지난 12월21일 연합뉴스가 조선일보에 광고를 집행했던 것처럼 말이죠.

저는 포털 뉴스 서비스의 수명주기를 레만-코헨 모델에 따라 분석한 뒤 현재 어떤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파악해 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모델에 기초해 포털의 뉴스 서비스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변화를 하게 될지를 전망해 보고자 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한층더 올드한 미디어로서의 위상을 지닌 언론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나아가 어떻게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를 2부에서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미디어오늘 기사 캡처

미디어의 수명주기 이론적 틀 : 레만-코헨 모델

미디어의 진화 이론은 매력적이지만 복잡한 연구 분야입니다. 기술의 진화와 유사한 측면도 있지만 이 영역만의 특수한 성격도 존재합니다. 기술 진화 프레임워크를 그대로 적용하기도 혹은 배척하기도 어려운 분야가 여기 미디어입니다. 반대로 기술 진화이론의 중요한 적용 대상에 미디어들이 다수 포진돼 있기에 둘 간의 경계도 모호한 측면이 있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미디어 진화를 설명하는 이론적 프레임워크는 대략 다음과 같은 모델들이 있습니다.

  • 기술 결정주의 : 헤럴드 이니스, 먀살 맥루한
  • 기술의 사회적구성주의 : 바이커 등
  • 미디어 구성주의 : 레만-코헨
  • 혁신의 확산이론 : Beal&Bohlen, 로저스(Rogers) 등
  • 미디어 발전의 역동 모델 : 메릴 & 로벤스타인

이외에도 라이프 사이클 즉 수명주기를 중심으로 마케팅의 관점에서 단계론을 제시한 이론은 훨씬 더 많이 있습니다. 저는 이 가운데 로멘-코헨의 미디어 구성주의 모델을 분석의 틀로 삼아보려고 합니다. 기술 결정주의와 기술의 사회적구성주의를 포괄하고 있다는 장점에다 혁신 확산의 단계론을 응용, 6단계론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분석틀은 디지털 시대 미디어의 진화 방향을 전망하는데도 꽤나 명쾌한 틀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아래 한 장의 그림을 먼저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두 연구자의 6단계 진화 모델을 단계별로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단계 탄생: 대부분의 뉴미디어는 '지속적 혁신'의 유형으로(Atkin and LaRose, 1994), 심각한 무언가가 결여돼 있는 이전 미디어의 직계 자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기존 올드 미디어의 한계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의 한 형태로 등장한 미디어라는 의미입니다. 주로 스타트업의 형태로 등장하기도 하고, 기존 기업의 혁신 프로덕트의 일환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아이폰처럼 말이죠.

2단계 시장 침투 : 새로운 미디어는 미디어 시장에 진입하게 되고 일반적으로 물리적(기술적)으로나 내용적으로(메시지 유형 및 프리젠테이션 스타일) 급격한 변화를 겪습니다. 혁신가 및 얼리어댑터 유형은 자신과 기존 미디어를 통해 새 미디어를 구매하거나 이용하게 됩니다. 다만, 수용자들의 기술 보수주의를 감안해야만 합니다. 이들 미디어 유형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경우 이 미디어가 16% 임계값(로저스의 처음 두 범주의 합)을 통과하고 다음 단계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3단계 성숙 : 새로운 매체(또는 기존 매체의 적응)가 역동적인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낸 상태입니다. 50% → 90%로 시장이 확장됩니다. 매체 기능을 최대한 사용하게 되거나 적용된 상태입니다.

4단계 방어적 저항 : 올드 미디어와 새로운 매체 간의 경쟁은 전자로 하여금 전통적인 수용자를 보존하기 위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도록 합니다. 전통 미디엄은 시장이 90% → 50% 감소하게 됩니다.

5단계

  • 적응 : 전통적인 매체는 다른 기능을 개발하고 (새로운) 수용자를 보존(찾기)함으로써 새로운 상황에 적응합니다.
  • 컨버전스 : 전통적 매체는 그 자체로 생존할 수 없고 새로운 매체에 융합되거나 통합됨으로써 그 기능을 보전한다.
  • 노후화 : 전통적인 매체는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지 못합니다. 위축 또는 사라집니다.

레만-코헨의 모델을 위 도식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죠? 그래서 제가 익숙한 형태로 재구성을 해봤습니다. 새로 축을 해당 미디엄(Medium)의 보급률로 설정하고 기간대별로 수명주기를 다시 그려본 것입니다. 5단계는 레먼-코헨이 설명하는 대로 3가지의 흐름을 함께 표시해 두었습니다. 다만 '적응'의 60%는 저자가 적시한 비율은 아닙니다. 새로운 수명 주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제가 임의로 설정한 값이라는 점을 고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한가지 고려해야 할 미디어의 구성 층위와 관계

하나의 미디어는 여러 층위를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그들의 관계 구조가 하나의 미디엄으로 구성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벤클러(Benkler, 2010)는 정보의 생산과 교환에 영향을 미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3가지의 구성 요소로 분류한 적이 있습니다. ▲물리적 하부구조(인프라) 레이어 ▲논리적 하부구조 레이어 ▲콘텐츠 레이어가 그것입니다.

카를로스 스콜라리(Scolari, 2013)도 이와 유사한 층위 구조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4개 층위로 미디어를 구분하면서 각각의 관계와 영향을 중심으로 미디어의 진화 방향을 설명합니다. 미디어가 진화할 때 이러한 요소들이 어떤 영향을 받고 서로 관계맺음을 이어가면서 다른 유형으로 나아가는지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포털의 뉴스 프로덕트, 신문사의 디지털 프로덕트의 진화와 타 미디엄과의 관계 등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층위 방식까지 고려하면서 꼼꼼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Scolari, C. A. (2013). Media evolution: Emergence, dominance, survival and extinction in the media ecology. International Journal of Communication, 7, 24.

위 표를 번역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레벨 영향 받는 요소들 예시
콘텐트 문법, 장르, 문장구조, 기타 라디오는 연극과 문학 콘텐츠를 전유하여 고유한 의미 체계에 맞게 조정했습니다.
인터페이스 브라우징을 위한 디바이스, 인덱싱, 제어 명령, 기타 인쇄된 책은 브라우징 디바이스와 색인 포맷의 중세 문서, 파피루스 두루마리, 심지어 점토판을 전유했습니다.
제작 관행 제작 모드(장인, 산업), 생산 루틴, 비즈니스 모델 등 텔레비전 산업은 라디오 방송국의 조직, 생산 루틴, 광고 전략을 전유했습니다.
소비 관행 수신 모드(개인, 사회, 동시, 지연 등), 소비 루틴, 통역 전략 등 가족들은 라디오 경험을 바탕으로 텔레비전을 전유하고 라디오를 대신해 일상 생활에 통합했습니다.

2부에서는

2부에서는 위 분석틀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덧붙일 예정입니다. 학술 논문이 아니기에 엄밀성은 떨어질 겁니다. '말이 되는 정도'로만 정리를 해볼 생각입니다. 궁극적으로 이 글의 목적은 탈포털 전략을 구축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담는 것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전술은 다른 글에서 구체화하게 될 겁니다. 포괄적으로 전략 구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음 글을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포털 뉴스 서비스의 수명 주기

2) 또다른 올드미디어의 대응 전략

3) 탈포털 전략에서 유의할 점


참고 문헌

  • Benkler, Y. (2000). From consumers to users: Shifting the deeper structures of regulation toward sustainable commons and user access. Federal Communications Law Journal, 52(3), 561∼579.
  • Lehman-Wilzig, S., & Cohen-Avigdor, N. (2004). The natural life cycle of new media evolution: Inter-media struggle for survival in the internet age. New Media & Society, 6(6), 707-730.
  • Scolari, C. A. (2013). Media evolution: Emergence, dominance, survival and extinction in the media ecology. International Journal of Communication,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