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에 앞서 : 통상 설문조사를 통해서 '전망'을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을 평가하는 것이 좋은 답변을 얻는 방식입니다. 네이버 뉴스의 '언론 숨기기' 기능도 사실상 전망에 대한 질문들이어서, 이 결과를 의미있게 받아들일 이유는 없을 듯합니다. 비록 설문조사 기간과 언론 숨기기 기능이 출시된 시점이 겹치기는 하고,이 기능은 구글, 다음 등에서 이미 접해본 터라 나름의 경험칙들이 존재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경험들이 이 결과에 반영돼 있을 것으로 짐작은 하지만, 비중복 사용자들이 존재할 수도 있기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경계해야 할 겁니다. 워낙 초기인지라, 전망의 성격에 가깝다는 점을 이해하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언론계 종사자 + 언론계 비종사자 총합의 결과

먼저 전체 결과부터 들여다 보겠습니다. 설문에 응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설문조사는 총 3개 문항으로 구성이 됐습니다. 네이버 뉴스의 언론사 숨기기 기능이, '저품질 뉴스 소비를 줄일 것인가', '뉴스 편식을 강화할 것인가', '고품질 뉴스 생산에 도움을 줄 것인가'였습니다. 즉 이 기능과 저널리즘적 기여에 대한 관계를 따져보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이 기능의 도입이 검토된 것은 제법 이전 시기였던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뉴스 소비의 선택권을 사용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명분으로 정치권이 움직이기 전부터 고려를 해왔다는 거죠.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기능은 정치권의 강력한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적용됐습니다. 정치권의 의도와 이 결과를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품질 뉴스 소비 줄일 것이라는 질문엔 부정 응답이 다소 우세

언론사 숨기기와 같은 뉴스 사용자의 선택권 강화 방책이 과연 의도한 대로 저널리즘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낳을까, 여러분들도 궁금하실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저품질 뉴스의 소비를 줄여줄 것이라는 명제에 대해서는 '동의(36.7%) < 부동의(46.9%)'였습니다. 약 10%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저품질 뉴스 소비를 줄일지 아닐지에 대해선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메시지로 읽는 것도 필요할 듯합니다.

'뉴스 편식을 강화할 것이다' 동의 67.4% 부동의 16.3%

반면 언론사 숨기기 기능이 뉴스 편식을 강화할 것이라는 질문에 대해선 2/3가 동의했습니다. 뉴스 사용자 개개인들은 언론사에 대해 각각의 호불호가 있기 마련인데요. 이 기능이 그 경향을 더욱 강화시켜 '선호하는 언론사만 보기'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경고일 겁니다. 자신의 가치관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이 선호하는 언론사의 뉴스를 더 많이 소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는 비단 일부 연구자들만의 판단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고품질 뉴스 생산에 도움될 것이다' 동의 16.7% 부동의 75%

세번째 질문. '고품질 뉴스 생산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질문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훨씬 높았습니다. 제가 이 질문을 꺼낸 논리는, 1번 질문과 약간은 연계돼 있긴 했습니다. 언론사 숨기기 기능으로 저품질 뉴스를 과다 생산하는 언론사가 불이익을 얻게 된다면, 고품질 뉴스 생산을 조금이라도 자극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죠. 하지만 응답자들은 전혀 다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75%가 도움이 안된다고 한 것입니다. 어쩌면 이 기능과 저널리즘 품질 향상은 거의 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네이버 - 미디어고토사(Mediagotosa)
네이버에 대한 다양한 분석글들을 모아두었습니다.

종합해서 보면

50명에 불과한 작은 샘플의 결과로만 보면 네이버 뉴스의 '언론사 숨기기' 기능은 저품질 뉴스 소비를 줄이는데 부분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있긴 하겠지만, 뉴스 편식 문제를 해소하고 고품질 뉴스 생산을 유도하는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정치권 인사들이 뉴스 사용자의 선택권 강화가 저널리즘의 측면에서 어떤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언론사 숨기기' 기능만큼은 그들의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수많은 선택권 부여 기능 중에 언론사의 소비 극단화를 부를 수 있는 이 기능이 우선 검토됐는지는 참 안타까운 측면도 있습니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쓴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보면, "저널리즘은 공공의 비판과 타협을 위한 포럼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저널리즘의 원칙이자 책무입니다. 네이버를 저널리즘의 중요한 주체로 바라보는가 아닌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기능만큼은 공공의 타협을 위한 포럼을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반대 의견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감으로써 이미 존재하는 뉴스 사용자들의 확증편향을 강화할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년 연구 결과에서도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됩니다. 국내 뉴스 소비자들은 타국대비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정도가 높은 편이었죠. 40개국 평균보다 26%나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비율도 상당히 낮았습니다. 이미 자기 지지적 뉴스 소비가 일상화한 상황에서 네이버 뉴스마저 '언론사 숨기기'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에코 챔버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측해 낼 수 있습니다.

시민의 타협을 진작시키는 포럼 기능은 어디로

국내 정치지형도 극단적 정파성을 띠고 있고 이것이 언론에 영향을 미쳐 당파화한 언론이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 간 타협의 포럼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은 개별 언론사의 디지털이기보다는 포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저 개인이 포털 뉴스 공간은 그러해야 한다는 당위에 젖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젠 포털에서 이러한 공론의 포럼 기능을 기대기 어렵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도 서글플 수밖에 없네요.

물론 이 기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울 겁니다. 또한 개별 언론사들이 저널리즘의 원칙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또다른 실험들을 감행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시점에 가깝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이 설문조사 결과가 씁쓸한 이유입니다. 그저 샘플이 적어도 시민 대부분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논리를 더 믿고 싶어지는 오늘이네요.

진실의 모호성, 수용자의 복잡다기성 그 속에서 저널리즘의 역할
저널리즘을 정의하고 진실을 규정해야 하는 책무를 더 이상 방기하기 어려운 시점에 왔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저널리스트라면 이 질문에 스스로답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탈진실의 시대, 다시 말해 진실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시대에 진실을 좇는 행위가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진실은 감성과 합리 사이에서 진동하는 존재다. 누군가에겐 가장 감성적인 내러티브가 진실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가장 합리적 사실의 결합이 진실일수도 있다. 탈진실은 이유 없이 등장하지 않았다. 옥스퍼드사전 원문을 인용하면 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