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영방송 NPR의 정보원 추적 플랫폼 ‘DEX’가 주목을 끌고 있네요. Poynter가 나름의 의미를 덧붙여 이를 조명했고, NPR도 정보원 데이터베이스와 함께 다양성을 위한 노력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개된 여러 관련 기술과 비교했을 때 대단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영미 언론이 정보원 다양성을 조직 차원에서 얼마나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더없이 좋은 사례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DEX는 어떻게 개발되고 운영되는가

NPR의 기자, 프로듀서, 데이터, 전문 기자 등은 모든 기사에서 인용했던 정보원의 인종, 민족, 젠더 정체성, 지역, 연령 정보를 입력해야 합니다. 이 작업은 지난 2020년 초부터 DEI 프로젝트 차원에서 시작이 됐습니다. 또한 정보원이 해당 정보의 요청을 거절했을 경우, 거절 여부도 포함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1년 동안 모은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기자별로 정보원 다양성 정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서 보여줍니다.

이 데이터베이스와 추적 도구는 CMS와 연동돼 있습니다. 기사를 쓰려고 자신의 페이지를 여는 순간부터 자신이 인용한 정보원의 다양성 정도를 눈으로 확인해 볼 수가 있습니다. 자신이 편중된 정보원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기사를 쓸 때마다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NPR의 chief diversity officer인 Keith Woods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여전히 낯선 직책인 다양성 담당임원이 장기적 관점에서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것입니다. 결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2013년만 하더라도 정보원의 28%만이 여성이었고 전문 정보원의 16%만이 유색인종이었습니다. 모든 정보원의 27%가 워싱턴 D.C.였습니다. 하지만 2019년에 여성은 전체 정보원의 거의 40%를 차지했으며 유색인종은 전문가 정보원의 25~30%를 차지했습니다. 정보원 입력 요청만으로도 효과를 발휘한 것입니다.

이 추적 도구의 개발을 주도했던 Keith Wood는 이것이 시작이라고 강조합니다.

“정보원을 계산한다고 해서 더 다양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방송에 출연 중인 사람 자체는 변화하지 않습니다. 전혀 엔드 게임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툴은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며, 우리는 그것이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콘텐츠에서 다양한 인구통계학적 그룹의 존재를 증가시키기 위해 어떤 수단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에 답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정보원 다양성 : 저널리즘과 민주주의의 매개고리

목은영-이준웅(2014)의 ‘정치폭로’ 기사에 대한 실험집단별 공정성 평가 평균값.

저널리즘과 민주주의의 관계 측면에서, 정보원 다양성은 두 축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매개고리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를 저널리즘과 민주주의의 미시적 관점이라고 일컫더군요. 일전에 소개해드린 ‘일차 정의자’, ‘일차 해석자’도 뉴스 안에서 정보원의 영향력을 드러내는 개념 중의 하나였고요. 그만큼 기자들이 의존하게 되는 정보원/취재원은 저널리즘의 공정성과 품질, 나아가 민주주의 기여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로 다뤄져왔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정보원의 다양성은 갈수록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목은영-이준웅(2014) 논문의 한 구절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양한 정보원의 효과는 실험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페티(Petty, 1987)는 같은 메시지라도 다양한 정보원에 의해 제시될 때 사람들은 그 메시지를 심사숙고하여 받아들이는 등 다른 처리 과정이 수반됨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수의 정보원들에 의해 메시지가 전달되었어도 그들이 모두 같은 배경을 가진 정보원이라면 그 효과가 약화되었는데, 이는 정보원 효과가 독립된 관점과 배경을 가진 이들에 근거할 때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뉴스에 적용하면, 언론이 다수의 정보원을 이용하더라도 그들의 관점이 유사하다면, 진정한 다양성이 아니라고 할 수 있고 실제 뉴스 이용자에 대한 효과도 제한될 것이다. 즉 정보원 다양성은 공정한 뉴스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어도 충분한 조건은 아니다.”(p.434)

기자들을 취재하면서 인용하게 되는 정보원은 일단 독립적이어야 하면서, 다른 관점들을 지닐 때 수용자들로 하여금 심사숙고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정보원 다양성은 관점의 다양성뿐 아니라 ‘배경의 다양성‘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보원 다양성을 통해 궁극적으로 공정한 뉴스의 요건을 발견하고 싶어한 저자들은 이에 근거해서 ’공정한 뉴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종합하면, 공정한 뉴스란 확인 가능한 다양한 정보원을 포함하되, 관점 또는 배경이 다른 정보원의 의견이 골고루 반영되어야 하며, 더불어 그 정보원에는 중요한 이해당사자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이해당사자의 입장이 정당하게 반영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 세 가지가 언론학자들이 균형성, 중립성, 불편부당성, 다양성 등 다양한 이름으로 규정하는 뉴스 공정성 개념의 핵심이라고 본다. (p.435)”

이처럼 정보원의 다양성은 공정한 뉴스를 위해 필요조건으로서 역할을 수행합니다. 적어도 갖춰야 할 요소인 것입니다. 현실이 어떠하든 말이죠.

정보원 다양성 : 양의 관점에 질의 가치를 더하다

한발 더 나아보겠습니다. 정보원 다양성이 민주주의와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대한 조금더 상세한 설명이 담겨 있는 논문이 있습니다. 1987년이라 제법 오래 전 논문이긴 하지만 이 문제를 접근하는데 좋은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 있기에 시기는 문제가 되지 않을 듯합니다. JD Brown 등은 다원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정보원 다양성을 평가하고 의미를 찾습니다. 언론이 엘리트 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원적 민주주의에 기여하기 위한 조건으로 정보원 다양성 문제를 끄집어 낸 것이죠. 당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의 뉴스 정보원 인용 실태 데이터를 제시한 뒤에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여기에 요약된 가장 단순한 기준에 따르면, 신문은 다원적 민주주의가 기대하는 언론의 역할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전국 및 지역 언론과 와이어 서비스의 1면 뉴스 기사는 주로 남성 임원인 정부 소식통에 크게 의존합니다. 이러한 정보원들의 대부분은 너무 베일에 가려져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보도는 기자회견 및 보도자료와 같은 일상적인 채널에 의존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Sigal 및 Culbertson의 결과와 유사하며, 업계의 주요 기술 및 조직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동안 뉴스 정보원 사용에 큰 변화가 없음을 시사합니다.”

당시 유력지라고 할 수 있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조차도 정보원으로서 남성 관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또한 대부분이 정부가 주도하는 절차적 행사나 정보에 기대고 있었기에 정보원 다양성은 기대하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짓습니다.

“우리는 다원주의적 관점에서도 이러한 발견이 우리가 가장 원하는 상을 그리지 못한다고 주장하고자 합니다. 이 사회의 정치적 성격에 대한 보다 복잡한 다른 관점에서 이러한 발견은 미디어가 그들이 제시하는 의제를 생각보다 덜 통제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정부 및 기타 엘리트 정보원에 대한 지속적인 의존은 대중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다양성을 필연적으로 제한합니다.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보원의 익명성을 계속해서 묵인함으로써 진정으로 권력자의 보이지 않는 상태를 영속화합니다.”

정보원 다양성, 특히 남성 엘리트 중심의 정보원 인용 관행은 수용자들의 이용할 수 있는 정보 자체의 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침으로써 다원적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남성, 엘리트 중심의 권력 관점을 대변함으로써, 그것도 익명으로 표상화함으로써 그들의 권력 작동을 은막 뒤에서 영속화시키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함의를 던진 것이죠.

주요 남성 엘리트 정치 권력을 익명으로 보도하는 한국 언론의 관행들을 이 관점에서 평가해 본다면 우리 언론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오고 있었는가를 성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여기선 이 얘기를 드리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이 논문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정보원 다양성이 뉴스에 인용하는 정보원의 다소를 넘어서, 그 안에서의 질적 다양성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미국 저널리즘에서는 최근 들어 정보원의 인종, 젠더, 지역 등을 다양화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DEI라는 이름으로 확대되고 있는 흐름을 쉽게 관찰해 볼 수가 있습니다. Black Live Matter 운동 이후 이러한 경향성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죠. NPR의 ‘정보원 추적 도구’는 이러한 맥락에서 분석해야 의미가 명징해지는 것입니다.

국내 언론에 주는 시사점 : 정보원의 양과 질을 동시에 다양화하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한 때 ‘정보원총람’(KISD)라는 데이터베이스를 PC통신과 인터넷에 공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1997년 9월1일입니다. 기관정보원과 전문가정보원을 포함 1만5000여명 정보원들의 전화번호, 팩스번호, 이메일, 학력, 경력, 논문 등이 기록돼 있었죠.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너무 많은 개인정보가 언론사들에게 제공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NPR의 정보원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도 흠잡을 데가 없을 만큼 체계적으로 관리가 돼 있었습니다.

당시 수록 정보에는 다양성 관점이 충분히 반영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꾸준하게 운영이 됐다면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투영됐을 것이고 보다 풍부한 정보원 데이터베이스로 자리를 잡을 수가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논의도 마찬가지고요. 지금은 정보원 다양성을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개별 언론사의 몫으로 돌아간 셈입니다. 공공의 역할이 왜 중요한가를 다시금 상기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사실 국내 언론은 1차적으로 실명으로 인용되는 정보원의 수를 늘리는 것이 우선이긴 합니다. 최근 언론학보에 게재된 논문을 보면, 여전히 기사 당 인용되는 정보원의 수는 미국 언론에 비해 적은 수준입니다(이나연, 김창숙, & 김지현. 2021). 오히려 퇴보했다는 데이터가 제시될 정도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보원의 질적 다양성(지역, 젠더, 인종 등을 포함한 다양성)을 요구하는 게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NPR도 뉴욕타임스처럼 ‘넘사벽’으로 간주하고 ‘스킵’을 외칠 수도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한국 언론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공공 부문의 역할과 기술의 도움을 동시에 활용함으로써 보다 빠르게 진행해 볼 수 있다는 것이죠. NPR의 DEX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는 않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취재원 이름과 각종 관련 정보를 제출하면, 이후 자신의 기사에 인용된 취재원들의 다양성 정도를 모니터링해서 보여주기 정도입니다. 다양성 데이터가 수록된 정보원 데이터베이스가 있다면 얼마든지 시도해볼 수 있는 도구입니다.

참고 문헌들

  • 목은영, & 이준웅. (2014). 정보원 다양성, 이해당사자 견해반영, 관점 균형성이 뉴스 공정성 평가에 미치는 영향. 한국언론학보, 58(4), 428-456.
  • 이나연, 김창숙, & 김지현. (2021). 정치기사 익명 취재원 표기 관행: 미국 뉴욕타임스와 한국 주요 일간지 비교 연구. 한국언론학보, 65(3), 5-38.
  • Brown, J. D., Bybee, C. R., Wearden, S. T., & Straughan, D. M. (1987). Invisible power: Newspaper news sources and the limits of diversity. Journalism Quarterly, 64(1), 45-54.
50:50 The Equality Project
The biggest collective action on increasing representation in BBC content that there’s ever b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