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Google Earth 캡처
"광고라는 수익모델은 품질과 핏이 맞지 않는다"

2016년 창간한 스포츠 미디어 스타트업 '디애슬래틱'(The Athletic)의 도발적인 선언문입니다. 신문이 스포츠 뉴스와 정보를 여러 섹션 중 하나로 번들링한 데서 발생한 문제, 그리고 블리처 리포트처럼 광고에 의존하면서 몸집을 키워오다 품질을 희생해 온 관행을 디애슬래틱의 두 창업자는 해결하려고 했죠. 이들의 6년 여정은 뉴욕타임스 매각으로 첫번째 막을 내렸습니다. 막을 내렸다는 게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들의 과감하고도 도전적인 실험의 한 챕터가 접혔다는 뜻입니다.

2017년 10월, 뉴욕타임스의 케빈 드레이퍼 기자는 디애슬래틱의 공동창업자 2명(알렉스 마더, 애덤 한스만)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기사의 중간쯤에 이런 질문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거의 800만 달러의 벤처 자금을 조달했고, 구독 수익을 올리고 있기에 이 사이트가 곧 셔터를 내리지 않을 것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 매체의 모든 사람들이 묻고 있는 질문은, "3년, 5년, 7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이다. 디애슬레틱스의 사업 모델이 그렇게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창업 2년차에 들어선 디애슬래틱에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아마 공동창업자는 이 질문이 썩 유쾌하진 않았을 겁니다. '우린 스포츠 미디어의 넷플릭스, 스포티파이가 될 거야'라며 야심차게 출발했던 이들이 보기에 케빈 드레이퍼는 낡은 사고에 갇힌 '레거시 미디어' 기자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만 6년이 지난 지금 이 질문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섭게 다가옵니다. 마치 선견지명을 지닌 예지자의 질문처럼 말이죠.

아이러니컬하게도 뉴욕타임스의 디애슬래틱 인수 기사를 썼던 기자가 바로 케빈 드레이퍼입니다. 얄미워 보였던 케빈 드레이퍼와 두 창업자는 이제 같은 회사 소식이 됐습니다. 7년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고 물었던 기자가 이젠 6년 뒤 벌어진 일들을 써내려갔고, 동료가 됐습니다. 운명을 그래서 참 얄궂습니다.

디애슬래틱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뉴욕타임스가 원했던 것 : '비뉴스 구독상품 확장'과 1000만 유료구독자

디애슬래틱이 시장에 매물로 던져졌을 때, 뉴욕타임스가 인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2021년 5월입니다. 하지만 그해 6월 철수합니다. 가격 협상이 결렬된 때문입니다. 그전에 엑시오스와 합병 논의도 진행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다시 뉴욕타임스에 매각을 제안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합의에 이르게 됐죠.

뉴욕타임스가 디애슬래틱 인수에 나선 이유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습니다. 1000만 유료 구독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800만을 넘어선 상태에서 디애슬래틱의 120만이 더해지면 1000만에 거의 근접하게 됩니다. 예상보다 빨리 1000만 유료 구독자수에 도달할  수 있게 되는 셈이죠. 그런데 왜 스포츠일까요? 2021년 2월 저는 이렇게 쓴 적이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구독, 다음 타깃은 게임일까?
뉴스 상품의 구독은 일정 시점을 통과하게 되면 플래토 구간에 진입... 그 다음의 대안은?
"2017년 이래 비뉴스 구독 상품의 디지털 구독자수 성장률은 대부분 10%를 상회할 정도입니다. 뉴스 구독의 성장세가 5% 내외로 안정화되는 추세인 것과 비교가 됩니다. 거의 2배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7년 1분기 12.76%에 그쳤던 비뉴스 구독자수는 2020년 4분기 23.92%까지 치고 올라옵니다. 3년 만에 2배나 성장한 것입니다. 이제 서서히 제가 말씀드리려는 메시지가 드러나기 시작하나요?
뉴욕타임스는 지금 디지털 구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디지털 구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뉴스 기반 구독의 성장세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는 걸 전제로, 그리고 인당 평균순환매출이 감소할 수도 있는 상황을 대비해 디지털 구독 상품의 다양화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아직 인당 순환 매출을 계산해보진 않았습니다."

비뉴스 상품 구독입니다. 지난해부터 뉴욕타임스는 비뉴스 부문의 구독상품을 다각화하고 이들의 성장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습니다. 와이어커터를 페이월 안으로 집어넣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키즈, 양육 등등 다양한 비뉴스 / 서비스 저널리즘 분야 버티컬 제품을 론칭하는 것도 다 같은 전략 하에서 이뤄진 조치들입니다. 하드 뉴스의 유료 구독으로는 빠른 속도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특히나 스포츠는 유료 구독에 장점을 보이는 영역입니다. 뉴욕타임스도 설명하고 있듯,

"스포츠는 자신이 좋아하는 팀, 리그 및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그 모든 걸 소비하려는 열정적인 팬과 추종자들을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문화 구조에서도 큰 위상을 차지합니다."

워낙 팬 페이스가 강한 영역이다 보니 어떤 식으로 제품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구독 전환도 높을 뿐더러 Retenion 효율도 좋은 편입니다. 뉴욕타임스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스포츠 정보 시장에 침투할 함으로써 뉴욕타임스의 TAM 즉 전체 시장을 확장하는 계기도 만들 수 있습니다. 때마침 뉴욕타임스는 자금 여력도 있었습니다. 2021년 9월 기준으로 현금과 시장성 유가증권으로만 1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1.2조가 넘는 규모입니다. 현재 현금의 절반만 가용해도 거래 성사는 어렵지 않은 상황이었죠.

Ajay Suresh from New York, NY, USA - New York Times Building - Bottom Portion

이번 거래는 뉴욕타임스의 새 CEO 코빗 레비엔의 과단성이 잘 드러난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톰슨 CEO 시절에 결렬됐던 디애슬래틱 인수 협상이 코빗 레비엔에서 결말을 맺어서입니다. 참고로 메러디스 코빗 레비엔이 뉴욕타임스 CEO로 낙점된 건 2021년 7월입니다. 2022년 1분기 실사와 자금 지급이 완료되면 뉴욕타임스는 1분기 말 발표 때 '저희 1000만 유료 구독자 찍었어요'라고 발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디애슬래틱이 원했던 것 : 투자자 압박과 '자금 고갈'로부터의 자유

사진 출처 : Axios 보도 캡처

디애슬래틱의 공동창업자인 알렉스와 아담이 기자 출신이 아닌 건 잘 알 겁니다. Strava에서 만난 사이죠. 알렉스 마더는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주 전공입니다. 프로덕트 설계와 관리에 재능을 갖고 있는 창업가입니다. 반면 아담 한스만은 전형적인 비즈니스맨입니다. 비즈니스 분석가로 커리어를 쌓아올렸습니다. 뉴스와 교차점은 거의 없었습니다.

창업 경력에, 실리콘밸리 마인드가 결합되면서 이들은 초기부터 투자 유치에 능숙함을 보였습니다. 2017년에 시드와 시리즈A를 2018년에 시리즈B와 시리즈C를 그리고 2021년에 시리즈D를 마무리 할 정도로 투자 유치에 상당한 수완을 보였습니다. Y콤비네이터 배치 출신이라는 이점도 잘 살렸고요.

하지만 2020년 약 8000만 달러(약 1000억원) 매출을 올리면서도 흑자를 만들어내진 못했습니다. 2021년 초부터 매각 작업에 나선 이유일 겁니다.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빠른 성장세를 뒷받침했던 인건비를 감당하진 못했던 겁니다. 2016년 창업 때부터 주요 스포츠클럽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했고, 당시 최고 수준의 스포츠 기자를 영입하며 고비용 구조를 감내해왔습니다. 유료 구독자를 끌어올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도 상당했고요. 곧장 상장하기엔 규모는 작고, 통장 잔고는 비어 가고, 이러한 고민들에 쌓이면서 매각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타임스의 투자자 설명 자료를 보면 디애슬래틱의 2021년 실적이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매출은 6500만 달러로 내려앉았고, 누적 손실은 무려 55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버티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른 것입니다. 당연히 투자자들도 매각 협상에 나서 자금 회수를 압박했을 겁니다.

2021년 디애슬래틱의 행보를 보면 매각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섰습니다. 2020년 시리즈D 투자 시 약 5억 달러의 가치를 평가받았던 디애슬래틱은 그 이하로는 매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뉴욕타임스와 협상이 결렬됐던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더이상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 오자, 투자자를 설득해 뉴욕타임스 제시 가격(5억5000만 달러)에 맞춘 것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추정합니다.

일단 두 창업자는 디애슬래틱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보장은 받았습니다. 매각 성공으로 두 공동창업자는 거대한 부를 거머쥐게 됐을 겁니다. 대신 3년 안에 디애슬래틱을 흑자로 돌려세우는 중요한 미션을 완료해야 합니다. 뉴욕타임스도 3년 동안은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주들에게 보고했습니다.

향후 두 미디어의 결합 방식

뉴욕타임스는 주주들에게 약속한 대로 디애슬래틱을 2025년에는 흑자 상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디애슬래틱의 구독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코빈 레비엔은 "스포츠 저널리즘을 통해 수용자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라이브와 데이터 비주얼 저널리즘을 강화함으로써, 또 뉴욕타임스의 관여, 마케팅, 고객여정 전문성을 이식시킴으로써 성과를 만들어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스의 기타 상품과 번들링에 나설 겁니다. 그것이 구독자수를 높이는데 분명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한국 언론사와 미디어 스타트업에 주는 함의

한국 언론사들에게 : 1년 전에도 강조했다시피, 유료 구독에 나서는 국내 언론사들은 구독 제품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반드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경성 뉴스만으로 끌어올리는 건 몇 년 뒤 한계점에 부딪히게 될 겁니다. 그때 가서 신규 포트폴리오를 개발하면 늦습니다. 다양한 생활밀착형 버티컬 제품을 개발해 서서히 키워나가야 할 겁니다. 직접하기 어렵다면 인수를 해서라도 상품군을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인수/합병을 자주 부르짖는 이유입니다.

미디어 스타트업에게 : 수익다각화를 망설여서는 안됩니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유료 구독은 매력적인 수익 모델입니다. 하지만 이 하나만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세를 유지하기란 어렵습니다. 디애슬래틱은 무려 120만 명이라는 유료 구독자수를 확보하고도 적자 상태를 못 벗어났습니다. 2021년 말 기준 영업손실액만 5500만 달러입니다.(정말 5500이 참 많이 나옵니다)  바로 전해 5000만 달러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고도 이런 성과를 낸 것입니다. 구독 외 핵심 수익 모델을 더하지 않고, 투자금과 구독료에만 의존할 경우 자칫 이러한 결과가 빚어 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수익다각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