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구독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줄 수 있는 또다른 혜택은 없을까?' 항상 고민거리였습니다. 숍(Shop)을 통해 짤막한 보고서를 등록하고 간단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도 실은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콘텐츠 외의 또다른 혜택이나 유익을 제시해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이러려면 기존 구독자에겐 부가 상품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했죠. 간단한 리포트는 무료로, 일부는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해서, 콘텐츠 아닌 다른 유익을 가져 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종의 묶음 판매를 시작한 것이죠. 세부적인 데이터를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효과는 분명 높았습니다. 이탈하는 규모가 이전에 비해 확연하게 줄어들었죠. 물론 부가 혜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시기와 아닌 시기에 따라서 이탈율은 달라집니다. 그만큼 꾸준함과 관심이 필수적이죠.

미디어고토사는 이러한 형태로 가벼운 번들링 전략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유료 구독이라는 기본 상품과 부가 혜택으로서 리포트 및 세미나. 이 둘을 묶어서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아직 다양한 번들링 유형을 시도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초보적인 형태에서도 번들링은 효과를 내곤 합니다. 콘텐츠 커머스 시장에 진입한 이상 번들링은 놓칠 수 없는 마케팅 전략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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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들링 어떤 환경 어떤 수용자층에 유리할까

번들링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아닙니다. 제법 긴 시간 효과적인 성과를 내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온 검증된 마케팅 기법입니다. 대형 케이블 채널의 번들링 상품도 우리에겐 익숙한 마케팅 문법입니다. 비교적 긴 기간 동안 이 전략이 채택돼 왔다는 건 목적 달성에 그만큼 효과적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통상 번들링은 소비자가 여러 차별화된 제품을 구매할 때 할인된 가격으로 제안되는 관행으로 정의가 됩니다(Armstrong). 할인과 묶음의 대상이 되는 제품이 대체재이냐 보완재이냐는 전략의 선택에 따르곤 합니다. 그에 따라 효과도 달라지고요. 이 마케팅 기법이 성장해온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전략들이 제시되고 또 연구되고 있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를 보면, 번들링이 대체재가 많은 시장에서 유리하다고 강조합니다. 제품간 차별성이 낮고 대체재를 쉽게 구할 수 있을 때, 번들링된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현재 뉴스 구독 시장을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될 겁니다. 우리의 기대보다 수용자 입장에서는 제품간 차별화를 경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미디어를 유료 구독하게 될지 선택하는데 있어서 완벽한 차별화가 가능한 미디어는 고민의 여지가 적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수용자 입장에선 새로운 유익을 더 얻고 싶어하는 심리가 발동하게 될 것입니다.

통계로도 확인이 됩니다. PYMNTS의 구독 번들링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의 소비자들은 구독 번들링을 고려하는 첫번째 이유로 '여러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얻을 수 있는 단일 구독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돈을 절약할 수 있다'를 들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여러 서비스에 단일 ID와 패스워드로 접근할 수 있는 편의성 때문이라는 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번들링이 포함된 구독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비용 절감이라는 명확한 유익을 얻기를 기대하고 있는 셈입니다.

간과하지 않아야 할 지점도 있습니다. 번들링 상품 안에 무엇이 포함돼 있느냐입니다. 당연히 다수의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제품이 번들로 묶여있길 기대할 것입니다. 이때 모제품과 보완재이냐 대체재이냐를 선택해야만 하는 전략적 고민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수용자들의 특성에 따라 번들링에 대한 구매 의사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앞서 인용했던 PYMNTS의 구독 번들링 보고서를 보면, 대체로 밀레니얼과 X세대가 번들링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소득이 높은 집단에서 이 비율이 높았고요. 소득이 높은 이들 세대를 타깃으로 삼는 미디어라면 번들링 전략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일 겁니다.

어찌됐든 지금처럼 유료구독 상품이 즐비한 상황에서, 차별적 가치를 내세우기 쉽지 않은 환경일 때 번들링을 유의미하게 작동하게 됩니다. 현재 많은 국내외 언론사들이 번들링을 중요한 전략으로 다루고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해외 언론사들이 번들링을 시도한 사례들을 들여다 보려고 합니다. 의외로 사례가 제법 다양합니다. 뉴스레터 등의 구독이 번지고 있는 최근 들어서 이러한 번들링 전략은 더욱 우리 눈에 자주 들어오고 있습니다.

액시오스의 뉴스레터 번들링 사례

글로벌 뉴스레터 미디어 하면 어디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단연 액시오스일 겁니다. 2022년 6월21일 기준으로 액시오스가 운영 중인 뉴스레터는 모두 49건이었습니다. 이 중 로컬이 21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속보와 기타 뉴스레터를 제외하면 19건의 주제형 버티컬 뉴스레터가 지속적으로 발행이 되고 있습니다. 솔직히 너무 많은나머지 어떤 뉴스레터 브랜드가 존재하는지조차 인지되기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을 겁니다.

그런 고민 때문인지 액시오스는 'Daily Essential'이라는 뉴스레터 번들링 제품을 선보입니다. Axios AM, Axios PM이라는 대표 브랜드 2건에 최근 론칭한 Finish Line를 묶었습니다. 앞선 2개 뉴스레터는 말 그대로 액시오스의 대표 뉴스레터입니다. 초기부터 오전, 오후 시간대를 잡기 위해 주력해왔던 핵심 뉴스레터죠. 여기에 신규 론칭한 뉴스레터 Finish Line을 엮어냈습니다. 아침-오후-저녁으로 이어지는 수용자들의 하루 타임라인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적 번들링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해 보입니다.

"좋은 예는 [3월에] Finish Line 뉴스레터를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2분 이내로 읽을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 이메일을 확인하는 저녁 시간에 배달됩니다. 이 시간대에 그들이 읽고 싶어하는 정보가 우울한 뉴스는 아닐 것이라는 [우리 직감에 따라] 설계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콘텐츠와 수용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번들링 이후 구독자들의 관여도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구독자수 감소는 거의 없었다고 하고요. 이 통계를 기반으로 뉴스레터 번들링 시도를 더 확장해 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The Information과 Bloomberg의 번들링 사례

디인포메이션과 블룸버그의 유료구독 번들링은 2020년 2월, 1년 한정으로 시도된 실험적인 사례입니다. 분야를 대표하는 언론사 간의 협업 번들링 모델이었기에 그 효과에 관심이 쏠렸죠. 당시 이 실험은 플랫폼들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도 있었습니다. 제시카 레신 디인포메이션 창업자는 당시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파트너십은 테크 플랫폼 없이 협력하여 독자들에게 양질의 독립적인 저널리즘을 제공하는 언론사들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디인포메이션이나 블룸버그나 유료구독료가 그리 낮지 않은 상품을 갖고 있었습니다. 디인포메이션은 연간 499달러, 블룸버그는 415달러였는데요. 이걸 합쳐서 499달러에 제공을 했습니다. 할인율도 파격적이었죠. 서로가 모객한 구독료는 이후 5:5로 나누는 것으로 했다고 합니다. 이 또한 흥미로운 배분 방식이었습니다.

일단 디인포메이션은 블룸버그의 기업 고객이 탐이 났다고 합니다. 블룸버그는 자신들이 취약한 실리콘밸리 IT 분야 리더들을 유료 독자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고요. 둘의 도달 범위는 크게 차이가 났지만 별로 잃은 것이 없는 번들링 전략이었습니다. 보완재 번들링 전략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까요? 취할 것만 취하고 1년 만에 종료하는 흥미로운 실험에 둘 다 흔쾌히 나선 거죠.

이 사례는 블룸버그와 디애슬래틱의 번들링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실적을 달성했는지는 아직까지 공개가 되지 않은 듯합니다. 말 그대로 실험에 그쳤을지도 모릅니다.


'뉴욕타임스의 번들링 사례'와 '국내 언론사들이 배우면 좋을 포인트'는 2편에 담겨 있습니다. 인용된 참고문헌도 이어지는 글에 담길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