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의 '유료 기사 선물하기' 출시가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니먼랩이 소개한 이후 국내 언론사가 보도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신선하다는 반응이었죠. 하지만 저는 이것이 뉴욕타임스 구독전략의 '위기 징후'로 읽힌다는 것을 여러분들에게 설명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유료기사 선물하기' NYT는 처음 아니다

GNI 디지털 성장프로그램 독자 수익 개요 발표문 중 일부

위 이미지는 제가 GNI 디지털 성장 프로그램을 강연할 때 소개했던 사례 중 하나입니다. 슬로바키아 언론사인 Dennik N의 '선물하기' 기능과 효과에 대한 내용이었죠. 우리에겐 덜 친숙하지만 Dennik N은 페이월 기반으로 운영되는 전세계 언론사 중에서도 혁신 측면에서 단연 앞서 가는 곳 중 한 곳입니다. 어느 정도인지를 잠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Dennik N은 어떤 언론사일까

피아노 미디어와 Dennik N의 공동창업자인 Tomans Bella. 출처 : https://engagedjournalism.com/resources/dennikn-subscription-crm-remp2020-open-source

Dennik N이라는 언론사를 이해하려면 토마스 벨라(Tomas Bella)라는 창업자의 이름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피아노 미디어'를 알고 계신 분이 있으신가요? 언론사들의 '페이월 솔루션'을 개발/제공하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인데요,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입니다. 그가 피아노 미디어를 창업한 게 2010년. Dennik SME라는 슬로바키아 언론사의 편집국장을 그만 둔 지 얼마되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피아노 미디어는 다시 강조하지만 페이월(유료화를 위한 기술 장치)이라는 기술적 허들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SaaS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이후 Press+라는 동종분야 스타트업(2014년)과 Tinypass까지 합병(2015년)하면서 현재는 페이월 솔루션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죠. 현재 페이월 시스템을 도입한 유럽-미국쪽 언론사의 다수는 피아노 미디어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을 겁니다. 니먼랩의 기고자였던 켄 닥터는 당시 이러한 합병 사례를 보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페이월 테크 기업의 탄생"이라고 적은 바 있습니다.

이런 기술 기업을 창업한 이가 바로 토마스 벨라였습니다. 그는 다시 슬로바키아로 돌아와 2015년 Dennik SME 출신들과 함께 Dennik N을 설립하는데요. 그의 행보가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토마스 벨라는 구글 DNI의 자금 지원을 받아서 페이월을 위한 CMS/CRM을 자체 개발합니다. 여기에 REMP(Readers’ Engagement and Monetization Platform)라는 이름을 붙이죠. DNI의 지원 조건에 따라 이를 오픈소스로도 풀게 됩니다. '친구를 위한 잠금해제' 기능은 REMP를 통해 개발되고 소개된 기능 중의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2021년 현재 Dennik N의 유료 구독자는 6만5000여명.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등록사용자는 25만 명 수준. 슬로바키아 인구가 540만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인구의 2% 가량이 이 언론사의 의미있는 독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캠페인 차원에서 시작된 '친구에게 잠금해제'는 당시 신규 등록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효과가 높았습니다. 친구가 공유한 유료 기사를 보려면 일단 가입/등록을 해야 했기에 등록 사용자를 늘리는데 당연히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었죠. Dennik N은 이들을 다시금 유료 구독자로 전환하는데 상당한 공을 기울였습니다.  

일본 닛케이의 유료 기사 선물하기 기능

미디어고토사 페이지 구독자인 송지원님 소개를 통해 알게 됐는데요. 일본 닛케이도 2019년 7월 유료기사 선물하기 기능을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사실 UI와 기능적 측면에서 보면 뉴욕타임스는 이 모델을 거의 베낀 듯할 정도입니다.

당시 닛케이는 유료 구독자에게 월 10건의 유료 기사를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다만 공유한 지 24시간 동안만 무료로 읽을 수 있습니다. 공유 허용 건수와 무료 읽기 기간은 갑자기 변경될 수도 있었고요. 취지나 목적 측면에서 보면, '많은 사람에게 읽혀지기를 바라는데, 유료 기사니까 SNS에서 공유하기 어렵구나'라는 유료 구독자들의 고충(Painpoints)에 조금더 초점을 맞춘 듯합니다. 뉴욕타임스와는 도입 목적에서 약간의 결의 차이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선물하기' 도입한 배경들

이제서야 뉴욕타임스 얘기를 꺼내게 되는군요.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다른 나라 언론사들의 선물하기 기능을 소개한 이유는 이게 뉴욕타임스가 가장 먼저 도입한 유일무이한 기능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드리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넘사벽'의 꼭지점에 위치한 뉴욕타임스지만 그들 또한 솔루션으로서의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차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걸 알려드리고자 함입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이 기능을 도입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최근 구독자수 현황부터 확인해보도록 할게요. 제가 왜 제목에 '위기 징후'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게 되실 겁니다.

제가 뉴욕타임스의 IR 보고서를 보면, 집계한 이래 2021년 1분기(3.2% 증가)만큼 뉴스 제품이 유료 구독자 수 증가율이 낮았던 적은 2018년 2분기밖에 없습니다. 근 5년 내 유료 구독 성장률이 가장 낮은 분기 중 하나라는 의미입니다. 2018년 2분기는 '트럼프 범프'가 끝나가던 시점으로 이때에도 뉴욕타임스 구독 제품에 대한 여러 우려들이 제기되기도 했었죠.

트럼프 범프가 걷히고 코로나 팬데믹의 안정화될 경우 뉴욕타임스 구독 상품의 성장율은 어쩌면 지금과 같은 고성장세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정상 성장율로 수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조금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 게임과 같은 비뉴스 구독 상품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여튼 뉴욕타임스의 유료 기사 선물하기는 이러한 맥락을 빼놓고 해석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뉴욕타임스의 사용자리서치 결과와 선물하기의 기대효과

왜 뉴욕타임스는 낮아지는 뉴스 상품의 유료 구독 성장세를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선물하기'를 해결책(solution)으로 택하게 됐을까요? 그 내막은 뉴욕타임스 R&D팀의 6월24일자 블로그를 읽어 보면 대략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먼저 그 블로그의 한 문장을 인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선물 기사로 우리는 공유가 늘어나길 기대할 뿐 아니라 새로운 수용자들을 더 많이 불러오길 바란다 (With gift articles, we hope to increase sharing, as well as bring in new audiences.")

목적이 분명합니다. 공유가 늘어나서 더 많은 신규 사용자들을 불러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뉴스 유료구독자의 성장세 정체는 순방문자수의 정체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자주 강조드리는 것이지만, 전환율이 고정돼 있다고 가정했을 때 유료 구독자의 성장은 순방문자수 증가의 종속 변수가 됩니다. 순방문수가 늘어야 유료 구독자가 는다는 것이죠.

조금더 구체적으로 이 이야기를 드리기 위해 다음 문구까지 확인해 보도록 하시죠. 이게 정말 핵심입니다.

이러한 고려 사항으로 인해 공유로 이어진 구독자 세션의 비율과 등록으로 이어진 공유의 비율을 측정했습니다. 테스트 결과 구독자들의 공유가 크게 증가하고 그에 따라 레퍼러 트래픽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증가가 일반적인 공유행위를 희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독자들은 여전히 다른 공유 도구를 사용하여 소셜 플랫폼에 링크를 게시하거나 이메일을 통해 전송했습니다. 공유 툴에 비해 등록률은 크게 감소했지만 레퍼러 트래픽의 증가와 그에 따른 등록수 증가가 그 영향을 크게 상쇄했습니다. 독자들에게 주는 혜택이 이 기능의 주요 목표였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수용가능한 감소라고 생각했습니다.(These considerations led us to measure the percentage of subscriber sessions that resulted in a share and the percentage of shares that resulted in registration. Our test showed a significant increase in subscriber sharing and a corresponding increase in referral traffic. Importantly, these increases did not come at the expense of normal sharing; readers still used our other share tools to post links to social platforms or send via email. While we saw a significant decline in the registration rate compared to our share tools, the rise in referral traffic and subsequent increase in registrations largely offset the impact. And because the benefit to readers was the primary goal of this feature, we deemed this an acceptable decrease.)

저는 정말 흥미로운 사용자리서치 결과라고 보는데요. 기존에 제공하던 공유 버튼에 비해서 선물하기는 등록율(무료 회원가입율)은 낮았다고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 기존 공유 버튼을 사용할 경우 곧장 페이월과 만나야 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 사용자들은 뉴욕타임스의 기사 공유를 약간은 꺼리기도 합니다.

반면 선물하기 버튼을 통한 공유는 이 허들이 낮습니다. 기사 하단에 한줄 정도로 '등록하기'가 제시되긴 하지만, 일단 기사를 읽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원래 그런 목적으로 설계가 되기도 했고요. 아래는 제가 직접 확인한 사례를 캡처한 것입니다. 페이월 장벽이 툭 튀어오르는 것이 아니라 기사 하단의 영역에 일종의 광고처럼 배치가 돼 있는 구조입니다.

선물하기로 공유받은 기사엔 유료 구독 유인방식이 위와 같이 바뀌어 있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제 가설 '뉴욕타임스는 유료 구독자 증가율 감소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선물하기를 꺼내들었다'로 돌아가 봅시다. 위 블로그에서도 설명하고 있듯, 등록율은 낮지만 등록수는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등록이 곧 유료구독은 아닙니다. 이걸 꼭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말그대로 무료 회원가입입니다.

이 선물하기 기능이 애초의 목적대로 구독자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면서도 뉴스 제품 구독자 증가율의 감소라는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무기로 작동할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물하기를 통해서 더 많은 새 회원 가입자들이 발생한다면, 그간 발견하지 못했던 신규 방문자를 높여주게 된다면, '전환의 마법'을 부리는 뉴욕타임스는 다시금 유료 구독자 증가율은 높일 수가 있게 된다는 것이죠.

탁월한 '전환의 기술' 없다면 선물하기 가치는 감소

닛케이와 뉴욕타임스의 선물하기의 차이는 그들의 목표에 있습니다. 닛케이는 그야말로 유료 구독자의 이탈 방지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뉴욕타임스는 '이탈 방지 + 유료 구독자 증가율 유지'까지 나아갑니다. 뉴욕타임스가 조금더 도전적인 것입니다.

이 둘은 자체 '전환의 기술'을 어느 정도까지 활용하느냐의 차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선물하기 기능을 개발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아래처럼 선물하기 전용 URL 구조를 개발하고, 이를 서버단에서 처리할 수 있는 백앤드를 완료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선물하기 URL의 사례

https://www.nytimes.com/es/2021/06/22/espanol/amazon-dispositivos.html?unlocked_article_code=AAAAAAAAAAAAAAAACEIPuonUxZXCqZdmSVUbBSaPB58qtQWPg__Lh7U5j235Km2ZSC1ayP8UH4me_FyLZbZmY5F7-QWnc-J7Ee1lQu1unKgYNlZxSgKsr9zVychYeHQ_9sfsATpvms_HALt9oTa1NizkI-5yzeLh5UOLbmL6SeeIhy1aUQVloJRifF6o0WVZhfuWV74ohaQtmKspFZt4Rj8fZSaVvPeOCh12O9iObB-0-RBhEqgCGmmVxYjAnupGJAZCClvGTGd953I_6L5eONAXOaX-KX0wacEFwuYYGNhJaTxMYSUCO9A&smid=url-share

이 기능을 도입하려면 1) 유료 구독자들의 강력한 도입 요청이 있든가 2) 유료 구독자 관련 또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든 해결 사항이 분명한 상태여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다수의 유료 구독자들이 선물하기 기능을 남발한다면 잠재 구독자들이 유료 구독을 할 유인을 보류시키는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유료 구독자 지인을 통해서 핵심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데 굳이 유료 가입을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예를 들어 '가'라는 독자가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가' 독자는 특정 매체의 Paywall 한도를 자주 만날 만큼 충성 구독자임에도 아직 유료 구독을 보류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가입해야지 고민하다가 선물하기 기능이 된 것을 보고 또 한번 유료 구독을 미뤄볼 계획입니다.

가상이긴 합니다만 만약 위와 같은 독자들이 늘어난다면 페이월 등 유료 구독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좋은 시그널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물하기 기능 도입은 충분히 사용자조사를 한 뒤에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죠. 제 생각엔 적어도 아래 2~3가지 정도의 조건은 확실히 갖춰진 때에 시작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 유료 전환의 기술에 대한 깊은 확신과 노하우
  • 공유할 만큼 매력적인 다수의 기사를 자주 생산
  • 캠페인 수준으로 진행할지 고정 기능으로 제공할지에 대한 사전 리서치

모든 기술은 그것을 도입하는 맥락에 따라 동일한 기술이라도 새로운 변주가 만들어지기 마련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선물하기 기능을 유료 구독자수 증가율의 위기 상태에 도입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설계했기 때문에 앞선 사례와는 조금의 기능적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맥락에 따라 도입하느냐에 따라 세부 기능조건의 차이도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요. 지금 뉴욕타임스는 뉴스 제품의 '유료 구독자 증가율' 해결이 가장 우선이기에 그들만의  기능으로 재설계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