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유료 구독자인 김용운님의 요청과 제안("뉴욕타임스 수익구조와는 좀 별개로 뉴욕타임스 기자들이 얼마나 다양한가..이 부분이 좀 궁금합니다. 한국언론 -이른바 메이저- 문제점 중 하나가 조직다양성이 경직되고 있는게 아닌가 홀로 추정하고 있어서요..")으로 제작하게 됐습니다. 아이디어를 주신 김용운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말 많았던 올림픽 중계 사고의 원인에 대해 한국일보 양승준 기자는 이렇게 짚었습니다.

“도쿄올림픽은 성평등 올림픽을 지향했지만, 국내 중계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KBS는 한국 여자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과 룩셈부르크의 니시아리안의 경기를 중계하며 상대 선수의 경기 운영에 대해 "여우 같다"고 표현했다. 이에 성차별적이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중략) 이런 성차별적 해설은 스포츠 캐스터를 대부분 남성으로 꾸린 지상파의 제작 인력 구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상파 3사가 이번 올림픽에 투입한 여성 캐스터는 단 두 명뿐이었다. SBS는 총 8명 중 한 명도 없었고, KBS(15명)와 MBC(10명)가 각 1명에 그쳤다.”

많은 언론사들의 올림픽 중계의 여러 사건들에 대해 ‘배려의 부재’라며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려 할 때 한국일보 양 기자는 뉴스룸 다양성이라는 구조의 문제로 확장한 것입니다.(물론 몇몇 다른 언론사들도 유사한 진단을 내놓은 곳이 있었습니다.) 스트레이트 보도 형식이라 기자의 시선이 강하게 담기진 않았지만 인용한 취재원들을 통해서 그의 앵글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진단이 핵심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례는 다르지만, 다양성의 관점에서 들여다 볼 해외 사례가 한 가지 있습니다. BBC의 스포츠 보도입니다. 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을 때 BBC는 망자의 이미지로 르브론 제임스를 방송으로 내보냈습니다. 누가봐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였습니다. BBC가 재빠르게 사과하면서 일단락되긴 했지만, 백인 중심의 뉴스룸이 가져온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문제를 이러한 실수들이 종종 반복되고 있고, 심지어 뉴스룸 안에서 관대하기까지 하다는 사실입니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사망 사건을 르브론 제임스와 혼동해 잘못 보도한 데 대해 사과한 BBC

DEI 보고서와 뉴스룸 다양성

위 두 가지 사례들은 뉴스룸이 강고한 ‘균질 집단’으로 둘러싸여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실수 아닌 실수 즉, ‘구조적 실수’라는 겁니다. 영미권 언론사들은 ‘남성-백인’ 중심의 뉴스룸 구성이 이러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국내에선 ‘남성-수도권-국가주의자’ 중심 구조가 유사한 실수를 연발시키는 원인이라는 거죠.

혹자는 다양성과 저널리즘이 무슨 관계인가 의구심을 갖습니다. 심지어 다양성과 뉴스 비즈니스가 어떤 연관성을 지니는지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던지곤 합니다. ‘당장 먹고 살기 바쁜데 뉴스룸 다양성을 보장하는 건 사치일 뿐’이라는 인식도 팽배합니다. 이 같은 의문에 답하기 위해 몇 가지 연구나 자료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미국언론연구소(API)의 제안부터 보겠습니다. 미디어고토사에서 자주 인용하는 미국의 저명한 언론연구소입니다.

“다양성은 비즈니스 필수 요소(imperative)입니다. 다양성을 강조하기 위한 집중적인 노력은 새로운 수용자들에게 다가가고 변화하는 젊은 수용자와의 유의미성을 지탱하는 데 필요합니다. 독자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봉사하는 콘텐츠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다양성은 저널리즘의 필수 요소입니다. 다양한 삶의 경험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지역 사회의 한 요소로서 봉사하기 어렵습니다. 저널리즘은 특정한 권력, 계급, 권위를 휘두르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두의 이익을 위해, 가장 진실된 형태로 생산되어야 합니다.“

다양성을 언급할 때, 언론사의 리더들은 그것이 언론사의 생존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사고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한마디로 '다양성이 밥 먹여주냐'는 것이죠. 특히 국내 언론사의 경우는 이러한 인식이 조금더 두드러지죠. 하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층위와 연령, 계층의 수용자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 시급해지면서 조금씩 변화할 조짐이 보이고 있긴 합니다. 물론 대세는 아닙니다만.

미국언론연구소가 지적하고 있다시피, 다양성은 앞으로 생존의 필수조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정 ‘균질 집단’ 리더의 고정관념과 편향이 투영된 어휘의 선택, 관점, 접근방식은 올림픽 보도 사고 사례처럼, 전혀 다른 사고체계를 갖춘 독자집단으로부터 집단적 항의를 받는 사건을 반복적으로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이 다른 집단에 대한 ‘배려없음’의 결과로 나타나게 되죠. 결국 신뢰의 이탈로 이어져서 독자들을 잃어버릴 수도 있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다양성은 비즈니스에 필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문기자 90% 대졸 이상, 뉴스 정보원 55% 50~69세... 사회와 동떨어진 뉴스룸 - 한국기자협회
″기사가 풍부해지려면 더 많은 유색인종, 여성, 대도시가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 어린 기자들 그리고 미국인이 아닌 기자가 필요합니다. 전략적으로도 더 많은 해외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고, 젊은 독자를 유입시킬 수 있습니다.” 지난 2017년 1월 뉴욕타임스가 낸 ..

저널리즘 측면도 마찬가지죠. 뉴스룸은 정확성을 위해서도 다양성을 수용해야 합니다. 이미 한국 사회만 하더라도 다양한 계층, 출신, 학력, 종교 등으로 독자들이 분화돼 있습니다. 특정 집단의 말과 시각, 판단을 기사에 녹여낼 경우 집단 사고의 오류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시민의 삶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게 되고 간혹 그것이 부정확한 정보로 기사화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경제 보도에선 이러한 경향들이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적어도 뉴스룸이 ‘저널리즘과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집단 사고의 오류로 발생하는 정확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뉴스룸의 다양성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ONA(Online News Association)가 지적하다시피, 다양성은 인종, 민족, 성별을 문제를 넘어섭니다. 도시와 농촌, 종교를 가진 자와 아닌 자, 진보와 보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깔들을 포괄합니다. 수많은 사회적 선택에서 다른 견해를 지닌 집단들의 목소리까지도 이해할 수 있어야, ‘내집단 무오류의 신화’로부터 멀어질 수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뉴스룸 구성의 다양성을 모두들 제안합니다.

국내 신문사 뉴스룸의 다양성 현황과 뉴욕타임스

현실은 어떨까요? 여러 다양성 항목 가운데 국내 뉴스룸의 젠더 다양성을 한번 살펴볼까요? 사실 한국언론연감을 제외하면 이와 관련된 통계는 얻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방송의 경우 보도국 젠더 구성을 확인할 방법은 현재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우선 2020년 12월에 공개된 한국언론연감을 토대로 신문사 성별 종사자 현황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보도국만을 대상으로 한 통계는 아니지만, 방송사의 성별 비율도 한번 살펴보시죠.

한국여기자협회가 2019년 집계한 여성 간부의 비중 변화도 유심히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언론사별로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까요?

그리고 뉴욕타임스와 이 비율을 교차해서 보면 뭔가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분명한 건 국내 언론사 안에서도 젠더 다양성이 나름의 진전을 이뤄가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다만 그 속도가 어떠한가를 비교하면서 읽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뉴욕타임스의 DEI 보고서에서 배울 것들

다양성, 공평성, 표용성을 뜻하는 DEI 보고서는 여전히 국내 언론사에겐 낯선 무언가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보고서를 몇 년 전부터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모두가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어가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올해 2월에는 단순히 보고와 공개에 그치지 않고 더 다양하고 공평하고 포용적인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적은 보고서도 내놓았습니다.

  •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문화를 혁신합니다. 우리는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이 우리의 사명과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명시할 것입니다. 리더십과 팀워크를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 규범을 확립하겠습니다. 우리는 직원 자원(employee resource, 즉 HR) 그룹과의 파트너십을 심화하고 더 다양하고 공평하며 포용적인 타임스를 만들기 위해 리더와 협력하는 직원 자문 그룹을 설립할 것입니다.

  • 우리가 사람들을 리드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향상시킵니다. 우리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리더와 그들이 평가받는 방식에 대한 명확한 기대치를 정의할 것입니다. 우리는 관리자에게 제공하는 피드백, 교육 및 지원을 크게 늘릴 것입니다. 우리는 2025년까지 리더십에서 흑인 및 라틴계 동료의 대표를 50%까지 늘리는 목표를 세울 것입니다.

  • 더 다양하고 공평하며 포용적인 타임스를 만들기 위한 인력 개발 및 지원 업무를 위한 시스템과 관행을 강화합니다. 우리는 인재를 고용, 개발, 승진 및 참여시키는 방식을 강화하기 위해 인적 자원에 계속해서 상당한 투자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더 명확한 경력 기대치와 개발 및 발전의 경로를 만들 것입니다. 우리는 업무를 조정하고 진행 상황을 추적하기 위해 인사부서(HR) 내에 새 사무실을 설립할 것입니다.

  • 보다 다양하고 포용적인 뉴스룸의 판단을 통해 우리 보도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는 뉴스룸을 더 다양화하고 편집 방식을 더 포용적으로 만들 것이며 뉴스 리포트는 세상을 더 사실적이고 풍부하며 질감 있는 묘사를 제공하는 것으로 만들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봉사하는 사회의 폭을 더 완전히 반영하는 독자와 구독자 기반을 끌어들일 것입니다.

문화 혁신, 매니지먼트 개선, 교육/성장 프로그램 강화, 다양한 뉴스 생산 등으로 요약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눈길을 쓰는 것은 50%라는 목표치를 제시한 두 번째 항목입니다. 리더십에서 백인 중심주의를 혁파하기 위해서 과감한 목표를 제시한 것입니다.

위 표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다시피, 리더십에서 백인의 비율은 2020년 현재 74%입니다. 이를 2025년까지 50%로 낮추겠다는 선언입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으로 리더십 성장 프로그램을 택했습니다. 2025년까지 1000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모으는 목표 설정과 동시에 리더십의 다양성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도전적이고 파격적인 선언, 그 이면에는 리더십 강화 교육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 안에는 두 가지 함의가 내재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0년 초 매킨지의 보고서에서 확인한 바 있듯, 의사결정에서 편향성이 제거되면 7%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과학적이고 실리적인 근거와 교육을 통해서 좋은 리더십을 얼마든지 개발/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을 동시에 상징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 언론사 중에 리더십 개선과 향상을 위해 제대로 투자하는 곳은 아직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디지털 혁신의 모든 문제가 리더십으로 귀착된다는 세간의 평에도 불구하고 특정 집단 위주의 리더십 구성은 좀체 변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룸 리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국언론진흥재단 등을 통해 제공되고 있지만 실질적 변화를 추동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를 잡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 2부는 다음 글에 담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