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디지털 구독자수 그리고 매출을 늘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의미있고 유익합니다. 혁신적인 레거시 미디어가 디지털 구독의 확장 방향을 어디로 잡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방향을 알아채려면 가능한 한 긴 역사적 통계를 들여다봐야만 하죠. 그래서 분석하기가 번거롭습니다. 오늘 짧은 기간이지만 단초를 얻을 수 있는 소소한 작업에 도전을 해봤습니다.

첫 번째 질문. 뉴욕타임스의 비뉴스 디지털 구독자수는 전체 디지털 구독자수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요? 또 어떤 경향을 띠고 있을까요? 궁금하신가요? 하나하나 답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전체 디지털 구독자수 가운데 비뉴스 구독자의 비중은 2020년 4분기 기준으로 23.92%입니다. 아직 30%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비뉴스 구독자수는 크로스워드 등을 포함하는 게임류, 오디오, 쿠킹입니다. 사실 2020년 3분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게임은 ‘크로스워드’라는 이름으로 구독자수가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2020년 3분기부터 Game이라는 확장된 이름으로 표기가 되기 시작했죠. 왜 IR 자료의 설명 문구가 달라졌을까요?

조나단 나이트 게임 총괄매니저가 뉴욕타임스에 결합한 게 2020년 9월14일입니다. 네. 2020년 3분기의 일입니다. 그의 KPI가 재표제표에 반영하기 시작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할 것입니다. 어쩌면 그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집계명을 바꾼 것일 수도 있겠죠. 어쩌면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을 것이고요.

조나단 나이트는 EA와 징가 등에서 Words With Friends, Farmville, The Sims and The Sims 2 같은 대형 게임들을 총괄하는 당사자입니다. 게임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죠. 그동안 뉴욕타임스는 크로스워드, 미니, 스펠링비와 같은 캐주얼한 신문향 게임으로 유료 구독을 늘려왔습니다. 이제 성장 속도를 키워보겠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 전에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사건이 있었습니다. 2020년 1분기에 Audm이라는 구독 기반 오디오앱을 인수했습니다. 롱폼 저널리즘을 오디오 형태로 읽어주는 앱이었습니다.

크로스워드와 쿠킹이 주축이었던 비뉴스 디지털 구독은 Audm의 인수와 조나단 나이트의 결합으로 폭의 크게 확장됐습니다. 게임, 쿠킹, 오디오 이렇게 3개의 축을 중심으로 비뉴스 디지털 구독 상품의 카테고리가 완성이 된 것이죠. 이쯤에서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2017년 이래 비뉴스 구독 상품의 디지털 구독자수 성장률은 대부분 10%를 상회할 정도입니다. 뉴스 구독의 성장세가 5% 내외로 안정화되는 추세인 것과 비교가 됩니다. 거의 2배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7년 1분기 12.76%에 그쳤던 비뉴스 구독자수는 2020년 4분기 23.92%까지 치고 올라옵니다. 3년 만에 2배나 성장한 것입니다. 이제 서서히 제가 말씀드리려는 메시지가 드러나기 시작하나요?

뉴욕타임스는 지금 디지털 구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디지털 구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뉴스 기반 구독의 성장세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는 걸 전제로, 그리고 인당 평균순환매출이 감소할 수도 있는 상황을 대비해 디지털 구독 상품의 다양화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아직 인당 순환 매출을 계산해보진 않았습니다.

게임, 쿠킹, 오디오에 그치지 않고 추가 상품 영역을 찾기 위해 뉴욕타임스는 내부에 프로젝트팀을 가동중일 확률이 높습니다.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할 만한 구독 상품 구성이 그들의 미래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거라는 겁니다. 일단 조나단 나이트는 신문과 지식정보의 속성을 반영한 추가 게임 상품을 개발함으로써 23%인 현재 비뉴스 구독자수의 비중을 절반 가까이로 늘려나가는 전략을 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건, 뉴욕타임스의 사례로 보면, 뉴스 상품의 구독은 일정 시점을 통과하게 되면 플래토 구간에 진입할 수밖에 없고, 그 경우 성장이 정체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파고를 넘기 위한 추가적인 디지털 구독 상품의 개발을 레거시 미디어가 가장 잘 하는 영역에서부터 탐색하는 단계, 그 지점에 뉴욕타임스가 이미 와 있다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한국 언론사에 주는 메시지

올해부터 여러 언론사들이 디지털 구독 상품 개발에 나설 겁니다. 여러 형태로 시도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일단은 뉴스나 정보 상품에 집중을 할 것이고, 그것에서 구독자수를 늘려나가는 경쟁을 펼칠 겁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뒤 성장세는 더뎌질 것이고 다시금 수익의 고민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욕타임스는 그 때가 올 것이라고 미리 예측하진 않았겠지만, 뉴스 구독만큼이나 쿠킹이나 크로스워드에서도 성장의 가능성을 발견했을 겁니다. 이것이 단초가 돼 게임류 구독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개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에 함의가 담겨 있습니다.

구독으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독자적인 구독상품을 지속적으로 실험할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번들 형태로 끼워팔 수 있을 것이고요. 그리고 이후에 서서히 독립적인 구독 상품의 위상을 갖추도록 도와주면 됩니다. 크로스워드와 쿠킹이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이후 꾸준한 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구독 상품으로서 가치 제안이 가능해졌고 지금은 유료 구독자를 유인하는 새로운 경로로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모든 출발점은 자신들의 자산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 그 가능성을 갖고 있는 사내 자산부터 관심을 가져보세요. 미래의 크로스워드, 미래의 쿠킹이 될 수 있는 가치 충만한 자산이 분명 싹트고 있을 겁니다. 천천히 그들의 실험을 지원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게 되겠냐’라며 싹부터 잘라내는 레거시 마인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