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공유한 메러디스 코빗 레베엔 뉴욕타임스 CEO의 2021년 4분기 콘퍼런스콜 발표문 전문은 읽어 보셨을까요? 아마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꼼꼼하게 읽은 분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벌써 3-4번은 읽어 내려간 듯합니다. 몇 가지 주목할 메시지들이 보여서입니다.

CEO의 투자자 대상 발표문은 여러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나 한해를 마감하는 자료에는 다음해 비즈니스 계획에 대한 밀도 높은 메시지가 담겨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행간을 잘 살피면 새로운 목표와 각오를 읽어낼 수도 있고요. 더군다가 '글로벌 넘사벽'이라 불리는 뉴욕타임스 CEO의 발표문이니 무게감은 더할 수밖에 없죠.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뉴욕타임스는 국내 다수 종합지들이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는 언론사입니다. '넘사벽'이기에 참고하는 수준에 그치긴 하지만, 늘 내부 보고서의 인용 사례에선 빠지지 않고 등장하죠. 뉴욕타임스의 혁신리포트 발표 뒤 다수의 국내 언론사들이 자체 혁신보고서를 만들어 공유한 게 이를 증명합니다. 그만큼 뉴욕타임스의 전략 방향은 국내 언론사의 의사결정자들에게 음으로 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한해 실적 지표에서 추출해 낼 수 없는 큰 맥락과 전략 방향은 결국 'CEO의 입'을 통해서 확인할 때 명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워들 인수와 1000만 유료 구독자 달성을 둘러싼 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오긴 했지만 맥락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조금 늦긴 했지만 이 글을 통해서 퍼즐 조각들을 맞춰드리고자 합니다.

뉴욕타임스 구독 성장 전략의 목표 전환

4분기 결산 IR 발표문을 보면 아래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는 걸 파악하실 수 있을 겁니다. 바로 2022년과 그 이후를 지배할 목표입니다.

"The essential subscription for every English-speaking person seeking to understand and engage with the world"

우리말로 풀어쓰면, "세상을 이해하고 관여할 방법을 찾고자 하는 모든 영어권 사람들의 필수 구독 매체".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필수 구독'이라는 표현입니다. 뒷 부분은 원래 뉴욕타임스의 미션이기도 했기 때문이죠.

뉴욕타임스는 2021년부터 서서히 이 목표를 향해 방향타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레비엔은 지난 3분기 IR 발표 때 이런 표현을 사용했죠.

"뉴스 사이클에 관계 없이 지속적인 일상의 습관을 구축하기 위한"

뉴욕타임스를 둘러싼 구독 프로덕트가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항상 이용하게 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젠 한발 더 나아갑니다. 영어권 사람들의 필수 구독 매체로 말이죠. 2025년 1000만 구독자수를 2022년에 이미 달성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는 1500만 순구독수라는 목표치와 연결이 됩니다.

뉴욕타임스가 자체 조사를 통해 파악한 구독 관련 TAM(전체 시장 규모)은 1억3500만 명입니다. 영어 뉴스, 스포츠, 퍼즐, 쿠킹, 쇼핑 어드바이스에 대한 유료 지불의사를 가진 영어권 인구가 이 정도라는 의미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중 10% 넘는 규모를 2027년까지 달성할 AM(유효 시장)으로 봤습니다. 1500만 명은 그냥 도출된 목표치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전략을 더 얹힙니다. 바로 번들링 전략입니다. 앞으로 뉴욕타임스 구독 제품에서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번들링 중심으로 전환이 아닐까 합니다. 이는 곧 핵심 지표의 변화로도 가시화할 것입니다. 바로 전체 구독수가 아니라 순구독수 중심으로 발표가 된다는 점입니다.

왜 번들링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했을까

여기서 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왜 뉴욕타임스는 제품 번들링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하려는 것일까?' 레비엔의 발표문에 힌트가 있습니다. 인용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입자의 30% 이상이 이제 하나 이상의 구독 제품에 액세스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합니다. 기존 번들 구독자는 뉴스 온리 구독자들보다 월간 이탈률이 낮고 ARPU가 훨씬 높습니다. 그리고 우리 유효 시장의 대부분이 뉴스와 하나 이상의 다른 제품에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를 통해 번들 제품으로 전환이 점점 더 큰 수익의 동인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NYT CEO의 2021년 4분기 컨콜 발표문 전문 번역
지난 분기(2021년 3분기)부터 메러디스 코빗 레비엔 뉴욕타임스 CEO의 IR 컨콜 전문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매분기 발표되는 실적 자료의 맥락을 살펴보기 위함입니다. 국내나 해외나 코빗 레비엔과 CFO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분석하는 언론사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데요. 읽다 보면 의외로 얻는 정보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의 발표문에서 얻는 교훈’은 별개로 작성하고 오늘은 번역문

이미 뉴욕타임스 유료 구독자의 30%는 하나 이상의 뉴욕타임스 제품을 구독 중이라고 합니다. 상당히 많은 수죠. 무엇보다 이탈률이 낮고 ARPU가 높습니다. 뉴욕타임스 입장에선 구독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결합 상품을 제안하는 것이 이탈률이 낮추고 수익 향상을 도모하는데 더 유리합니다. 당연히 안 할 이유가 없는 선택인 것이죠.

저는 여기에 뉴스 온리 상품의 성장세가 더뎌지는 데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규모가 다르기에 비교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비뉴스 부문 구독 제품의 성장세는 뉴스 온리 구독 제품을 2~3배 능가하고 있습니다. 쿠킹과 게임이 각각 100만 유료 구독자를 확보할 만큼 비중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집계하는 데이터를 보면, 전체 구독수에서 비뉴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분기 20%를 넘어섰고, 2021년 4분기 현재 26%에 달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독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방증입니다.

뉴스와 비뉴스 제품을 번들링하는 건 그래서 중요합니다. 성장하는 비뉴스 구독 제품에 뉴스가 함께 결합됨으로써, 뉴스 구독제품이 지닌 가치의 취약성을 보완해줄 뿐 아니라 이탈까지 막아주는 효과를 내는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되는 게 보편적인 인간의 '일상적 기복' 사이클입니다. 어떤 인간도 하루 종일 진지한 뉴스를 보며 자신의 일상을 지배당하고 싶어하진 않을 겁니다. 어떤 시간대엔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은 욕망에 휩싸일 것이고, 어떤 시간대엔 가벼운 정보를 소비하며 감정을 이완시키고자 할 겁니다. 보편적인 사용자가 네이버라는 앱에서 즐기는 패턴을 분석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번들링은 이러한 인간의 보편적 습관을 충족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퍼즐을 즐기다가 호기심이 생겨서 뉴스를 읽게 되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때로는 뉴스를 읽다가 맛있는 음식이 머리 속에 떠올라 요리를 하고 싶은 생각도 들 겁니다. 잠시 시간을 떼우기 위해 게임을 하고 싶을 때도 있고요. 뉴욕타임스라는 언론사가 누군가의 하루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구독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서비스 저널리즘을 시작한 배경이 아니었나 생각이 됩니다.

번들링은 이러한 사용자들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인 상품 구성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면 좋은 게 아니라 '습관 형성'을 위해 해야만 하는 전략적 솔루션이라는 점을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번들링 맥락에서 본 워들과 디애슬래틱 인수 : 없던 사용자 데려오기

이제서야 워들 인수를 설명 드리게 되겠네요. 너무 길었나요? 워들 게임을 해보셨나요? 저는 한국판 워들을 종종 하곤 합니다. 누군가가 오픈소스로 올려뒀는데 맞춰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일 단위로 업데이트 되는 특성 때문에 재방문을 유인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워들의 인수를 이해하려면 '필수 구독'이라는 목표를 염두에 두고 다음 문장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World will now play a part in that daily experience, giving millions more people around the world another reason to turn to the Times to meet their daily news and life needs."

우리 말로 풀어쓰면 "워들은 전세계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그들의 일상 뉴스와 살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타임즈로 가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제공함으로써, 일상 경험의 한 부분이 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영어권 사람들의 필수 구독이 된다는 것, 즉 1억3500만 명의 잠재 지불의사가 있는 사용자들의 10% 이상을 데려온다는 것은 뉴욕타임스 기사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일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전세계 영어권 사용자들 가운데 비교적 상위 계층에 소구하는 미디어 중 하나입니다. 고급스러운데다 정보의 밀도도 높습니다. 아마 뉴욕타임스 뉴스의 역량에만 의존했다면 1000만 달성은 어려웠을 겁니다.

쿠킹, 게임, 와이어커터, 디애슬래틱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워들도 그 연장입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깔대기 모델을 떠올려 보세요. 워들은 깔대기의 최상단 'Top Of Funnel'을 구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뉴욕타임스가 불러내거나 대변하지 못했던 세그먼트, 계층을 데려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무료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뉴욕타임스 구독이 전세계 10억 영어구사 인구 중 1억 3500명에게 도달해 그 중 1500만 명을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TOF가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본체는 깔대기 입구를 더 빨리 확장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널리즘 조직의 무게감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무게감을 그대로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획득 채널에 새로운 무기가 필요한 상황인데 워들에게 그 임무를 맡긴 것입니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구독, 다음 타깃은 게임일까?
뉴스 상품의 구독은 일정 시점을 통과하게 되면 플래토 구간에 진입... 그 다음의 대안은?

근거를 제시하겠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초 크로스워드 컨스트럭터 펠로우십을 열었습니다. 이 펠로우십의 목표가 바로 '대변되지 않는 그룹을 고려해서 퍼즐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퍼즐을 통해서 뉴욕타임스 본체가 대변하지 못하는 그룹에게 도달함으로써, 깔대기 입구를 확 넓히는 전략을 택하겠다는 것이었죠.

워들은 인수 뒤에 크로스워드앱이나 뉴욕타임스 앱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기능들을 덧붙이게 될 것입니다. 뉴욕타임스가 도달하지 못하거나 약하게 호소했던 사용자층들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워들의 난이도나 방식을 조금은 튜닝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들을 고려한 UI 개편도 이뤄지겠죠. 이를 통해 뉴욕타임스는 '필수 구독'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고, 더 높은 전환율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기술 장치를 동원하게 될 것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워들에 바로 그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 10~20억 내외에서 인수한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솔직히 워들의 사용자수 등을 고려하면 ROI가 괜찮은 딜이 아니었나 생각이 됩니다.

구독 준비 국내 언론사에 주는 메시지

이제 마무리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국내 언론사에 주는 메시지는 잊지 않고 전해드려야 하니깐요.

2014년 론칭 당시의 뉴욕타임스 쿠킹 사이트. 출처 : Eater

💡 장기 투자 없는 성공은 없다 : 뉴욕타임스가 번들링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사전 투자가 전제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외주 협력사에 개발을 위탁했던 크로스워드를 2014년에 자체 개발한 뒤 론칭했죠. 서비스 저널리즘을 표방하면서 스마터리빙을 론칭했고 그 일환으로 2014년 쿠킹이 시작이 됐습니다.(이후 2017년 구독으로 전환됩니다) 와이어커터를 인수했고(2016년), 워들을 샀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프로덕트들은 지금 번들링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미 양육 관련 콘텐츠도 개발되고도 있습니다. 구독을 강화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과 투자를 했기에 오늘 훨씬 더 야심찬 성장 계획을 발표할 수가 있었습니다.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없었다면 뉴욕타임스가 이러한 과감한 성장 전략을 표방할 수 있었을까요? 한국 언론사들이 반드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입니다. 구독이라는 비즈니스를 멀리내다 보며 투자하지 않으면 찻잔속 태풍에 그칠 수도 있다는 걸 여러 사례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 버티컬 영역 개발은 필수다 : 고품질의 저널리즘만으로 구독 성장을 빠르게 키워가는 건 어느 시점에 한계에 부닥치게 됩니다.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다른 제품들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할 때 뉴스의 가치와 매력은 더 커질 수가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버티컬 없는 정통 저널리즘만으로는 구독의 규모를 크게 확장시키긴 쉽지 않을 겁니다. 버티컬 구독 미디어들도 여러 부가 혜택과 서비스들을 덧붙이면서 이탈 관리를 하고 있다는 사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겁니다.

💡인재에 투자해라 : 매 분기별 발표문이 나올 때마다 레비엔은 인재 영입과 채용에 얼마를 투입했다라고 강조를 합니다. 그만큼 더 좋은 저널리즘과 제품을 위해 인재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새로운 인재를 영입할 때마다 소개도 합니다. 그 정도로 뉴욕타임스는 좋은 인재를 찾는데 상당히 심혈을 기울인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뛰어난 인재는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당연한 귀결입니다. 쿠킹이 와이어커터가 (비록 적자였지만) 디애슬래틱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면에도 인재 투자가 있었습니다. 좋은 인재에 대한 투자 없이 구독 등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는 건 환상이고 과욕일 겁니다.

오늘의 분석은 어떠셨나요? 간단한 소감을 대화창에 남겨주시면 정말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래프] 뉴욕타임스 항목별 매출 추이
[업데이트 : 2021년 11월 9일] 2021년 3분기 매출 현황뉴욕타임스의 2021년 3분기 매출액은 역대 3분기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으로 기록한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통상 4분기에 가장 높은 매출액을 기록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뉴욕타임스는 올해 4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울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구독 수익은 디지털 및 인쇄 제품(뉴스 제품 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