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초래한 복잡하고도 전례없는 조직 관리의 문제를 언론사 내 간부들은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을까요? 어쩌면 다수의 언론사 간부들이 우왕좌왕하며 혼란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그 해답을 구하기 위해 여러 동료들에게 고민을 토로하고 질문을 던지고 있을지도 모르죠. 오늘은 이 문제에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사례를 알려드려볼까 합니다.

참고로 이 글은 지난달 학술지 ‘디지털 저널리즘’에 수록된 호세 가르시아 아빌레(Jose A. Garcia-Aviles) 스페인 미겔 에르난데스 대학 교수의 논문 'Journalism as Usual? Managing Disruption in Virtual Newsrooms during the Covid-19 Crisis'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라는 주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대응하고 있다’를 규명한 논문이죠. 전세계 언론사를 대상으로 하지도 않았습니다. 스페인 17개 언론사 간부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논문입니다. 따라서 국내 언론사 임원 및 간부들에게 완벽하게 ‘핏’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Infographic: Turning Teamwork into Profit | Statista You will find more infographics at Statista

조금 지루한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요? 논문은 하비의 공간이론으로부터으로 출발합니다. 절대공간, 상대공간, 관계적 공간으로 구분돼 정의된 하비의 공간이론은 정치경제학 분야에 조금의 관심을 둬봤던 분들이라면 그것의 탁월성에 혀를 내두른 적이 한 번 정도는 있을 겁니다. 저는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으로 하비를 접했고, 그의 지대이론에 잠시 심취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플랫폼에서 수취되는 여러 수익을 하비의 지대론으로 풀어보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까마득한 옛날의 기억들이긴 합니다.

호세 교수가 하비의 공간이론을 빌려온 것은 슬랙, 줌, 팀스, 구글 미트, 워츠앱 등으로 재구성되고 있는 ‘가상 뉴스룸‘을 분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는 하비의 이론을 아주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틀을 빌려왔음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CVE(Collaborative Virtual Environment)라는 개념어를 논문 곳곳에 기입해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하비가 발전시키고 있는 관계적 공간 개념이 사회학뿐 아니라 인문학에 매우 유용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개념은 행위자의 위치, 관계적 공간을 병존하는 사회적 관계들 뿐 아니라인간의 무의식, 감정, 복합적 기억, 상상력, 창조력이 응축되어 있는힘의 지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개념에 따르면 행위자들은 하나의 절대적 공간의 힘에 지배받기보다 다층적이고 이질적인 공간들을 협상하고 종합하며 나아가 이를 통해 새로운 공간들을 구성한다.뿐만 아니라 각 행위자들은 각 개의 모나드가 그러하듯이 개별적 관계 공간을 갖는다.”(이현재, 2012 : p.237)

협업 환경과 실천공동체로서 ‘가상 뉴스룸‘

슬랙으로 가상 뉴스룸을 운영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사례. 사진 출처 : 슬랙 홈페이지

협업적 가상 공간으로서 가상 뉴스룸은 그의 표현을 일부 응용하자면, “비록 지리적으로 떨어져있지만 개인들이 함께 일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온라인 디지털 공간”입니다. 말하자면, 팬데믹으로 더 이상 책상 앞에서 업무를 할 수 없는 환경이 도래하면서, 일상적 협업이 이뤄지는 가상의 공간인 셈입니다. 이 공간의 대부분은 소프트웨어에 의해 구축되죠. 여러분들도 늘 사용하시는 카카오톡, 슬랙, 줌 등이 바로 가상 뉴스룸인 것입니다. 공간이 바뀌면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게 되고 협업의 형태나 조직 문화도 조금씩 달라지게 됩니다. 공간이 규율과 문화를 변동시키는 매개로 작동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연구들이 제법 있었던 모양이더군요. 이 논문도 일부 인용하고 있다시피 “슬랙으로 연결된 가상 뉴스룸은 비록 언론인들의 직무와 사적 공간의 경계를 지워내긴 하지만 기자들의 관계를 심화시키고 창의적 실행을 가능케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모든 게 긍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호세 교수는 실제로 그 변화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무엇이 변화하고 있었고 어떻게 대응하고 있었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겁니다.

인터뷰를 토대로 그는 언론사 간부들의 대응 전략을 크게 3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의미협상’, ‘신뢰 및 협업 구축’, ‘권력 동학의 관리’가 그것입니다. 각 항목별로 내용을 간략하게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의미 협상(the negotiation of meaning)

통상 의미협상이란 의사소통 단절이 발생했을 때 상호간의 이해를 확보하기 위해 개입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동일한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하며 의사소통을 할 때와 표정이라는 정보, 억양이라는 추론적 근거가 사라진 가상 공간에서 대화를 나눌 때 당연히 새로운 행위가 필요로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스페인 언론사의 간부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상황 해석 : 기존 생산 루틴을 가상 뉴스룸에서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슬랙 등에서 아이디어를 나누거나 채팅을 함.
  2. 비전과 목표의 명확한 설명 : 회사의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접근법을 재정의함. 하지만 일부 에디터들은 회사의 명확한 비전에 대한 준비가 덜 돼 있는 경우도 많았음.
  3. 변화 저항에 대한 도전 : 10% 정도는 원격 근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 존재. 나이나 인쇄 중심 업무 여부와는 관계가 없었음.
  4. 조직 차원의 학습 : 관리자들이 더 이상 사무실에서 업무를 할 수 없는 환경에 직면하게 되면서 직접 그들이 기술적인 스킬을 익히게 됨. 이로 인해 루틴 중 일부는 훨씬 효율적으로 변모하게 됨.

(2) 신뢰와 협업의 구축(building collaboration and trust)

Pixabay로부터 입수된 Gerd Altmann님의 이미지 입니다.

모든 기자들과 관련 부서 직원들이 공간적으로 떨어져있는 상황에서, 언론사의 관리자들은  신뢰와 협업을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에 나서야만 했습니다. 롤 모델이 부족한 데다 경험마저 누적되지 않아서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개별 직원들의 역량을 결합시키고 관련 리소스를 연결해주는 노력은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고 합니다.

  1. 본질적 동기부여에 집중 : 응집력을 개발하기 위해 한팀임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음.
  2. 시너지 생산 : 저널리스트와 개발자, 비즈니스 매니저 간의 협업을 강화하고 정보 공유를 증진시키고 있음.
  3. 감성적 지원체계 제공 : 기자들의 일상적 우려에 관심을 쏟고 있음. 수시로 가상 공간에서 연락을 취하면서 멤버들의 웰빙을 체크하고 유대감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

(3) 권력 동학의 관리(managing power dynamics)

  1. 규칙의 설정 : 팀워크, 검증 윤리, 업무 절차 등에 대한 규약에 집중하고 있음. 가이드라인 준수는 실천공동체의 효율성을 반드시 보장했음.
  2. 문제 해결 : 정신 건강과 사적 문제들을 다루면서 동시에 기술적, 커뮤니케이션적 실패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
  3. 갈등 관리 : 비공식적 미팅이 갈등해결의 툴이다. 주간 팔로우업 미팅을 열어서 서로 대면하고,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다른 에디터나 팀원들과 어떤 갈등이 있는지를 보고 있음.
  4. 혁신 주도 : 과거 일상적 사내 동학(정치) 구도에선, 미팅과 물리적 장벽, 사무실이나 지리적 거리가 높았음.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깨지면서 조직이나 프로세스 혁신이 가능해졌음.

국내 언론사 간부이 배워야 할 것들

몸집이 크고 레거시의 하중이 클수록 내적 변화의 동력은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혁신이 어려워지는 이유이기도 하죠. 국내 언론사의 뉴스룸처럼 세대 간 경험의 단절이 뚜렷하고 갈등이 첨예할수록 안으로부터의 혁신과 변화는 기대하기 더 어렵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이런 언론사들에겐 변화의 호기 중 호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불가피하게 이 상황에 적용해야만 하는 외적 압력이 어느 때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원격 및 재택 근무는 불가피하게 온라인 협업툴을 모든 직원들이 사용해야만 하는 환경으로 밀어넣었습니다. 의사소통과 관련한 잔무를 비서 등에게 떠넘길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버렸죠. 물론 국내 언론사들 대부분의 현재 원격 근무를 기본으로 운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의 일정 수준은 재택이 불가피한 상황에 자주 노출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스페인 언론사들의 간부들은 조직의 목표 달성과 자신의 권력적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3가지 전략을 능동적으로 전개했습니다. 이전과 동일한 생산 문화를 유지하지 않으면 당장 제작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이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도 계속 돌출되고 있죠. 게다가 52시간 근무제까지 겹치면서 조직 관리는 더욱 난해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의미협상, 신뢰와 협업 구축, 권력동학 관리 등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잘 알려졌듯, 국내 언론사의 ‘디지털 리더십’은 취약하다는 것이 통상적인 평가입니다. 협업적 생산성을 위한 디지털 도구에 대한 이용에도 익숙하지 않죠. 가상 뉴스룸 운영에 모든 조건이 취약한 상황에서 국내 신문사들의 리더들은 조직 갈등을 해결하고 협업 및 신뢰를 구축해야 하며, 목표에 대한 이해 등을 설득해내고 달성해야만 합니다.

잠시 아래 사례(양영유, 2021 : p.17)를 비교해 볼까요?

“1주일에 1회인 부서 회의는 그대로지만, 온라인 회의를 하다 보니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요. 온라인 회의에 익숙하지 않고 집중도 안 돼 분위기가 어수선합니다. 회의 시간도 짧아졌고요. 회식도 없고 소통에 애로가 있죠. 부서원 관리도 느슨해지고 있어요. 물리적으로더 엄격하게 관리하기도 어려워요.”(A기자, B기자)
“오히려 소통 창구가 많아졌어요. 여러 단톡방이 생겨 소통엔 문제가 없어요. 오프라인 회의가 없어져 선배를 억지로 만날 필요도 없어 스트레스가 줄었습니다.선후배 간 소통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수시로 문자나 톡을 쏴 이전보다 과도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들 정도죠. 때로는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통제가 더 강화된 것 같기도 해요.”(E기자, I기자, K기자)

이처럼 리더와 현장 기자 사이에선 현 상황에 대한 인식과 업부 효율성에 대한 평가가 판이해지고 있습니다. 그 격차는 이 시간이 지속될수록 더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요. '뉴스룸 엑소더스'는 곧 나타날 다음 단계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기자들을 다시 사무실로 출근시키는 위계적 명령만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겁니다. 실제로 당분간 가능하지도 않을 겁니다. 줌, 구글 미트 등 화상회의 툴을 보조해주는 직원을 옆에 둔다고 풀릴 문제도 아닙니다. 술자리나 팀회식으로 갈등을 조정해왔던 기존의 익숙한 문화로는 원격 뉴스룸 환경에서 팀 결속력을 유지하기도 벅찰 겁니다. 저연차 기자들의 관리에 공백이 발생하고 이들의 이탈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도 잘 보이지 않을 겁니다. 결국 언론사 리더들이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대응해 가야만 할 겁니다.

스페인 신문사보다 대응과 적응의 압력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2년 전과 동일한 뉴스룸 상황으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듯합니다. 이를 염두에 둔다면 스페인 언론사 간부들이 3가지 대응 전략을 부분적으로 검토해 볼 만할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지침서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날만을 기다리고 계시다고요? 조직원들의 애사심과 충성도는 그 기간만큼 멀어져 갈 겁니다.

참고문헌

  • 양영유. (2021). 코로나 19 는 기자들의 취재관행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팬데믹 전후의 근무형태 변화에 대한 기자 인식을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21(5), 11-21.
  • 이현재. (2012). 다양한 공간 개념과 공간 읽기의 가능성-절대적, 상대적, 관계적 공간개념을 중심으로. 시대와 철학, 23(4), 221-248.
  • García-Avilés, J. A. (2021). Journalism as Usual? Managing Disruption in Virtual Newsrooms during the COVID-19 Crisis. Digital Journalism,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