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잇단 디지털 유료 구독 플랫폼 제안

구독 경제의 문이 열리는 신호일까요? 도저히 작동하지 않을 것 같던 디지털 유료 구독이 국내 플랫폼들의 공격적인 제안으로 마중물 마침내 부어지는 순간을 맞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가 직접 언론사를 위한 구독 론칭 프로젝트의 론칭을 알렸고요. 카카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한 구독 경제 기반의 플랫폼 혹은 서비스 개발을 알렸습니다. 최근에는 카카오톡 안에서 이를 구현하는 방안에 대한 간략한 스케치도 공개를 했습니다.

긴가민가 하던 언론사들도 조금은 흔들리는 분위기입니다. ‘뉴스에는 돈을 내지 않는다‘는 확고부동한 믿음이 뒤집힐 정도는 아니지만, 가능성의 영역이 존재할 수도 있겠다는 인식의 지평은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광고협찬 중심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해야겠다는 절박감이 작동한 탓이기도 할 겁니다.

일단 한겨레는 기부 모델(혹은 한국에선 후원 모델) 도입을 목표로 제시하며 야심찬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10만 후원자 모집을 목표로 내걸고 보고서까지 제작하고 회람했을 정도입니다. 아웃스탠딩, 닷페이스와 같은 중소 규모 언론사들은 지속가능성의 기초를 닦으며 흔들림 없이 전진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뉴스레터 구독을 시작한 뉴닉은 자체 유료앱 개발을 위해 개발자 채용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커다란 구독의 파고가 몰려올 듯, 잔파도들이 넘실대는 국면이라고 평한다면 과장일까요?

이 시점에서 기성 언론사들은 고민거리를 떠안게 됐습니다.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는 애매하고 모호한 흐름. 포털은 언론사들을 향해 구애의 손길을 뻗으며 ‘함께 가자’고 제안하는 형국입니다. 그 손을 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깊은 상념에 빠져 있을 겁니다. 오늘은 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참여에 앞서 고려해야 할 CMS-CRM의 관계

언론사를 위한 독자 수익 모델은 크게 구독과 기부(후원)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 구분법에 대해 여전히 혼란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이렇게 정의하는 것이 조금은 수월해서 이 구분법을 고수해보겠습니다. 구독은 콘텐트 접근에 대한 통제 방식이고, 기부(후원)은 가치에 대한 공감 방식입니다. 그리고 두 모델 모두 멤버십이라는 탄탄한 혜택의 패키지 모델로 뒤를 받치게 됩니다.

독자 수익 모델은 콘텐트 영역이면서 동시에 기술 영역입니다. 특히 디지털 구독 방식을 도입한다고 가정하면 기술과의 부딪힘과 마주함의 빈도는 훨씬 커집니다. 당장 디지털 페이월(paywall)을 올린다고 가정할 경우, 그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개발하고 설정하느냐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역동형 페이월을 올린다면 기술적 난이도는 더 높아집니다.

콘텐트 앞에 올려지는 가상의 장벽이기 때문에 이 기술은 CMS와 밀접하게 교류를 해야 합니다. 어떤 콘텐트에 올릴지, 콘텐츠 몇 개의 소비 뒤에, 누구에게 등장시킬지 모두가 CMS와 밀접하게 연결된 인터페이스라고 할 있습니다. 광고 매출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기사의 어느 정도 위치에 올리느냐도 중요한 통제 영역 중의 하나입니다.

구독은 CMS뿐 아니라 CRM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합니다. 이미 지불한 사람들과 지불하지 않은 사람들을 고객DB에서 구분해내야 하고, 지불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다빈도 방문자인지 소빈도 방문자인지에 따라 페이월의 등장 시점이 달라져야 합니다. 기성 신문사라면 기존 신문 구독자인지 아닌지도 판별해내야만 하죠. 고객DB에 이러한 정보들이 녹아있지 않으면 페이월의 등장 시점 등을 제어할 수가 없습니다. 지불하지 않은 독자에게 무료로 접근권을 주는 어이없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되니까요.

끝으로 결제 시스템의 편의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오죽하면 유료 정지 전환율(Paid Stop Conversion Rate)이라는 개념까지 등장했겠습니까. 사용자가 페이월을 마주한 뒤 실제 결제로 이어지는 비율을 나타내는 이 지표는 결제의 편의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평가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결제의 편의성을 통제할 수 없으면 결국 독자들의 불편함을 끊임없이 지켜봐야만 할 겁니다.

조금은 부가적일 수도 있지만, 구독자 결제를 전표 처리해서 내부 회계시스템과 연결시키는 기술도 적잖은 부담입니다. 구독자가 증빙을 위해 영수장을 끊어달라고 요청한다면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 독자의 결제 수단 변경으로 구독료가 입금되지 않았을 경우 페이월을 언제 재작동시킬지 이러한 트렌젝션을 관리하는 것도 사실은 모두 기술의 영역, 소프트웨어의 영역입니다.

이렇듯, 구독을 위시한 독자 수익 모델은 다분히 기술의존적입니다. 그만큼 기술에 대한 투자들이 전제되지 않으면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를 간편화하기 위한 수많은 솔루션들이 이미 시장에 나와있고 비용을 지불하면서 사용해도 된다는 건 위안이라면 위안입니다.

아래는 페이월을 지원하는 워드프레스 플러그인의 사례들입니다.

관건으로서 독자에 대한 이해와 고객 데이터베이스

기술의 장벽을 넘으면 이제 ‘유료 구독 작동‘의 세계로 진입하게 됩니다. 기술을 완벽하게 갖췄다고 해서 유료 구독자를 모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들의 지불의향이 높은 콘텐츠 및 정보, 기타 혜택을 가려내고 제공해야만 유료 구독자가 들어오게 됩니다.

독자들이 ‘절박하게’ 원하는 정보(뉴스) 및 콘텐츠일수록 유료 지불 가능성이 높죠. 심지어 언론사들마다 독자들이 다 다릅니다. 원하는 것도 필요로 하는 것도 기대하는 것도 다릅니다. 각각의 언론사가 잘 할 수 있는 영역도 다르죠. 그렇게 다른 독자들, 나아가 선호와 기호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입니다. 그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을 제대로 정확히 그리고 깊이 이해해야만 합니다. 그들의 지불의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는 작업을 우리는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이라고 하죠.

  • 가치 제안의 구성 주체는 언론사인가 플랫폼인가 : 독자에 대한 면밀한 이해, 그것이 바로 독자 수익 모델의 관건 중 관건입니다. 현재 국내 포털이 제시한 구독 플랫폼의 특성을 보면, 가치 제안의 주체가 언론사인지 포털인지 정확히 확인이 되지 않더군요. 포털이 그들 자신의 데이터로 파악한 독자들의 정보 니즈, 기대를, 생산 가능한 언론사들에게 제안을 한 것인지 아니면 언론사들이 확인한 독자들의 니즈를 포털이 수용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이러한 기반 조사, 독자들의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독자 수익 모델을 가동시킨다면 당분간의 어려움은 불가피할 듯합니다. 독자들의 니즈와 제공 정보 간의 불일치가 발생하기 때문에 유료 전환을 이뤄내기가 쉽지 않아집니다. 이 것을 발견하는 과정 또한 언론사들에겐 좋은 학습의 기회인데, 이 절차를 언론사가 주도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 알려진 사용자가 유료 구독 전환율이 높다 :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알려진 독자(known reader)는 유료 구독 전환이 타 집단보다 높습니다. 등록(가입) 사용자, 뉴스레터 구독자, 기타 언론사 행사 참여자 등 일정 수준 식별 가능한 독자들은 언론사들에겐 큰 자산이죠. 그들은 해당 언론사를 신뢰하거나 선호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절차를 마다하고 가입을 하게 됩니다. 국내 언론사들은 독자 데이터베이스를 지국에 위임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지로시스템이 지닌 한계로 알려진 사용자를 거의 확보하지 못했던 슬픈 역사도 갖고 있습니다. 이를 다시 독자 데이터베이스로 묶어내기 위해 일부 언론사는 적잖은 비용을 들여야만 했습니다. 또한 독자들의 니즈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그 니즈의 변화 추이를 확인하려면 그들과의 직접 접점을 만들어내야만 하죠. 이탈율 관리를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다른 상품의 개발과 제안을 위해서도 독자 데이터베이스는 필수입니다. 독자 수익 모델을 작동시키려면 알려진 사용자의 데이터베이스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의 관건 중의 하나입니다.

플랫폼 제안 구독 시스템의 장점

이제 본격적으로 플랫폼의 구독 참여 제안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에 대해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위 2가지 관건 요소를 중심으로 몇 가지 정보를 덧붙이면서 평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 획득 규모의 관리 : 마케팅에선 사용자 퍼널(User Funnel) 관리 전략 수립이 매우 중요합니다. 언론사로 변환하면 ‘독자 깔대기’ 관리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가운데 가장 상단인 획득(aquisition)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더 많은 구독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사용자들을 2~3단계에 걸쳐 전환시키고 또 전환시켜 유료 구독자, 기부자를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신생 언론사라고 가정하면, 가장 어려운 과정 중의 하나가 넓은 도달 범위를 갖는 것입니다. 영향력과도 직결돼 있고 전체 비즈니스 구조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유기적으로 획득 창구를 확장하려면 광고와 같은 돈을 들여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자체가 비용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포털 플랫폼은 획득 영역에서 상당한 장점을 발휘합니다. 이미 폭넓은 사용자 접점을 갖고 있고 그들에게 도달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도 들고 있습니다. 언론사들이 적극 요청하기만 한다면 분명 포털은 더 많은 독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줄 겁니다.

  • 기술 솔루션의 무상 제공 : 포털이 제공하는 디지털 구독 플랫폼은 여러 기술적 솔루션을 조합을 제공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페이월의 통제 기술, 결제 연동, 고객 관리, 데이터 분석 등을 무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만약 포털에 제공하는 구독 관련 기술들을 직접 개발하거나 시장에서 구매를 하려면 상당한 정도의 비용이 요구됩니다. 특히 결제 플로우를 매끄럽게 관리하는데 있어 포털은 상당한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일반적인 웹 결제 솔루션을 연동하거나 활용할 경우보다 훨씬 간편합니다. 유료 정지 전환율을 상대적으로 높일 수 있기에 분명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플랫폼 제안 구독 시스템의 단점

단점도 검토하셔야 할 겁니다.

  • 기술 내재화 기회 배제 : 포털 제공 기술의 장점은 사실은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흐름의 맥락에서 언론사들이 장기적인 수익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더 기술 주도적인 기업으로 변모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수시로 변화하는 독자들의 까다로은 입맛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제어 권한이 어느 때보다 높아져야 합니다. 핵심 수익모델과 관련된 기술이라면 더더욱 내재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포털 플랫폼은 궁극적으로 언론사들이 핵심 기술을 내재화할 수 있는 동기 유발 요인을 저하시킵니다. 단적으로 유연한 페이월 솔루션은 비용을 지불하고 외부 기술을 통해 수혈을 받을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언론사들이 내재화할 필요가 있는 영역입니다. 특정 독자 유형에 따라서 페이월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맞춤화하거나 머신러닝의 적용을 통해 자동화하는 것들은 전환율을 높여 수익을 최적화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술 자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독자 직접 접점 형성 불가 : Direct To Consumer라고 하죠. 언론사에겐 Direct To Reader라는 표현이 적합할 겁니다. 약어로 하면 DTR. 사용자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도 높아지고, 엄격한 관리 요구가 커질수록 독자와의 직접 접점 형성을 통한 데이터 확보와 관리는 비즈니스 영역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포털의 구독 플랫폼을 활용하게 될 경우, 직접 접점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여전히 독자들을 포털의 인터페이스에서 만나야 하기에 그들과의 관계 관리는 포털 기술에 의존해야만 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만약 고객 데이터를 포털이 언론사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아도 낮은 '알려진 사용자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할 겁니다. 고객 세그먼트 문서를 통한 맞춤형 상품 제안이나 이탈 관리 등은 꿈을 꿀 수가 없게 됩니다. 구독 상품의 역동적인 구성과 제안, 판매가 더욱 어려워지게 되는 거죠. 물론 포털과의 협업을 통해서 차근차근 개선해 나갈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독자 데이터 확보 이슈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포털 입장에서도 사용자의 동의 없는 개인정보의 전달과 공유를 결단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약관 설정 때부터 언론사로도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조건이 달리지 않으면, 실제 독자 관계의 1차 접점 구축과 관리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장기적으로, 포털의 구독 플랫폼에서 이탈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실제 언론사들이 가져나올 수 있는 독자 관련 데이터는 거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는 정말 장기 수익 전략 측면에서 치명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제안 : 언론사 규모/계획에 따른 유불리

1. 대규모-구독 전환 계획 있는 언론사 : 규모가 크고 독자 수익 모델을 도입할 계획을 이미 갖고 있는 언론사라면, 포털 구독 플랫폼 참여를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특히 구독과 같은 독자 수익 모델을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설정하고 전환을 추진하는 곳이라면 더더욱 참여를 재고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장기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의 핵심 요소는 고객 데이터입니다. 고객 데이터 없이 그리고 고객과의 직접 접점 없이 변동성이 높은 미디어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란 어렵습니다. 디지털 구독을 위시한 독자 수익 모델은 단기간의 승부로 끝나지 않으며 독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꾸준히 발전시켜 나갈 때 성공에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유료 독자라는 고객 데이터에 대한 직접적인 제어를 위해, 독자와의 직접 접점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충분히 감행할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기술의 완전한 구축이 어렵다면 상대적 가성비가 높은 기술만 부분적으로 수혈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2. 대규모-구독 전환 계획 없는 언론사 : 아직 독자 수익 모델로의 전환에 확산이 없는 대규모 언론사라면 일단 그것의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의미에서 제한적으로 참여를 검토해 볼 것을 제안해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독자 수익 모델은 초기 투자(기술 및 인력)가 적잖은 편입니다. 조직 내부 구성원들의 확신 없이, 리더의 과감한 투자 없이 장기 승부가 필요한 이 영역을 헤쳐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독자 수익 모델은 단순히 수익모델을 전환하는 것을 넘어 조직 문화와 뉴스 생산 방식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확신이 없다면 일단 포털 구독 플랫폼을 활용해 구독을 작동시키는 방식부터 조금씩 학습해 나가는 것도 좋은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테스트베드라는 접근으로 제한적으로 운영해볼 것을 권합니다. 좋은 학습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중소규모-구독 전환 계획 있는 언론사 :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중소규모의 언론사 특히 구독 중심의 전환 계획을 갖고 있는 언론사라면 포털 구독 플랫폼 참여를 검토해도 된디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독자 수익 모델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비용이 필요합니다. 포털이 제공하는 플랫폼의 지원 기술들은 외부에서 구매할 경우 상당한 비용이 요구됩니다. 포털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점을 활용하고 이 공간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항상 플랫폼에서 독립할 것을 염두에 두고 독자 데이터를 어떻게 이전받을지를 검토하면서 문을 두드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4. 중소규모-구독 전환 계획 없는 언론사 : 특별히 제안드릴 내용은 없습니다.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배울 것도 수익 측면에서 얻을 것도 크지 않고 그저 운영에 따르는 비용만 들 겁니다. 현재 운영 중인 수익 모델에 더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따져봐야 할 세부 조건들

사용자 깔대기 관리 시 챙겨봐야 할 지표들. GNI 독자 수익 플레이북
  • 독자 정보의 접근성 및 소유 : 독자 정보를 어느 범위까지 확보할 수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셔야 할 것입니다. 혹은 다른 방식으로라도 독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있는지 확인하셔야 할 것입니다. '애플뉴스+'처럼 모든 독자 정보에 접근이 차단돼 있다면, 참여 자체를 재고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경우는 예외입니다. 이미 독자 수익 모델을 운영하고 있고 기존 고객과의 충돌(카니발 효과 등)이 없다는 확신이 있다면 고객 확장 차원에서 참여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월스트리트저널이 뉴욕타임스와 달리 애플뉴스+에 참여한 이유입니다. 아래 마크 톰슨 전 뉴욕타임스 CEO의 발언을 꼭 염두에 두세요.

“방송국 입장에서, 넷플릭스가 불러온 재앙의 시작은 2007년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이들에게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는 거죠. 지금 애플 뉴스에 들어간다는 의미는 2007년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같은 뻔한 우를 범하게 된다. 넷플릭스가 꽤 많은 돈을 주겠다고 했어도.... 넷플릭스가 실제로 연간 90억 달러를 들여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고, 우리 콘텐츠 라이브러리에 돈을 점점 적게 줄 정도로 거대한 가입자 기반을 구축하도록 돕는 것이 정말 말이 되는 걸까요?"

  • 페이월의 다이내믹한 통제 : 페이월 운영은 참 복잡합니다. 그래서 설계가 정교해야 합니다. 독자의 유형에 따라서 역동적으로 운영할 때 독자 수익은 극대화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독자 세그먼트 관리가 가능해야 하고, 각 세그먼트별 차별적인 페이월 정책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유형의 독자들에게 몇 건의 페이월이 적절한지는 미터 정지율(Meter Stop Rate) 등의 데이터를 관리하면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기술적 지원을 포털 구독 플랫폼에서 제공하는지를 확인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 이탈 관리를 위한 기술/비기술 지원 여부 : 이탈률(churn rate) 관리는 디지털 구독의 핵심 영역입니다. Google News Initiative의 독자 수익 플레이북 자료에 따르면 이탈율은 업계 평균이 3~5%라고 합니다. 사실 이 수준으로 관리하기가 얼마나 힘든가는 경험해 본 분들이 잘 아실 것입니다. 이탈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이메일 타케팅과 같은 기법들이 보편적이 쓰입니다. 유료 구독 가입 이후 관여도가 낮아진 독자들을 세분화해 그들에게만 별도의 이메일을 보내 특별 관리를 하는 것이죠. 혹은 첫 가입 시 온보딩 프로그램을 자동화한 이메일을 발송함으로써 잔존율을 높이는 방법도 동원하죠. 아니면 아예 별도의 이탈 예측 지표를 개발해 관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관리 방안을 포털이 지원하는지 혹은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수용자 세그먼트 및 차별적 관리 : 결국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정리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구독을 비롯한 독자 수익 모델은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독자들은 서로 다른 세그먼트로 나누어 면밀하게 관리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데이터를 그만큼 많이 봐야만 하고 개발도 해야 합니다. 포털 구독 플랫폼이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지원 체계가 고도화돼 있지 않다면 사실 언론사 입장에서 구독을 통해 배울 것이 그렇게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드리는 말

포털 또는 플랫폼과의 관계는 장기 전략 하에서 거리를 조정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저의 경험칙입니다. 장기 전략이 부재한 채로 관계 맺기를 할 경우 현재와 같은 종속 구도가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단기 수익에 매달리다 사실상 포털의 하위 CP로 전락한 과거의 경험을 성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독자 수익 모델, 특히 구독은 언론사들에게 새롭게 열리는 비즈니스의 기회입니다. 여기서 늘 강조드리지만 핵심 수익 모델에 대한 자기통제성은 앞으로도 무척이나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언론사가 놓인 현실적 / 재정적 여건이 다르기에 여러 옵션들을 검토하는 것은 불가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는 핵심 수익은 스스로 통제한다'는 원칙 하에서 포털과의 관계 거리를 적절히 설정하시기를 당부드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