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의 번들링 전략

우리는 전략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진정한 다제품 번들의 초기 단계에 있지만 지금까지의 데이터는 고무적입니다. 가입자의 30% 이상이 이제 둘 이상의 구독 제품에 액세스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합니다. 기존 번들 구독자는 뉴스 온리 구독자보다 월간 이탈률이 낮고 ARPU가 훨씬 높습니다. 그리고 우리 유효 시장(AM)의 대부분이 뉴스와 하나 이상의 다른 제품에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를 통해 번들 제품으로의 전환이 점점 더 큰 수익 동인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메러디스 코핏 레비엔 뉴욕타임스 CEO는 지난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번들링 전략이 지닌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밝힌 바 있습니다. 번들링 전략이 뉴욕타임스의 수익성 개선과 유료 구독자 확대에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대략 짐작해 볼 수 있는 발언입니다.

뉴욕타임스의 번들링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오래 전부터 닦아왔던 서비스 저널리즘의 실험을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초가 된 2014 혁신보고서를 들여다 볼 필요도 있습니다. 너무 멀리 가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그들의 번들링 전략이 하루아침에 CEO가 바뀌면서 갑자기 도출된 결론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잠시 혁신 보고서 한글 버전 44페이지의 한 구절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뉴욕타임즈의 앤드류 펠프스 (Andrew Phelps)는 2013년에 사망한 인물들을 다룬 뉴욕 타임즈의 부고기사들을 모아 플립보드 매거진으로 편집해서 플립보드 플랫폼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컬렉션이 되었다. 다른 동료들도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새롭게 포장하는 유사한 프로젝트를 시도하고는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즈 시스템에서는 이런 실험을 하기 어렵게 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플립보드나 핀터레스트31(Pinterest) 등의 다른 사이트들을 이용한다. 어느 선임 디지털 편집자는 “우리가 제3자의 플랫폼에서 이런 시도를 하면서 그 회사들이 이득을 챙기게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한다.

그리고 39페이지의 한 문단만 더 확인해 보시죠.

뉴욕타임즈 인터랙티브 뉴스팀의 벤 코스키(Ben Koski) 와 에릭 힌튼(Erik Hinton)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한가지 방법으로 일종의 가이드(guides) 페이지, 즉 문화 콘텐츠만을 보여주는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들 페이지는 뉴욕타임즈의 기존 예술 섹션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충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검색과 소셜에 최적화된 가이드들은 시기에 구애 받지 않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 뉴욕타임즈를 찾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보고서가 작성된 2014년 3월 당시부터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기초하는데 있어 패키징 전략과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의 중요성을 이미 절감하고 있었습니다. 도전적인 외부 환경, 특히 소셜 기반 미디어 스타트업들의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뉴욕타임스는 콘텐츠 패키징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었습니다. 이 당시 소셜미디어 등에서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에버그린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커져가고 있었죠.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확장은 사실 대략 이때부터 기획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특히 가이드형 콘텐츠는 오랜 기간 소비될 뿐 아니라 다시 묶어서 재가공하기도 편리했습니다. 특히 뉴욕타임스가 강점으로 여겼던 문화 예술 콘텐츠는 가이드로 다시 묶기에 매력적인 대상이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2014년 Cooking(9월)과 Game(8월)이 론칭했고, 2016년 Smater Living이 만들어졌습니다. Wirecutter를 인수한 것도 2016년의 일입니다. 지금 번들링의 대상이 된 다수의 자산들이 2014~2016년 이 2년 사이에 뉴욕타임스의 품으로 들어오거나 품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이 당시의 패키징 전략과 지금의 번들링 전략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콘텐츠를 묶어서 컬렉션으로 만들었을 때 새로운 밸류가 창출된다는 걸 일찌감치 이해하고 있었고, 이러한 자산들을 확장함으로써 어려운 시기를 넘어설 수 있다고 판단을 했던 겁니다. 결과적으로 혁신 리포트에 기반한 카테고리 확장 전략 특히 라이프스타일 분야로의 확장 전략은 현재 번들링 전략의 토대가 됐습니다.

뉴욕타임스 번들링 전략의 효과

이렇게 키워낸 자산들의 번들링 효과는 분명했습니다. 먼저 이탈률(Churn Rate)이 40%나 감소했습니다. 프로덕트 관여도는 단일 상품일 때보다 더 높았습니다. ARPU, 즉 1인당 지불하는 월 비용도 상승했습니다. 번들링은 메러디스 CEO가 순구독자 기준으로 1500만명 달성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내세울 수 있는 자신감도 심어줬습니다. 이러한 긍정적 시그널에 근거한 제안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은 뉴욕타임스의 본체 '뉴스'의 역할입니다. 뉴스는 다른 번들링 자산들에게 독자를 이전하는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독자 이전의 상위 퍼너로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래 발표자료의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뉴스는 번들을 위한 우리의 가장 강력한 수용자, 구독자 퍼널"입니다. 뉴욕타임스가 분배해준 수용자들은 번들 대상이 되는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의 구독자로 전환되고, 다시 이들은 뉴욕타임스로 되돌아와 뉴스를 소비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서로를 밀어주고 보완해면서 번들링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 최근 인수한 게임 '워들(Wordle)'은 게임뿐 아니라 뉴욕타임스 뉴스에도 수 천 만 명의 사용자를 데려다주고 있습니다.

뉴스와 라이프스타일 자산 간의 유기적인 연결망 그리고 단단한 상호작용이 지금의 번들링 전략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기초가 된 것입니다.

번들링 상품 유형과 4가지 포인트

이제 정리 단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해외 언론사들의 번들링 전략은 아래와 같이 유형화 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언론사 번들링 대상 자산 수익모델 유형 효과 및 목적
The Information, Bloomberg 타사 자산 유료 구독 타깃 구독자 도달 확대
Axios 자사 자산 광고 모델 수용자 하루의 장악, 이탈 없음
NYTimes 자사의 타 브랜드 유료 구독 이탈률 감소, ARPU 증대

우선 번들링의 대상을 자사 자산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디인포메이션과 블룸버그가 증명해 보였습니다. 서로가 도달하고자 하는 수용자군, 구독자군이 있다면 동료 언론사와도 번들링 상품을 구성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것이죠. 물론 이에 따른 번들링 수익 분배의 원칙, 기술적인 구현 방식, 마케팅 비용에 대한 상호 간의 이해와 합의는 해결돼야 할 중요한 과제들일 겁니다. 자사 자산으로 번들링을 구성하는 전략보다는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고, 풀어야 할 난제도 적지 않을 겁니다.

번들링을 통해 늘리고자 하는 수익도 구독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광고 수익을 배가시키고 광고주들의 구미를 당기기 위한 목적으로 자사 자산을 병렬적으로 묶는 것도 충분히 검토할 만한 번들링 전략입니다. 액시오스는 이것을 현재까지는 성공적으로 입증해 보이고 있습니다.

어떤 제품을 번들링할 것인가에 따라 차이가 날 수도 있겠지만, 이탈률 감소와 객단가 상승 같은 긍정적 효과는 분명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매력 있는 제품들이 자사/타사에 존재할 때 그리고 그것과의 결합이 수용자들에게 가치를 줄 수 있을 때 이러한 효과가 극대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하자면, '경성과 연성의 번들링'의 가능성입니다. 특히 저는 이 전략을 국내 언론사들에게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액시오스의 Daily Essential과 뉴욕타임스의 번들링 상품은 크게 보면 '경성과 연성의 아름다운 조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액시오스의 Daily Essential의 밤 시간대를 장악하는 뉴스레터는 Finish Line입니다. 이 뉴스레터가 표방하는 가치는 이것입니다.

"tips & tricks for thinking smarter about life and the big trends shaping it."(삶과 그걸 형성하는 거대한 트렌드를 더 똑똑하게 사고하기 위한 팁과 요령.)

뉴욕타임스의 Smater Living과 무척 흡사하게 보이지 않나요? 뉴욕타임스의 번들링도 뉴스+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조합에 기반으로 두고 있습니다.

이는 보완재 번들링 전략에 가깝습니다. 다수의 뉴스 소비자들은 무겁고 분노를 유발하고 머리를 쥐어짜게 만드는 경성 뉴스에 24시간 전부를 할애하진 않습니다. 두뇌를 유연하게 만들어주면서도 일상에 유익한 정보를 늘 소비하고 또 갈망합니다. 액시오스 AM, PM에 담겨 있는 정치 뉴스를 잠들기 전까지 보고싶어하는 수용자가 얼마나 될까요?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무척 자연스러운 콘텐츠 소비 패턴입니다.

경성과 연성의 아름다운 조합과 번들링을 위해서는 언론사 내에 관련 카테고리가 존재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품질이 검증돼야만 합니다. 독자들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삶에서 어떤 솔루션을 얻고자 하는지 서비스 저널리즘의 마인드세트를 갖춘 인재를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미리 투자해 두지 않으면 번들링할 적절한 자산을 찾지 못해 적기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국내 뉴스룸의 분위기는 부분적으로 이러한 카테고리에 배타적이기도 할 겁니다. '그것이 저널리즘이냐'라고 되묻는 분들도 종종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효과 높은 번들링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라이프스타일 섹션을 강화하고, 독립적인 브랜드로 키워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다수의 언론사들이 버티컬 미디어 론칭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것이 좋은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 자산이 부족하다면 타사와 번들링 전략을 구상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협상이 난항에 빠질 개연성이 없진 않겠지만 양사의 유익이 명확하게 맞아떨어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겁니다.

마무리하며...

유료 구독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번들링 전략은 각광을 받게 될 것입니다. 앞서서도 설명드렸지만 차별화가 쉽지 않을 때 이러한 번들링 전략이 효과를 발휘합니다. 특히나 국내 언론사들처럼 비슷한 카테고리, 비슷한 출입처,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환경일수록 번들링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두 편의 글을 통해서 번들링 전략을 살펴봤는데요. 어떠셨나요? 피드백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아래 '대화' 버튼을 클릭하셔서 질문을 남겨주세요.

참고 문헌

  • Armstrong, M. (2013). A more general theory of commodity bundling. Journal of Economic Theory, 148(2), 448-472.
  • Chuang, J. C. I., & Sirbu, M. A. (1999). Optimal bundling strategy for digital information goods: Network delivery of articles and subscriptions. Information Economics and Policy, 11(2), 147-176.

1편 보기

사례로 본 뉴스레터 미디어를 위한 현명한 번들링 전략(1)
‘유료 구독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줄 수 있는 또다른 혜택은 없을까?’ 항상 고민거리였습니다. 숍(Shop)을 통해 짤막한 보고서를 등록하고 간단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도 실은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콘텐츠 외의 또다른 혜택이나 유익을 제시해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이러려면 기존 구독자에겐 부가 상품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했죠. 간단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