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논문용으로 작성된 서문의 일부입니다. 때문에 끝맺음이 없습니다. 문제 제기 정도로 마무리된 글의 일부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는 소프트웨어다. 이러한 명제에 토를 다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나의 미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 기술들이 동원되고 있지만, 이러한 경향을 한마디로 소프트웨어화라는 단어로 집약하지 않으면 설명할 길이 모호해진다. 마노비치(Manovich, 2016, p.2)가 선언한 것처럼 “21세기 이전에는 문화적 인공물을 만들고 저장하고 유통시키고 접근하기 위해 이용했던 물리적, 기계적, 전자적 테크놀로지를 이제 소프트웨어가 대체했”다. 미디어를 구성하고 있는 어떤 요소들도 소프트웨어라는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거대한 미디어의 범주 안에 속하는 뉴스 저작·편집 프로그램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뉴스 저작·편집 프로그램은 뉴스를 생산, 조판, 인쇄라는 일련의 과정을 제어하는 프로그램의 결합체를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 수많은 소프트웨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생산-유통-소비 과정을 처리한다.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뉴스 저작·편집 프로그램은 더 복잡해지고 있으며 때론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부속적 소프트웨어의 결합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들어서는 뉴스 저작·편집 프로그램이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통합돼 가는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뉴스 저작·편집에 폭넓게 활용되는 워드프레스와 같은 상용 소프트웨어는 인쇄 시대의 지면 구성에 해당하는 테마 기능부터 뉴스의 작성과 교정, 사진 및 영상의 업로드와 관리, 편집 등 분산돼있던 모든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통합했다. 일정 수준의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무료로 설치하고 조작할 수 있다. 오픈소스로 개발돼 공개돼 있는 덕이다.

뉴스 저작·편집 프로그램은 무엇보다 뉴스의 생산, 가공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제공한다. 기자들이 뉴스를 입력하는 단계에서부터 독자들이 실제 읽게 되는 공간의 디자인 단계까지 뉴스가 독자에게 도달하는 거의 전과정을 통제하는 인공물이다. 기계식 인쇄 시대엔 이 모든 과정이 분업화돼 개별적인 수작업으로 진행돼왔다. 이 모든 과정이 비용으로 존재했고, 뉴스 생산의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식돼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단 한 명의 노력만으로도 뉴스 생산이 가능해진 세상에 당면해있다. 뉴스 저작·편집 작업의 소프트웨어화는 단순히 제작 공정에 변화를 준 것만이 아니라 안으로는 고용, 밖으로는 뉴스 생산의 진입 장벽 해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상 뉴스 저작·편집 프로그램을 뉴스 제작 산업에서는 콘텐츠관리시스템(Content Management System, 이하 CMS)라고 부른다. 전자식 인쇄 시스템 당시 CTS라 불리던 요소가 소프트웨어화를 거치면서 지금은 CMS라는 보편적 용어로 자리를 잡게 됐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 국내 신문 뉴스 산업은 CTS와 CMS가 공존하면서 서서히 CMS 중심으로 통합돼가는 흐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국내 신문사들은 공정의 효율화와 비용 절감 등을 목적으로 저마다 새로운 CMS를 도입하는데 혈안이 돼 있다. 2014년 파이낸셜뉴스를 시작으로 한겨레에 이르까지 CMS로의 전환과 통합은 사내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디지털 시대, 신문 뉴스의 제작은 인쇄시대와 달리 디지털화한 제작 소프트웨어의 활용을 필요로 한다. 신문 지면 제작을 위해  납활자를 선택하고 정렬해 인쇄로 나아가는 과정은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전면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납활자와 활판 시대에선 시도할 수 없었던 다양한 그래픽이나 이미지의 인쇄가 가능해진 것도 기능적으로는 뉴스 제작 소프트웨어가 진화한 덕이다.

국내 디지털 뉴스 제작 소프트웨어는 기술적으로는 1985년 서울신문의 컴퓨터제작시스템 즉 CTS의 도입을 모태로 삼는다(채광국, 1986). CTS는 Cold Type System 혹은 Computerized Typesetting Sytetem으로 풀어쓸 수 있는데, 쉽게 설명하면 신문 뉴스 제작의 소프트웨어화라고 해석할 수 있다. 서울신문의 도입 이후 1990년대 초까지 다수의 국내 신문사들이 CTS 시스템을 뉴스 제작 과정에 적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관련 이해집단의 갈등과 우회 혹은 해석적 유연성, 번역의 과정이 발생하게 된다. 이후 인쇄 신문 제작에 활용되던 CTS 시스템은 디지털 뉴스 제작에 전면 혹은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고, 나아가 국내 신문사의 디지털 전환을 발목잡는 고정된 유산(Legacy)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인쇄 신문 제작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디지털 제작에 재활용함으로써 표현 양식의 한계를 유발했고 현대 저널리즘의 대표적 표상 양식인 데이터 저널리즘과 몰입형 스토리텔링(immersive storytelling)의 구현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 논문은 CTS가 디지털 뉴스 제작 소프트웨어인 CMS(Content Management System)로 이어지는 진화 과정을 사회적구성주의와 ANT라는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한국 신문의 디지털 전환 지체가 발생한 원인을 밝히는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