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ormation의 '창작자 경제' 데이터베이스

지난 1일, 미국 디인포메이션의 카야 유리예프 기자는 ‘창작자 경제‘의 다음 유니콘 기업으로 3곳을 꼽았습니다. 서브스택(Substack), 왓츠낫(Whatsnot), 스플라이스(Splice)입니다. 왓츠낫은 라이브 커머스로, 스플라이스는 음원으로 창작자들이 수익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입니다. 반면 서브스택은 정보 콘텐츠로 생태계를 성장시키는 스타트업이죠.

벌써 눈치 챈 분들이 있을 겁니다. 예상하신 게 맞습니다. 서브스택을 이야기하기 위함입니다. 디인포메이션은 서브스택을 뉴스레터 퍼블리싱 플랫폼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벤 톰슨의 뉴스레터에서 착안해 이를 플랫폼 비즈니스로 키워낸 스타트업이기에 충분히 그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상의 의미와 특징을 지닌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뭐라 설명하기 쉽지 않은 창작자 콘텐츠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죠.

서브스택의 짧은 역사

혹 서브스택 공식블로그의 첫 번째 글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아시나요?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베스트와 헤미쉬 맥킨지 이름으로 작성된 블로그 포스트 '뉴스의 더나은 미래'는 이렇게 글문을 엽니다.

“1833년 9월 모자 장수의 아들인 벤자민 데이(Benjamin Day)는 New York Sun을 경쟁 제품의 6분의 1 가격에 판매했습니다. 1페니에 팔리는 선정주의로 가득찬 Sun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신문이 되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인기의 비결은 뉴스 산업을 영원히 바꿀 비즈니스모델 혁신인 광고였습니다.”

그렇습니다. 페니신문의 역사와 광고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언급한 것입니다. 신문 혹은 뉴스 비즈니스의 획기적 혁신을 가져온 역사적 사례를 인용해 서브스택을 설명한 것입니다. 맥킨지의 출신 배경 즉 판도데일리 기자였던 그의 과거 이력이 이 첫문장을 구성해낸 것으로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여러분들도 충분히 예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광고라는 혁신적인 비즈니스가 지금은 작가들에게 오히려 질곡이 되고 있고 이를 바꾸기 위해 구독모델이 필요하다는 걸 설파합니다. 그것이 서브스택의 존재 의미이기도 하니깐요.

이 첫 번째 포스트에는 저널리즘이라는 단어도 두 차례 언급됩니다. 저널리즘의 미래가 바뀌고 있다는 맥락이었습니다. 뉴스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뭔가 모를 친근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심지어 저널리즘을 언급하는 스타트업이 지금 유니콘을 목전에 두고 있다면 감회도 다를 겁니다. ‘그게 과연 가능키나 한 이야기인가’라고 긴가민가 하시는 분도 계실 테고요. 어찌됐든 2017년 7월, 서브스택은 그렇게 시작이 됩니다.

두 공동창업자는 ‘콘텐츠로 유료 구독이 과연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을 겁니다. 그나마 미국이기에 조금은 덜했겠죠. 그럼에도 그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성공 사례로 언급되지는 못했을 겁니다. 지금이야 50만 명이 넘는 유료 구독자가 서브스택의 작가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있어, 그들의 가설이 증명된 상태이지만, 2017년도라면 사정은 완전히 달랐을 겁니다.

아래는 서브스택 유료 구독자의 수 추이 그래프입니다. 취합된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을 해본 것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출범한 지 1년이 지날 무렵인 2018년 7월 서브스택 유료 구독자는 1만 명을 넘어섭니다. 이 정도만 해도 가파른 성장세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잠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서브스택이 시드 투자를 받은 건 1만 명도 채우지 못한 2018년 4월30일이라는 것입니다. 그 당시 약 1000만 달러(100억) 그 이상의 가치(추정)로 220만 달러를 조달합니다. 그 유명한 Y Combinator 졸업생이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저널리즘을 언급하는 스타트업이 뉴스레터 유료 구독모델로, 창업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100억원대의 가치를 인정받는 건 한국이라면 상상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2018년 4월이면, 제가 메디아티에 근무하며 미디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엑셀러레이팅하는 업을 갖고 있었지만 ‘뉴미디어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가능할까’라는 질문 앞에서 늘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태평양 건너 마을은 달랐습니다. 서브스택의 가치를 인정했고 미래를 낙관했던 듯합니다.

물론 콘텐츠 생산에 기초한 수익모델을 발굴했던 저의 경험과 달리 서브스택은 플랫폼이었습니다. 기술적 기반을 그럭저럭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눈여겨 본 시장은 뉴스 산업이었습니다. 그들의 초기 미션을 보면 더욱 또렷해집니다.

“At the core of Substack’s mission is the belief that, by democratizing the tools that they need to create independent businesses, we can help writers succeed in an era in which the overall market for news grows dramatically.”

지금의 7000억원 대 가치로 평가받기까지

서브스택은 2019년 4월 유료 구독자 4만 명을 넘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해 7월 4850만 달러, 우리돈 약 5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시리즈A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됩니다. 그 시점으로 2년도 채 되지 않은 2021년 3월, 6억5000만 달러, 무려 7000억원 이상으로 성장하게 되죠. 이 당시 유료 구독자수는 50만 명을 넘어섰죠. 누가봐도 엄청난 속도라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비결은 결국 작가에 있습니다. 서브스택의 첫 작가가 누군지 아시나요? 빌 비숍(Bill Bishop)이라는 미국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였습니다. 그는 마켓워치라는 미디어의 공동 창업자였죠. 다우존스에 매각한 뒤 중국 전문가로 변신했습니다. 중국에 거주하며 사업도 하고 글도 썼습니다. 서브스택 창업자가 그에게 손을 내밀게 된 것입니다.

그는 이미 3만 명의 무료 구독자를 거느린 뉴스레터 운영자이기도 했습니다. 'Sinocism'이라는 타이틀로 서브스택에 옮겨타자마자 “6자리 수익”을 올리게 됩니다. 그의 유명세가 서브스택의 유료 구독과 만나면서 폭발적인 결과를 내놓게 된 것입니다. 그의 합류로 힘을 얻은 서브스택은 이후 유명세 높은 작가들을 잇달아 영입하는데 성공을 하게 되죠. 켈리 드와이어(Kelly Dwyer), 다니넬 멜로리 오트버그(Daniel Mallory Ortberg)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유료 구독자의 빠른 성장 이면에는 이미 단단한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 집단의 합류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창업자들의 인적 네트워크가 초기에 힘을 발휘하면서 유료 구독을 하나의 문화로 바꿔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2019년 시리즈 A 투자의 서브스택의 사업적 확장에 큰 도움을 주게 됩니다. 당시 창업자들의 코멘트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시리즈 A는 우리의 제품, 팀, 독자 및 작가 네트워크에 상당한 투자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부터 펠로십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인프라를 구축하여 작가의 성공과 독자가 가능한 최고의 미디어 경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들이 독립적인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계속해서 민주화할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이 과정엔 앤드르슨 호로위츠의 엔드류 첸(Andrew Chen)의 기여도 큰 몫을 차지합니다. 사실 그 자신이 블로거이자 작가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서브스택 창업자를 설득해 투자를 받게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성장성을 크게 본 것입니다.  또한 누구보다 미디어 비즈니스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었던 당사자이기도 했습니다.

서브스택, 735억원 투자 유치...어디에 쓸까?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서브스택이 6500만 달러, 우리돈으로 73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2019년이 마지막 투자 라운드였는데요. 이번 투자로 서브스택은 기업가치가 6억5000만 달러로 급성장했습니다. 곧 유니콘을 내다볼 수 있는 시점까지 와 있는 거죠. 서브스택은 수 개월 전부터 이번 투자 라운드를 준비해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던 차에 페이스북과 트위터(revue 인수)가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투자

미디어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저널리스트들의 ‘대탈출’ 조짐은 비슷합니다. 기울어져가는 산업이라는 인식도 팽배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조직의 강고한 논리에 묶여 자신의 목소리를 틔우지 못하는 상황을 더 이상 견뎌내지 않으려는 젊은 기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탈 흐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흐름이 새로운 창작자 생태계의 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5년차 내외 시점에 뛰쳐나가 독립적인 저널리스트로 살 수 있는 환경과 기반이 서브스택 등으로 만들어지고 있어서입니다. 심지어 더 많은 연봉을 거머쥘 수 있는 기회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지금 언론계보다 미래가 불투명한 곳이 어디 있나?” - 한국기자협회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기자라는 일의 매력이 없어진 거죠.” 21년차 기자인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기자는 저널리즘이라는 ‘업’의 본질, 언론의 혁신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에 대해 줄곧 설파해왔다. 그런 그..
‘Not on me to save the media industry’: Confessions of an early-career journalist leaving the industry - Digiday
Part of the “Great Resignation” wave this year, a reporter talks leaving a legacy publication for a job at a tech company, due to frustrations with the old guard.

로이터 저널리즘 보고서를 보면, 미국에선 2020년 온라인 뉴스에 비용을 지불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20%를 넘어서게 됩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서브스택 구독자가 수십만 명을 넘어서고 뉴욕타임스 유료 구독자가 수백만 명을 경신할 때입니다. 그리고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던 시점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10%를 겨우 방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미디어 혹은 저널리즘의 핵심 주체가 서서히 조직에서 개인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언론사라는 위계적이고 경직적인 조직이 새로운 저널리즘 주체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약속하지 못하고 있어서입니다. 그들의 역량을 조직의 논리 안에서 가둬버리고 숨쉴 틈을 주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논리 앞에 더 높은 꿈을 꾸었던 젊은 기자들은 그저 인내할 수밖에 없었죠. 당장 회사 밖으로 나가서 자신의 꿈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조건에서 실현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종이/신문에서 인터넷으로 그리고 모바일로 바뀌었지만 조직 문화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1만원을 지불하는 충성 독자 1000명을 모을 수 있다면, 연봉 1.2억원을 받으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얼마든지 꺼내놓을 수 있는 제반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서브스택과 같은 플랫폼이 그런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널리즘을 이야기하면 곧장 외면하던 차가운 투자자들의 시선도 서브스택이 유니콘으로 등극하고 나면 달라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국에도 그런 날이 오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