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했거나 도입하려는 언론사나 개인 크리에이터들이라면 ‘어떤 콘텐츠가 유료 전환에 도움이 될까’라는 고민을 한두 번씩은 해봤을 겁니다. 하지만 웬만큼의 경험치가 쌓이지 않으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매일 새로운 글감을 떠올리면서도 정작 유료 전환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과 염려에 쉽게 떨치진 못하고 있을 겁니다. 오늘은 제 경험을 통해서 그 유형을 거칠게나마 소개해 볼까 합니다.

토마스 벡달의 모형에 대한 검토

미디어 산업 분석가인 토마스 벡달의 모형은 설득력이 높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지갑을 여는 이유를 니즈와 지지 두 가지 요인에서 해답을 찾습니다. 그리고 난 뒤에 수용자의 필요와 지지를 축으로 삼고, 틈새 시장과 대중 시장으로 규모별로 구분을 합니다.

그리고 각 항목 별로 스코어를 매겨서 지불의사를 가늠하게 됩니다. 저는 이 모델이 다양한 질문들과 경험을 모델로 구축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별 니즈들을 상황별로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고요. 현장에서 활용하기 정말 편리하게 설계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니즈와 지지를 층위 별로 구분하지 않고 단지 4개의 평가 항목으로 축소한 것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약간 생산자의 위치에서 바라보며 '수용자에게~'로 무게를 실은 점도 그랬고요.

미디어고토사의 유료 지불 콘텐츠 모델

제 모델도 사실은 벡달의 모델에 제 경험을 녹여서 만들어낸 것입니다. 대신 타깃 시장의 규모별로 구분하기보다는 좀 더 각 축을 세분화하는 모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니즈를 유익을 대체했습니다. 그것은 콘텐츠가 제공하는 가치(Value)를 보다 또렷하게 제시하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유익’과 ‘지지‘라는 두 가지 변수를 중심으로 설명을 합니다. 아래 모형부터 먼저 보도록 하시죠. 그리고 각 축을 현실/심리적 '유익'의 축과 hard/soft라는 '지지'의 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낸 모형이 아래입니다.

미디어고토사의 유료 구독 기여 콘텐츠 모델

유익의 축

누가봐도 명확한 유료 기여 콘텐츠는 실용적이고 실리적인 해법형 콘텐츠 부류들입니다. 소위 ‘하우투‘(How To)라고 하는 부분이죠.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보면 솔루션 저널리즘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가 있습니다. 수용자들은 당면한 상황을 헤쳐가기 위한 실용적인 해법을 어딘가에서 탐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찾아지진 않죠. 각각이 당면하는 상황이 워낙 다양한데다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유튜브는 해법 찾기를 고민하는 수용자들에게 가장 강력한 대안적 미디어입니다. 라이브러리가 워낙 방대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콘텐츠들이 양적으로 많기에 매력적인 선택지임은 분명합니다. 당장 현실에서 써먹을 수 있는 해법들을 보여주고 있기에 많이들 의존하게 됩니다.

이들 해법형 콘텐츠는 유익의 측면에서 활용성의 가치가 높습니다. 지금 당장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신문과 방송에서는 그 해답을 제시해주지 않죠.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라는 상투적인 말맺음만 넘실댑니다. 그 콘텐츠에서 실용적 실무적 가치와 유익을 얻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문제제기는 가득하지만 ‘그래서 뭐’,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물음엔 적합한 답을 제시해주지 않으니까요. 당연히 그런 류의 콘텐츠가 유료 전환을 이끌어내지는 못합니다.

사례 :구독자 유지(retention)를 위한 31가지 검증된 방법

또 다른 유익의 유형으로 ‘맥락적 이해‘라는 게 있습니다. 미디어고토사의 경험을 조금 덧붙이면, 최근 40일 동안 유료 전환에 기여한 콘텐츠 톱10에는 '아시아경제 인수' 키스톤PE와 지역신문 삼킨 미국 사모펀드의 같지만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왜 사람들은 이 콘텐츠를 보고 지갑을 열었을까요? 사모펀드의 인수라는 국내에선 특별한 사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그것이 어떤 파장을 미칠지를 살펴보고 싶었던 ’필요‘에 기초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해당 글에는 아시아경제의 소유권 변동의 짧은 역사를 다루고 있었고 해외 사모펀드 인수 사례의 소개하면서 비교를 해두었기에, 이 사안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적인 자리에서 사람들은 ‘넌 어떻게 봐?’라는 질문을 던지기 마련이죠. 관점을 이해하고 싶다는 메시지면서도, 현재 자신이 이해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넣고 싶다는 또 다른 니즈의 반영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심리적 유익도 유료 구독에 기여를 하는 콘텐츠 유형입니다. 다수의 수용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심리적 불안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으려 하고 있죠. 콘텐츠는 그들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위안해줄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왜 연재 소설이, 웹툰에서 구독 모델이 작동하는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용자를 위로하는 잘 쓴 칼럼이나 에세이도 이 유형에 속합니다. 위안은 곧 심리적 유익이라는 가치를 제공한다고 저는 설명하고 싶습니다. 다만 미디어고토사에서는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지지의 축

이젠 지지의 축을 살펴볼까 합니다. 후원을 발생시키는 동기부여(motivation)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념, 세계관, 가치관을 대변해주거나 일치하는 미디어에 지갑을 엽니다. 물론 이 같은 소비 성향이 생산자나 수용자 양측의 확증편향, 필터버블, 에코챔버 등과 같은 사회적 부작용을 동반하지만, 컨텐츠 선택 측면에서 ‘동질성의 가치‘는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서 그 힘이 증명돼 왔습니다. 더 힘을 실어주거나 더 열심히 할 것을 독려하고 응원하는 행위와 맞닿아 있으니까요. 이는 실용적 해법 콘텐츠와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콘텐츠 유형일 겁니다.

오피니언 콘텐츠들이 지지/대변의 가치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유형입니다. 혹은 가치관, 세계관에 부응하는 속시원한 비판(사이다 콘텐츠), 콘텐츠(Hard Activism)도 유료 구독을 불러내는 힘으로 작동합니다.

이념/세계관의 지지형 콘텐츠만이 아니라 공감적 지지/동조형 콘텐츠도 지갑을 여는 힘을 발휘합니다. 명징한 이념적 지지를 이끌어내지는 않지만, 다양하고 소소한 우리의 일상 속 운동(movement)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가 그런 유형에 속합니다. 반려동물의 가치를 옹호한다거나, 나눔을 실천하는 움직임 등을 소개하고 독려하며 확산을 제안하는 글 등은 이러한 ‘공감적 지지’의 대상이 됩니다. 소프트 액티비즘(Soft Activism)이라고 표현하면 조금 더 이해가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핵심은 수용자를 향한 가치 제공

Pixabay로부터 입수된 Steve Buissinne님의 이미지 입니다.

결국 유료 구독을 일으키려면, 수용자의 고충점(pain point)을 이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야 합니다. 수용자의 공통된 고충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가치가 개발되고 제공될 수 있어야만 지갑을 연다는 것이죠. 수용자 범위가 좁아질수록 고충점 발견은 조금 더 쉽습니다. 확인하기도 용이하고요. 버티컬 미디어가 유료 구독 모델에 유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범위가 넓어지면 아주 복잡다단하게 뒤엉킨 고충점의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선택과 집중을 강요받기도 할 겁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저는 유료 구독모델이 고품질 저널리즘과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빈틈이 존재하는데요. 위 모델에서는 보는 'Hard 지지형' 콘텐츠 영역입니다. 이념 지지라는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수용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데 충분한 도움을 주긴 하겠지만, 이념의 중심성에 갇히게 되면 저널리즘의 가치와 충돌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생산자나 수용자 양측의 확증편향, 필터버블, 에코챔버 등의 강화가 대표적 부작용이죠.

더 강한 이념적 지지 가치를 제공하길 기대하거나, 이념 영역에서 약간의 거중 조정이 발생하게 되면 적잖은 유료 구독자 이탈이 발생할 수도 있게 됩니다. 실용적 가치에 동의해서 유료 구독에 가입했지만 이념적 지지 성향과 배치되게 된다면, 구독을 중단할 가능성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밸런스가 무척이나 중요해지는 수익모델이 저는 유료 구독 모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위 모델은 제 경험칙에 기반한 것입니다. 뭔가 갸웃하는 느낌을 받으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아서입니다. 경험과 데이터가 좀 더 축적이 돼야 누가봐도 명쾌한 모델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모델이 초안 수준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계속 다듬어 가면서 보편성을 지닌 모델로 발전시켜 보도록 할게요.